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의 첫사랑을 보고
감독 : 김태균
배우 : 이연희(은환), 현빈(재경)
추석연휴에, 사촌동생이 보자고 졸라서 함께 보았던 영화이다. TV에서 홍보도 많이하고, OST도 꽤 알려졌던 영화라서 흥미있었던 영화였는데 보지 못해서 아쉬웠던 기억이 났다.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백만장자인 현빈과 산골에서 살고 있는 순수한 소녀 이연희가 첫사랑으로 등장하는 멜로영화였다.
오만하고 당당한 백만장자 재경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등학교 졸업장을 가져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산골로 오게 되는데 비뚤하게 보여지는 태도가 너무 과장되어서 초반에는 어색한 느낌까지 들었었다. 하지만 지독히도 이기주의적이고,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고 생각하는 물질만능주의자인 재경이가 순수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당황하고, 어색해하다가 나중에는 동화(?)해 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훈훈하게 느껴졌다. 중간중간 나오는 마을 사람들의 천진한 모습때문에 웃기도 많이 웃었던 장면이었다. 재경이가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정을 느끼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알게 되는것을 지켜보면서 할아버지가 유언에 남겼던 의도가 여기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재경이는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고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것 처럼 보였지만, 사실 할아버지로 부터 가장 깊은 애정과 관심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고아원에서 자란 은환이가 엄마를 만나러 갔던 장면도 꽤 인상깊었다. 앞에 잠깐 나왔었던 부분이었지만, 마지막에 은환이가 죽었을때만큼 나에게는 슬프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나는 한눈에 엄마를 알아보는데, 엄마는 엄마 자식인데도 왜 날 못 알아봐 , 속으로만 말을 삼키면서 엉엉 우는 은환이의 모습이 너무 처량해서. 정말 엄마가 은환이를 잊고 살아가는 것만 같아서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은환이가 심장이 약해서 격한 감정표현을 자제 해야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들었을때, 실망했다. 멜로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 혹은 남자 주인공이 죽는 건 흔한 일이고 이 영화도 비슷한 결말이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예상할수 있는 결말이었기 때문에 약간 맥이 빠졌다.
하지만, 예상할수 있는 결과였음에도 불구하고 은환이가 재경이의 어깨에 기대어서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 장면은 슬펐다. 설마 죽을까 싶어서 가슴이 조마조마 했었는데 , 은환이 책상에 놓여진 흰 국화가 놓여진 순간까지 얼떨떨한 느낌이었다.
은환이를 사랑하며 함께하고, 다시 혼자가 되면서 재경이 처음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말처럼 그의 사랑은 이루어 지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간 은환이를 잊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산을 포기하고 보육원을 지속을 택한 재경이에게 할아버지가 남긴 유산. 할아버지 덕택에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었고, 은환이를 만날수 있었을 테지만 그래도 안타까운건 어쩔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