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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1 -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며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김용택
1948년전북 임실군 진메마을에서 태어났다
. 소설책, 만화책 읽기를 좋아했으며 1969년 순창농림고교를 졸업하였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한다.
1982년 창작과 비평 의 21인 신작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1외 8편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시작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읽고 문학에 첫 관심을 가졌으며
박목월, 이어령, 서정주 등의 전집을 읽었다.
그는 발레리 시 중에 ‘바람이 분다/살아 봐야겠다’를
늘 가슴에 새겨두고 삶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되었다.
김소월과 백석을 잇는 서정시인
박절하고 매몰한 도시적 삶을 동글게 순화시키는 자연의 원초적인 힘이처럼 그의 시는 자연 그 자체로 숨쉰다. 그의 시를 읽는 맛의 버금이 이런 정갈한 풍경화를 감상하는 쏠쏠한 재미라면.
이처럼 그의 시는 이 삭막한 세상의 한켠에서, 뭔가 어그러진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개선하고 회복하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박절하고 매몰한 도시적 삶을 동글게 순화시키는 자연의 원초적인 힘이 내재해 있다. 모두가 '비싸게 팔릴 사람이 되어라'고 웅변하는 지금, 그의 시는 우리들에게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가'를 나직한 목소리로 찬찬히 따져 묻고 있는 것이다. |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명옥씨 올여름 맛이갔나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