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곡물을 수출할 수 있는 새로운 흑해 안전 항로가 앞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지난 7월 러시아의 '흑해 곡물 협정' 파기후, 새 안전항로 개척에 몰두해온 우크라이나 측에게 두어 달만에 희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16일 우크라이나 흑해항구 초르노모르스크에 입항한 외국 선박 두 척 중 한 척이 곡물을 싣고 사흘 뒤(19일) 루마니아 흑해 해역에 안전하게 도착한 것이다. 러시아의 '흑해 봉쇄' 경고를 무시하고 운항에 성공한 첫번째 선박이다.
이후 루마니아 해역을 이용한 새 항로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해상 반출이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게 높아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약 3천톤(t)의 밀을 싣고 초르노모르스크 항을 출항한 팔라우 선적 화물선 '리질런트 아프리카'호가 19일 저녁 9시 50분께 루마니아 해역에 진입했다. '리질런트 아프리카'호와 함께 흑해항에 입항한 '아로야트'(Aroyat)호도 1만7천톤의 밀을 싣고 22일 초르노모르스크항을 떠났다. 목적지는 이집트다.
흑해 새 항로를 따라 운항하는 화물선/사진출처:텔레그램 @miUkraune
두 척의 화물선이 이용한 '흑해 임시 (안전) 항로'는 우크라이나 항구에서 루마니아 영해와 흑해 서부 해역을 거쳐 튀르키예(터키)의 보스포러스 해협으로 이어진다. 우크라이나 측은 국제 해운업계로부터 이 항로의 안전성을 인정받기 위해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오데사항에 발이 묶여 있던 외국 상선 5척을 과감하게 출항시켰다. 이어 '리질런트 아프리카'호와 '아로야트'호를 대상으로 이 항로의 안전성 확인 운항에 들어갔다.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잇따라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의 러시아 흑해함대 본부및 해군 전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영국이 공군기를 흑해로 띄워 해상 정찰을 시작한 것은 궁극적으로 새 항로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알렉산드르 쿠브라코프 우크라이나 교통·인프라부 장관은 "러시아에 의해 '흑해 곡물 협정'이 파기된 뒤, 우크라이나는 기존의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와 초르노모르스크, 유즈니항(港)에서 터키 이스탄불의 보스포러스 해협으로 가는 '임시 안전 항로'를 개척해 왔다"며 "이 항로를 통해 상선 5척이 출항하고, 2척의 화물선이 입·출항함으로써 새 항로의 안전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로이터 통신은 미 국무부의 제임스 오브라이언 국제 제재 담당 국장을 인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통행을 통제하지 않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흑해 항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은 앞으로 몇 주 안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척의 화물선이 이미 새 항로를 안전하게 운항했고, 세 척이 우크라이나항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의 파기로 노렸던 목표가 바뀔 수 있으며, 기존 입장을 재고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곡물뿐 만아니라 광석, 심지어는 무기를 포함한 다양한 물품을 우크라이나 항구로 반입할 수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설정한 흑해 임시 항로를 운항한 '레질런트 아프리카'호/사진출처: X(옛 트위트)
'흑해 곡물 협정' 파기 후, 흑해를 운항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사실상 '정선(停船)과 검열' 조치를 선언한 러시아 측은 지금까지 이 선박들의 운항을 막지 않았다. 이용 선박의 수가 소수에 불과하고, 높은 보험료에다 위험한 전투 지역(흑해 항로)으로 선박을 투입할 선주도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가 앞으로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국제 곡물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해상 수출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고 보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곡물을 실은 첫 번째 선박이 초르노모르스크 항구를 떠난 후, 세계 밀 가격이 곧바로 떨어졌다. 지난 19일 밀 선물 가격은 전날 2.2% 하락한 데 이어 1.3% 떨어진 '부셸'(bu, 밀 무게 측정 단위)당 5.84달러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확 모습/러시아 매체 텔레그램
동시에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들이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됐다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논평이 주목을 끌었다. 러시아가 늘어나는 외국 선박의 흑해 새 항로 운항을 계속 지켜보기만 할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