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콘 방파제가 고요했다. 정확히는 밤바다가 차분하다. 낮에는 이길을 싸구려 맥주를 마시며 걸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구아바나를 벗어나 10분 넘게 베다도 안쪽으로 가고있었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온종일 되내이던 질문이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 담쟁이처럼 뒤엉켰다. 아파트앞 가로등 몇개는 불빛이 선명했다. 에두아르도가 손을 흔들었다. '올라!' 반갑게 함성을 지르고 3층으로 올라갔다. 6명이 흡족할 만한 용량의 론 한병과 특별히 부탁받은 콜라 2리터 한병을 손에 쥐고 있었다.
넬다와 로라, 마리엘라와 에두아르도는 며칠후 아바나를 떠나는 나와 블랑카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들의 공동자택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아바나를 떠나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히 슬펐다. 음악을 틀었고 살사를 췄다. 론에 콜라를 타서 마시니 부드럽고 감미롭다. 가난한 예술가는 바나나튀김을 만찬으로 내놓았다. 타원으로 두툼하게 썰어 기름에 구운 다음 소금을 약간 뿌렸다. 뜨끈한 부침개를 먹을때 처럼 달고 퍼석퍼석한 알갱이가 씹혔다. 소금은 바나나 감칠맛을 돋우었다. 아쉬운 포옹으로 헤어지면서 '바나나튀김이 정말 맛있었다.'라는 진심을 잊지않고 전했다.
돌아오는 길 말레콘은 여전히 고요했다. 블랑카와 나는 서로 다른 풍경을 바라보며 같은 생각에 빠졌다. 우리의 이별식에서 울음을 쏟을 기세였지만, 참을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들이 우리보다 더 슬펐을지 모른다. 오래된 슬픔은 인자한 눈빛에 숨어있기 마련이다. 넬다의 눈빛이 그랬다. 입술을 앙다문 나를 토닥이던 그녀의 손길이 구슬펐다.
9년이 흘렀다. 우리는 아직 이별하고 있다. 말레콘은 수만 번의 폭풍과 고요를 마주하며 의연하겠지. 그날 밤 바나나 한송이도 사갔다면 양보하느라 망설이지 않고 물리도록 먹었을지 모른다. 그럼 달달한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을까.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쿠바 아트그룹 - 그룹의 유일한 남자멤버 에두아르도(Eduardo) - La reina de Carnaval 카니발의 여왕 마리엘라(Mariela) - 줄리아 로버츠를 닮은 나의 춤선생님 로라(Lola) - 그룹 의 총감독 넬다(Nelda Castillo)
첫댓글 로라는 내가 아는 로버츠가 아닌가 보네...
실물은 거의 흡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