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2대 국회가 시작되는데...
어제 21대 마지막 국회 모습을 보셨습니까? 민주당은 '셀프 특혜' 논란에 싸인 민주화유공자법을 비롯해 다섯 법안을 일방 처리했다. 그중 넷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럴 줄 알면서도 마지막 날 굳이 처리한 건, 거듭 거부권 행사를 누적시켜 대통령을 몰아붙이겠다는 뜻이다. 22대 국회에서 새로 처리하면 또 그만큼 정치적 효과가 커질 테니까.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결은 여당 찬성 표가 많지 않아 부결됐지만 국민의힘은 특검 저지에 온 힘을 쏟느라 상임위를 사실상 보이콧했다.
그 바람에 여야 이견이 거의 없는 민생 법안들이 줄줄이 폐기됐다. 모성 보호 3법, 방사성 폐기물법, 반도체 세액 공제 연장법, 유통산업발전법, '구하라법'등이다.
집권당이 국민 실생활과 국가 경제에 긴요한 법안들을 정쟁 도구로 삼아 거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21대 국회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당대표 방탄으로 날을 지샜다. 그 대미를 여당은 민생 입법 폐기로 장식했다. 사상 최악의 '국회'였다.
오늘부터 제22대 국회가 시작된다. 새 국회도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을 것 같다. 제22대 국회가 특검이니 탄핵이니 하면서 시작부터 날선 정국이 예상되지만 과유불급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한동훈 특검과 대통령 탄핵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조국혁신당은 말할 나위가 없다. 사흘이 멀다 하고 탄핵과 개헌 동시 추진을 외친다.
○ 과거 이런적도 있는데...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의결 당시 점통(占筒)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젊은 세대들은 잘 모를 것이다.
당시 제2야당인 새천년민주당의 황태연 국가전략연구소장이 2004년 3월 12일 새벽, 불 꺼진 국회 조순형 새천년민주당 대표실에 홀로 앉아 점통을 흔들었다.
그가 뽑은 괘를 요약하면 ‘적장의 목을 벨 운세’였다. 몇 시간 뒤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새천년민주당은 제1야당 한나라당과 함께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거센 저항과 절규를 뚫고 노무현 탄핵안을 밀어붙였다.
국회 의결 후 아이러니 하게도 ‘적장의 목을 벨 운세’ 이 ‘운명’은 다름 아닌 새천년민주당 조순형 대표의 목이었다.
황태연 국가전략연구소장은 헤겔과 공자 등 동서양의 정치철학을 넘나든 당대의 정치철학자다. 특히 주역(周易)에 관한 한 그를 범접할 사람을 찾기 힘들정도의 인물이 황태연 연구소장이다.
더구나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책사였고, DJT(김대중 김종필 박태준) 연대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었다. 탄핵은 그런 것이다.
입에 담는 것조차 두려워 해야하고, 탄핵에 나선 당사자들조차 자신들의 운명을 점쳐야 할 만큼 가슴 떨리고 실떨리는게 탄핵이다. 그 한 번의 탄핵이 무위에 그치더니 또다시 한번의 탄핵이 성사되면서 정치의 판은 뒤바뀌었고 무임승차한 무능한 내로남불의 정권은 민의의 질타로 5년만에 정권을 넘겨줬다.
2022년 대선 0.73%, 2024년 총선 5.4%로 예리하게 갈린 분열 구조 속에서 거리낌없이 ‘대통령 탄핵’을 운운하는 나라가 됐다는게 웃픈 현실이다. 과유불급일 것이다.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에선 “채 상병 특검법을 거부하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거부하면…” 하면서 탄핵을 입에달고 말한다. 특검은 빌미일 뿐 탄핵으로 내닫고 싶은 속내를 애써 감추지 않는다.
○ 조국혁신당 대표가...
“22대 국회 첫 번째 행동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
“22대 국회 개원 즉시 ‘정치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관련 의혹 딸논문 대필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한다”
조금이라도 의식있는 정치인이라면 입에 담기조차 두려워해야 하는게 ‘탄핵’일진데 거침없이 말하고 벼르는 세상이다. 특검 탄핵 개헌이 뒤엉킬 혼돈의 정치판 갈라 터진 두쪽난 민심의 세상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이래저래 국정 혼란에 민초들만 고달픈 현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