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보는 명품시조 157「봄비ㆍ2」외
석야 신웅순
기별도
한 장 없이
봄비 오시는 날
새싹들
꼼지락꼼지락
마중 나오는 것 좀 봐
연초록
새 신 잘잘 끌며
서로 반기려 야단이다
- 윤현자의 「봄비ㆍ2」
봄비가 오니 새싹들이 마중을 나온다. 연초록 새신 잘잘 끌며 야단이다. 어느 봄날 비 오는 날의 풍경이다.
시조는 상이 초ㆍ중ㆍ종으로 연결되어 있어 단 하나의 사건이어야 한다. 초ㆍ중장은 영점사격, 종장은 확인사격이다. 중장에서 탄착군이 제대로 형성되어야 명중할 수 있다.
이것이 시조와 시가 다른 점이다.
한 잎
매화 꽃잎으로
날려도 좋겠다
하늘하늘
봄바람에
온몸을 내 맡기고
섬진강
어깨에 기대어
먼 길 떠나도 좋겠다
- 윤현자의 「낙화, 그 아름다운 소멸」
시인은 말하지 않으면서 다 말을 하고 화가는 그리지 않으면서 다 그린다. 시중유화요 화중유시이다. 시화동원(詩畵同源)이다.
지는 매화꽃잎을 봄바람에 맡기고 섬진강 어깨에 기대어 먼 길을 떠난다는 이야기이다. 이를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렸다.
시는 묘사가 아니라 사물 제시이다.‘그 아름다운 소멸’을‘먼 길’로 제시했다. 먼 길은 떠나는 것이지 오는 것이 아니다. 보물은 깊이 감추어 두어야한다. 이것이 시조 예술이다.
- 주간한국문학신문,2024.11.20.(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