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단체, 적정재배 연구의뢰 2000년 5만t이던 생산량 2020년 41만9000t 급증 전국 무 생산 감소세와 대조 재해보험 제한 등 방안 눈길 다른 작물 풍선효과 우려 지적 해마다 반복되는 제주지역 겨울무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도내 360여곳 겨울무 재배농가가 소속된 제주월동무연합회(회장 강동만)는 올 5월 제주연구원(원장 김상협)에 ‘제주 월동무 적정 재배면적 추정 및 관리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최근 성산일출봉농협(조합장 강석보)에서 연구용역 중간보고회가 열렸다. 회의에는 행정기관·농협·생산자단체 관계자 등 40여명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연구용역 의뢰 배경=2000년 약 5만t에 불과하던 제주 겨울무 생산량이 2020년 41만9000여t으로 급증하면서 제주는 겨울무 주산지로 자리 잡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주 겨울무 평균 재배면적은 6158㏊로 2015∼2017년 태풍과 한파가 제주지역을 강타해 겨울무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났다. 문제는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해 가격이 폭락하는 등 부작용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것. 특히 최근 3년 동안 생산량 과잉으로 시장 격리된 물량은 약 10만t에 달한다. 이에 따라 재배면적 감축 등 생산단계부터 수급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고, 생산자 단체를 중심으로 객관적 근거에 의해 적정 재배면적을 도출하려 움직였다.
◆재배면적 35% 감축 권고=연구용역 중간보고회 보고자로 나선 안경아 제주연구원 미래산업·관광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전국 무 생산량은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제주 겨울무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다”면서 “과잉생산을 해소하기 위한 출구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농가 인건비를 비롯한 영농비용 전체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겨울무 생산원가는 490원(1㎏ 기준)이고, 이 가격을 지지하기 위한 적정 재배면적은 3913㏊라고 분석했다. 이는 제주연구원이 조사한 지난해 재배면적(5990㏊)보다 약 35% 적은 면적이다. 그러면서 태풍과 한파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고지대 재배면적부터 우선 감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 책임연구원은 “자체 조사 결과 도내 해발고도 150m 이상 지역에서 월동무를 재배하는 면적은 555㏊로, 이는 전체 재배면적의 10%에 육박한다”면서 “고지대 재배면적부터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제한 등 제도개선 필요=안 책임연구원은 “현재 겨울무는 해발고도에 상관없이 어디에 농사짓더라도 재해보험 가입에 제한이 없고 정책 지원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서 “한파나 태풍으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보상받을 안전망이 존재해 농가에선 이를 믿고 무리하게 재배를 이어가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겨울무 재배농가 중 해발고도 150m 미만에서 재배하는 농가의 피해율은 36.1%였던 반면 150m 이상에서 재배하는 농가의 피해율은 40.1%로 더 높았다. 저지대 농가들이 상대적으로 보험료를 더 많이 부담하는 셈이다.
◆풍선효과 우려=겨울무 재배농가가 다른 작물로 전환하면 풍선효과로 인해 오히려 다른 작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고영찬 제주고산농협 조합장은 “과잉생산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겨울무가 다른 작물로 전환되면 해당 작물이 과잉생산 될 가능성도 고려해 이를 방지할 정책도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강석보 성산일출봉농협 조합장은 “이번 연구는 겨울무 과잉생산 문제가 고착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생산자단체 스스로 적정 재배면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첫걸음”이라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나 다른 작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책적 논의는 추후에 다시 머리를 맞대보자”고 했다. 제주연구원은 추가 연구를 거쳐 8월말 최종 보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서귀포=심재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