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임이 생기면 클럽은 망한다
나는 청장년 시절에 테니스를 대전에서 10여년, 공주에서 10여년 도합 25년 정도 했다. 오랫동안 테니스를 하면서는 갑질이라고 할 만한 일을 2회 당했는데 그것도 일회성 갑질이고 전국에서도 최고의 텃새를 자랑한다는 공주에서 였다. 과거에 대전에서는 갑질(텃새)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을 정도로 외지 사람들이 살기에는 전국에서 최고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공주는 토박이들도 갑질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자신들이라고 한탄하는 사람도 있었다. 같은 대학출신이라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본의가 아니라도 출신고에 따라 줄이 서지고 인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공주의 한전 변전소에 테니스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당직을 하던 젊은 친구가 남보다 늦게 온 나에게 먼저 들어와서 경기하자고 해서 싫다고 했더니 자기말을 듣지 않으려는 여기로 운동하러 오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의 한전 선배에게 말했더니 어떻게 했는지 그후 몇년 동안 그 사람이 운동장에 나오는 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한번은 성당 테니스장에서 경기하다가 심판이 카운트를 잘 못해서 문제가 됐지만 게임이 종료된 것은 아닌데, 상대가 우리팀에게 게임 그만하고 나가라고 요구했다. 평소 인격적으로 좋아보이는 사람인데, 성당과 클럽활동을 함께하는 자신의 대학선배가 나의 파트너였는데 이상하게 억지를 부린다 해서 알아봤더니 그와 내 파트너의 출신 고등학교 달랐다.
2010년 여름 배드민튼 동호회에 처음 가입한 노은클럽에서 회장의 갑질로 3개월 만에 문을 닫고, 마누라의 레슨을 받기 위해서 장애인 체육관에 가서 그곳의 터줏대감들에게 역겨울 정도의 갑질을 당했다. 다음에는 덕송클럽에서 대회 출전 문제로 다투기 시작한 임원진들에게 조직적인 갑질을 당하고, 신규 가입한 노은파워에서는 임원진들에게 이적신청에 대한 항의를 하다가 갑질을 당했다. 어느 곳이나 갑질의 연속이고 패거리를 이룬 사람들에 의한 조직적인 갑질이다.
과거에 테니스는 프로 경기에서도 가까운 상대에게 일부러 공을 쳐 위협하면 항의했다. 베드민튼은 경기 중에 일부러 가까이에 있는 상대의 몸에 콕을 치는 것이 좋은 공격방법이다. 이런 상반되는 경기 운영의 차이가 동호인들의 인격 형성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 인격 형성기를 지나서 배드민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클럽에 말이 많은 것은 여자들이 많아서 그렇다는 성차별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갑질의 주동자들은 항상 남자였으니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
내 생각에는 한국사회 전체에 갑질이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중기업을 중기업은 소기업에 갑질하고 사장은 사원을 종이나 머슴취급하며, 강한자는 약한자에게 갑질하고 착취하는 구조가 정착되었다. 을들도 오랫동안 앞장서서 저항하면 더 크게 손해를 보는 억압된 사회에서 살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배운 처세술 역시 자신보다 더 약한자를 짓밟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는 나보다 어린 사람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먼저 인사를 하는 타입이다. 그러나 학교에 다닐 때 10여년간 태권도 선수생활을 해서 그런지 갑질하는 상대가 강하면 어떻게 이길까 궁리를 하지 피하자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내가 클럽에서 공공의 적이 되고 왕따당하는 이유는 알면서도 굴종하거나 피하지 않는 성격 때문일 것이다.
패거리를 이루어 클럽을 장악한 덕송과 노은파워의 임원진들은 혼자이고 약해 보이는 상대가 오히려 자신들을 공격하는 듯한 자세에 아주 큰 불쾌감을 느끼고 자존심이 상하는지 적반하장으로 나에게 분노한다. 그리고는 집단사고로 무장하여 나를 나쁜놈으로 만들고,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점점 더 갑질을 심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담해서 나를 공격하던 사람들의 대다수는 나와 별다른 대화조차 해보지 않고 인사나 하는 관계였다.)
임원들이 갑질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아서 기던지 탈퇴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만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서 잘 알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사람은 자신도 갑질 당할까봐 슬슬 눈치보면서 왕초보 때부터 함께 경기하고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던 사람을(가장 기분 나쁜 부류다) 모르는 척 피하고 심지어 함께 왕따에 가담하기도 한다. 그럴수 밖에 없어서 약삭 바른 처신을 했지만 자신의 떳떳하지 못한 행동으로 양심의 가책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니, 갑질은 당하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들의 인격까지도 파괴하는 것이다.
노은동의 아파트 밀집지역에 자리잡아 위치가 최고인 노은파워에는 3년 동안 3일이 멀다하고 신입회원이 들어와 작년에는 최대 회원수가 120명 정도 있었다. 신입회원은 많은데 유지가 잘 안되는 이유는 운동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주 체육관에 나올수 있는 사람도 흔지 않고, 나와도 부상당하지 않고 견디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이 가면서 주변에 신생클럽이 4개가 더 생기고 임원들의 갑질이 심해져서 그런지 올해에는 회원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70여명 정도로 되었고, 학교 앞에는 신입회원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이 다시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