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되신 동정마리아의 자헌 기념
성모는 세 살 때에 스스로 자기를 하느님께 바쳤고, 일곱 살 때에 그 양친이 성전에 봉헌하였다고 전해온다.
성교회의 학자들과 신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원죄의 물듦이 없으신 마리아는
비록 어렸을 지라도 그 지혜의 발달이 보통 사람들과 달라서 세 살 때 자발적으로 자기를 하느님께 바쳤으며, 날마다 하시는 성전의 일을 당신의 지혜로써 판단하여 사람들이 놀랄만한 처리를 하셨다.
특별히 놀랄 일은 세 살 된 어린 마리아께서 종신 동정을 하느님께 약속하셨고 영혼 육신을 바치기로 결정하셨다는 점이다.
이것은 보통 사람들로는 도저히 생각지도 못할 일이며 오직 원죄에 물들지 않으신 성 마리아 만이 행하신 일이다.
성모님의 이와 같은 자신의 봉헌을 기념하는 축일이 성모 자헌 축일이다.
(가톨릭교리사전에서)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율법에 의하면 이스라엘의 부모들은 아이를 낳으면 사내아이는 40일만에, 여자아이는 80일 만에 성전에 가서 하느님께 봉헌하도록 되어 있다.
이 예식은 아기 편에는 봉헌이 되고 어머니 편에는 취결(取潔)이 된다.
성모 마리아도 유다 인으므로 관례에 따라 그 아버지 요아킴과 어머니 안나에 의해 봉헌식을 받으셨다.
그러나 여기서 이야기하는 봉헌은 그런 의미에서가 아니다. 같은 봉헌에도 또다른 것이 있다.
즉 당시 유다의 풍속으로는 남자건 여자건, 일평생 혹은 어떤 기간 중 성전에 기거하며 자기의 능력대로 여려 가지 일을 하며 하느님께 봉사하는 일이 있다.
물론 남녀 동석 동거가 허락되지 않고 봉사의 종류에도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면, 여자는 성전내의 장식품, 사제의 제복을 제조 또는 수선하는 일이며, 남자는 예식의 준비 등인 것이다. 성서의 연구, 시편 낭송 묵상 등은 공동으로 한다.
이러한 사람들을 ’나자렛’이라 불렀는데, 연령 차이도 구구하고 개중에는 부모가 의탁한 갓난아기도 있었다.
이런 경우는 대개 그 부모가 어떤 뜻을 채우기 위해 하느님께 아이를 낳으면 이를 하느님께 봉헌하겟다고 서원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며, 사무엘 같은 부도 그 예의 하나다.
즉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는 늦도록 아이가 없었으므로 하느님께 눈물로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사내아이를 주시면 하느님께 봉헌하겠다고 서원했다.
과연 1년후 사내아이인 사무엘을 낳았고, 서원대로 그를 4세 때에 성전에 바쳤고, 그때부터 그는 성전에서 양육되었으며 그곳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비록 이런 사람들의 경우일지라도 반드시 일생을 성전에 머루르며 동정을 지켜야 되는 것은 아니며 나이가 차면 본인의 의사대로 자유로이 적당한 배우자를 취할 수도 있었다.
이런 종류의 봉헌은 율법에 있는 의무적인 봉헌은 아니다.
그러나 신심이 두터운 부모들은 거의가 그 자녀들을 성전에 바쳐서 그들의 종교심 함양을 도모했다.
성모 마리아의 부모도 그러한 의미에서 세 살 된 그녀를 성전에 봉헌한 것이다.
많은 교회 박사와 신학자들의 말대로 완전히 원죄의 구속에서 벗어난 마리아의 지혜 발달은 보통사람보다 현저히 뛰어났다.
그러므로 다른 아이들은 부모의 의사에 따라 성전에 봉헌됨에 반하여 성모는 비록 어린나이지만 이미 자발적으로 자신을 주님께 바쳤으며, 또 여러 가지 임무에 있어서도 맹목적이 아니고 분별있게 훌륭한 봉사를 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연약한 나이에 이미 종신 동정 서원을 발했으며, 다만 하느님만을 위하여 영육간의 일체를 바치기로 했으니 이는 고금을 통하여 아무에게도 비할 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 같은 종신 동정 서원을 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성 요셉과 혼인할 것을 명 받자 요셉과 의논해 서로 동정을 지킬 것에 합의 했으므로 이것이 하느님의 뜻임을 깨닫고 안심하여 출가할 것을 승낙했던 것이다.
이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며 참으로 온갖 것을 하느님의 뜻에 맡긴 성모 마리아의 면목을 뚜렷이 나타내는 것이다. 하여간 그녀가 성전에서 성서를 공부할 때에는 얼마나 심각하게 스승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을까?
또 기도나 시편을 읊을때에 그녀의 태도는 얼마나 경건했을까?
매일 겪는 모든 일들도 얼마나 부지런히 했을까?
생각만 해도 그 성스럽고 정성스러운 모습이 눈앞에 어려 무엇인가 정다움을 느끼게 한다.
어린 마리아는 후에 천주의 어머니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다만 아무 잡념 없이 자기 의무를 그날 그날 충실히 채워나갔을 뿐이다.
그러는 동안에 그녀의 덕은 연마되어 갔으며 영혼은 빛을 발하고, 예기한 바도 없이 성모로서의 모든 준비가 하나하나 이루어져 나갔었다.
성모 마리아께서 몇살까지 성전에 머물러 계셨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저 가브리엘 대천사가 나타나서 알릴 때는 이미 나자렛의 본가에 계셨으며 15, 6세의 몸으로 성 요셉과 약혼한 때였다.
(대구대교구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