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일정이 비어있는 일요일 저녁.
이런 날은 친한 사람들 아니면 만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서클후배와 벼루어서 다른 후배 하나와 만나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집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교대역의 한우향기를 갔다.
이 집은 원래 북한산 구기동에 본점이 있으나 나는 집 가까운 이곳을 종종들른다. 들어서자 말자 어디가 가장 시원한 곳이지? 하고 물어 자리를 잡고
먼저 대창 일인분과 특양 일인분을 시켰다.
간단한 기본 반찬들.
와인을 제대로 마시려면 매운 고추는 먹으면 절대로 안된다.
내가 셀러에서 꺼내어 가지고 간 잘 익은 칠레산 알마비바.
이 집의 장점 중 하나는 코키지 챠지가 불과 3천원 밖에 안 받는다는 점.
젊은 주인이 와서 보고는 좋은 술이네요, 한다.
그래, 좋은 술은 좋은 자리에서 좋은 사람들과 마셔야 진가가 발휘되지요.
후배가 한 모금 음미를 하고는 "형님, 오늘 입이 호강합니다." 라고.
숯위에 구리 불판, 이게 정식이지요.
올라간 특양과 대창.
특양 1인분을 추가하고.
옆에는 서비스 새우.
샐러드.
편안한 차림의 불콰한 우리 일행들.
아무래도 내가 끼면 건강이야기가 주로.
한 후배가 맛있는 대창구이을 앞에두고 2일간 입원하여 다발성 용종 절제술을 받았다고 이야기. 내가 작년 2월 일본 이시가와현에 관광을 하고
인천공항에서 휴대폰을 켰더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아는 1년 후배가 "형님, 저 혈변을 보았어요." 라는 걸
"내일 병원에 가서 이야기 하자," 로 전화를 끊고
다음날 대장내시경을 예약을 해주었더니 요리저리 핑게를 대면서 안 하려는 걸, 내가 야단을 쳤지요. "너 나중에 똥창이 막혀서 배가 뽈록해져 후회하면 안된다."
억지로 시킨 결과 대장암의 초기.
복강경수술과 항암요법으로 일단 치료를 끝낸지 일년이 훨씬 넘었다.
마지막에는 이 집의 따로 국밥 된장찌개는 꼭 먹을 것.
국밥 2인분을 시키니 1인분으로 충분하다고 종업원이 말린다.
이차는 옆의 스타벅스에서 치즈케이크와 피칸파이,
그리고 에소프레쏘, 카페 라떼와 아메리카노 커피로 끝내고
즐거운 저녁시간을 가졌다.
첫댓글 난, 알마비바가 좋은 술인지 몰랐습니다. 양은 콜레스테롤이 많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