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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무지갯빛 해안도로
흐린 날에도 걱정 없는 일곱 빛깔 바닷길
무지갯빛 해안도로 일몰 / 사진=한국관광공사 라이브스튜디오
탁 트인 바다를 보겠다고 나선 드라이브 길, 막상 도착하면 흐린 하늘과 단조로운 백사장뿐이라 셔터 한 번 제대로 못 누르고 돌아선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파란 하늘이 없으면 바다는 그저 회색빛 물결로만 남고, 근사한 인생샷은커녕 평범한 풍경 사진 몇 장이 전부인 여행이 되기 쉽다.
애써 시간 내어 떠난 바닷가 여행이 흐린 하늘 하나로 밋밋한 기억이 되어버리는 건 생각보다 흔한 아쉬움이다. 경남 사천에는 이 아쉬움을 색으로 정면 돌파한 무지갯빛 해안도로가 있다.
무지갯빛 해안도로
무지갯빛 해안도로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천 무지갯빛 해안도로(경상남도 사천시 용현면 금문리 212-3)는 용현면 종포마을에서 남양동 미룡마을까지 이어지는 6.2km 구간이다.
도로 경계석 전체가 무지개색으로 도색돼 있어, 하늘빛이 흐린 날에도 눈앞의 색채만으로 사진이 완성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흔한 해안 드라이브 코스가 파란 하늘에 의존해야 사진이 산다면, 이곳은 도로 자체가 배경이 되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덜 받는다.
특히 오전에는 직사광이 경계석 색감을 또렷하게 살려주고, 오후에는 노을빛이 무지개색과 겹쳐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니 같은 장소라도 시간대를 바꿔 다시 찾을 이유가 생긴다.
대포항 방파제 끝에 선 조형물
사천 대포항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포토존이 마땅찮아 아쉬웠던 여행이라면 인근 대포항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방파제 끝부분에는 최병수 작가가 제작한 약 6m 높이의 여인 얼굴 조형물 '그리움이 물들면'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지갯빛 도로가 색으로 시선을 붙잡는다면, 이 조형물은 규모와 형상 자체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셈이라 두 장소를 이어 걸으면 사진 구도의 폭이 한층 넓어진다.
거북선마을에서 이어가는 여정
거북선마을 / 사진=거북선마을
색을 즐겼다면 다음은 이야기를 만날 차례다. 임진왜란 당시 사천해전의 격전지였던 거북선마을(경상남도 사천시 용현면 사천대교로 75-61)에서는 갯벌 체험과 거북선 길 탐방, 굴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안도로가 시각적 즐거움을 채워준다면 이곳은 몸으로 부딪치는 체험으로 여행의 밀도를 더해주는 구간이다.
무료 개방에 평탄한 접근성
무지갯빛 해안도로 탐방로 / 사진=한국관광공사 장정수
여행 계획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결국 비용과 이동 편의다. 사천 무지갯빛 해안도로는 별도의 입장료 없이 무료로 운영되며, 정해진 휴일 없이 연중무휴로 개방된다.
게다가 탐방로 일대 바닥이 평탄하게 정비돼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하는 방문객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으며, 드라이브객을 위한 주차 공간도 별도로 마련돼 있어 차를 세운 뒤 도로를 따라 걸으며 색을 눈에 담기에도 부담이 없다.
바다는 원래 파란 하늘이 있어야 빛나는 풍경이었지만, 사천은 도로 자체를 색으로 물들여 그 조건을 뒤집었다.
무지갯빛 해안도로 갯벌 / 사진=한국관광공사 라이브스튜디오
하늘의 기분에 여행의 만족도를 맡길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에서, 이곳은 기존 해안 드라이브 코스와는 다른 안전판을 하나 마련해 둔 셈이다.
무료로 연중 개방되는 데다 이동 접근성까지 갖춘 만큼, 다음 바다 여행 계획에는 하늘의 상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 길을 한번 넣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