11월 말까지 집 안에 주차장을 만들지 않으면 벌금을 물린다는 구청의 독촉에 할 수 없이 데크를 줄이고 마당을 넓히는 공사를 하느라 조경하는 아저씨를 불러서 주차장 대문 옆 향나무 두 개를 잘라냈다. 짧지 않은 세월을 마당 한쪽에 우뚝 서서 우리집을 지켜주던 향나무, 아저씨들이 전기톱으로 자르는것을 지켜보는 마음이 이상했다. 지금부터 13년 전 간신히 집만 짓고 마당에 뭘 심을지 생각도 못하고 있는 걸 보고 당신네집 정원에 나무가 많다며 감나무, 대추나무랑 갖다가 심어 주신 향나무의 전 주인, 지금은 고인이 된 전회장님도 생각이 났다. 처음 심을 때도 꽤 큰 나무였는데 우리집에 와서 13년을 더 자랐으니 몸통도 굵고 키도 크다. 조경사 아저씨보고 몸통은 벽난로에 땔수 있게 작게 잘라주고 잔 가가지들은 가져 가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버리는 값 4만원을 줘야 한단다. 4만원! 번거롭고 귀찮아서 그렇지 마르면 벽난로에 땔 수 있는데... 그래서 전지 가위로 가지 자르는 작업을 시작했다. 말려서 땔려고, 그 걸 앞 집 여자가 봤나보다.
다음 날 봄 여름 내 그냥 두어 새 순이 삐죽 삐죽 자라서 보기 흉한 소나무 가지를 고무 들통 엎어놓고 올라가서 전지 가위로 짤라 주고 있는데, 뒷집 여자가 지나가다 "공사 다 하셨어요? 하면서 상냥하게 말을 부친다. 그동안 주차 문제로 몇 번 말씨름을 한 뒤 마주치면 샐쭉 하고 고개를 돌리며 못 본체 하고 그러더니 반장이 됐다더니 생각이 달라 졌는지 일 하는 사람 붙들고 한참 수다를 떤다. 그런데 그냥 수다만 떨면 좋았을것을 말전갈까지 한다. 주차장 건너 하얀집을 가리키며 "저 집 여자 얼마나 싸가지 없는 줄 아세요? 글쎄, 이 집<우리 집>이 동네 분위기 흐려논다나? 망신을 시킨다나? 글쎄, 그러더라고요." 열이 확 뻗친다. "그래요? 아니, 무슨 여자가 그래? 어떻게 남의 집 가지고 그딴 소리를 하냐? 안그래도 집이 후질근해서 수리는 하고 싶고 형편은 안 되고,그래서 늘 신경이 쓰이고 그러는데..... 아니 그렇다고 망신이라니, 우리 집 때문에 자기가 망신 당했대요?" 별 희안한 여자 다 보겠네..누구는 집 수리 할 줄 몰라서 못 하나? 돈이 없어서 못하지, 돈 없는 사람은 이 동네 살지도 못하겠네? " 내가 열을 내자 뒷집 여자 더 신이 나서 떠든다. "그러게 말예요, 저 집은 터가 그런가봐, 먼젓번 여편네도 싸가지가 없더니 저것도 그래요. 아무리 싸가지가 없어도 그렇지.. 아이고 상대하지 마세요. 저ㄴ, <욕까지 한다> 지네 담장 이천만원 들여서 했다고 동네방네 떠들어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참으세요. 저런 ㄴ 상대할 가치도 없어요." 들어서 기분 나쁠 말 전해줘서 열 받게 하는 여자나,돈 좀 있다고 이사 오면서 새로 한 담장 몇 달만에 허물고 다시 하면서 남의 집 낡은것까지 말거리로 잡아 지껄이는 저집 여자나. 그 밥에 그 나물이지, 싶으면서도 자꾸 열이 난다. "아니, 그럼 반장님같으면 그런 소리 듣고도 가만 있겠어요? 나쁜 여편네, 지가 돈이 있으면 얼마나 있어?" 평소에 나 답지 않게? < ㅎㅎ나 다운게 뭔데..> 막말까지 하고 있는데, 앞 집 여자가 지나가다 끼어든다. "아까 보니까 나무 자르시데요. 대단하세요." 나아~참, 나무 자르는게 대단하다니... 도대체 이 동네는 귀족들만 사나? "그럼, 돈 없는 사람이 대단하기라도 해야 살지요." 불쑥 내뱉으니 좀 듣기 그랬는지, "아이, 왜그러세요. 무슨 일 있었어요?" " 아니, 그냥 그렇다는 얘기지요."
내가 대단하기는 한가? 조경 아저씨도 "다른사람들은 다 돈 주고 버리는데, 사모님은 대단하셔요. " 하더니... 뭐가 대단한 건지 모르겠다. 웬만한 사람들 다 이렇게 살지 않나?
처음 내가 집 지어서 이사 올 때는 집이라고는 우리집에서 뚝 떨어진 큰 길가에 두 채랑 공원 앞에 한 채 달랑 있을 뿐, 큰 길 건너 아파트 주민들이 가꾼 채소밭만 있는 허허벌판이었는데 호주에 가서 일년 있다가 와 보니 대궐같은 집들이 들어서 완전히 딴 동네가 되어 있었다. 누구집이 더 이쁜지 내기 하는것처럼 집마다 특색 있고 근사한 그런 동네에, 이층집이라는것 빼고는 평범하기짝이 없고 게다가 지은 지 오래 되어 후질근한 모양인 우리 집, 그 곳에 끼어 있는것이 때로는 불편 할 때도 있기는 하다. 그 불편한 심기를 저 돈 많은 여자가 불을 질렀다.
그런데 오늘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남의 집 가지고 지껄이는 돈 좀 있다는 여자나, 그 말을 전해주는 여자나, 그런 말에 열 받는 나나, 다 밥 먹고 할 일 없는 여편네들의 살림에 하나도 보탬이 안되는 쓸데 없는 짓거리들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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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줄리아의 집 원문보기 글쓴이: 줄리아
첫댓글 언니네 집 너무 좋던데.....벽난로의 추억 이걸로 시하나 써야지
추억 치고는 너무 썰렁할텐데..ㅎㅎ 하필이면 내가 새벽에 나가느라, 꼭지 가는것도 못보고...
하느님 앞에는 싸우는 사람은, 잘한 사람도 못한 사람도 다함께 심판감이지요 , ㅎㅎㅎ열내시는걸 보니 아직도 젊으세요 파이팅!!ㅎㅎㅎ
심판? 겁나요~~~~~
너무 서운해 마세요,,,그들은 걷치래 남에게 보이기 위함도 있게지요,,,,물론 다 그러 하겠지만 줄리아님에게는 손 때묻고 추억이 있는집 아름다운 마음이 있는 집인걸요,,,,집없는 분들이 보시면 서운타 할 꺼예요,,,마당잔디도 있고 분위기 있는 벽난로 향나무 다닥다닥 타는 소리가 좋던 걸요 새로 지을 생각 마세요 벽난로 만드실분 안계시잖아요,,,,,ㅎㅎ
잘 읽었습니다. 저는 가운데 집 마나님이 좋네요. 부럽고요. 삶은 삶의 시선에서 시작되는거라 여겨서겠지요^^.
에고 ..


..향나무 아깝버라






비싸다든데`


잘라버리셨구만요

말 그대로 향기나는 나무이구만



후후!~~ 양지바른 들녘 개울에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처럼 아기자기한 삶의 향기를 느꼈습니다. 오손도손 정겨운 이웃이 되어가기를 바랍니다.
아고 집없는 사람이 보면 눈물 났겠네요 향나무도 아까워라 새집이 아니라도 잘 가꾸면 운치있고 좋겠지요 ....부럽네요.^^
줄리아님의 글을 보면 항상 맘이 편안하답니다...가끔 일산에 가면 생각이 나는분이지요...초대해주시면 기꺼이 차한잔 마시러 가겠습니다..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