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과 쪽빛 바다를 보면 우리의 마음은 한 없이 평안해집니다. 끝없이 깊은 하늘과 바다는 서로 닮아있습니다. 비온 후 여름날의 하늘은 무섭도록 짙푸르고 바다 빛도 깊은 푸르름으로 가득합니다. 사람들이 파랑 색을 통해서 연상할 수 있는 이미지는 하늘이 23%이며, 물이 10%라고 베레나 카스트(Verena Kast)는 실험을 통해서 이런 사실을 밝혔습니다(V Kast. Das Assoziationsexperiment in der therapeutischen Praxis. Fellbach/Oeffingen. 1980. p 235).
하이메달(Heimendahl)은 파랑에서 가장 쉽게 연상되는 이미지에 대해서 “하늘과 바다의 색으로서의 파랑은 이미 자신의 본질적 특성이 끝없이 먼 곳과 심연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동화에서는 이 색이 경이로움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며,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상징하는 파랑은 취한 상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파랑은 가장 값진 보석의 색깔로 받아들여지는데, 사파이어에 대해서 교황 그레고리는 “공기의 색을 나타내는 사파이어는 기적으로 드러내는 천상의 업적들을 가리킨다”라고 말했습니다. 천국을 묘사할 때 이 사파이어가 등장합니다. 따라서 중세시대에는 사파이어는 천상의 영적 의미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파랑색을 ‘천상의 색’이라고 여겼으며, 사파이어를 명상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를 묵상하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했습니다.
파랑은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으며, 가벼운 마음과 꿈꾸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뤼셔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이 피로하고 병들었을 때 푸른색에 대한 욕구가 증가한다고 말했습니다. 파랑의 종교적인 것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제사장의 의복은 에봇의 색이 파랑입니다. 이는 경이로운 것에 대한 동경을 상징하는 색의 의미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또한 파랑은 그리스도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하이멘달은 파랑을 ‘지속성’ ‘헌신’ ‘진지함’과 연관시켜 ‘심화’ ‘자제’등의 경험 개념과 연결시킵니다.
파랑은 자주 ‘심화색’으로 봅니다. 색채학자들은 파랑은 모든 색 가운데 가장 심오한 색이라고 설명합니다. 쳐다보기만 해도 내부로 빨려 들어가며 아무런 어려움 없이 무한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만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담청색은 ‘몽상의 색’이라고 부르며, 암청색은 ‘꿈의 색’이라고 부릅니다. 프랑스 공산당 사무총장의 아들인 칼럼니스트 안드레 프로사르(Andre Frossard)는 파란 하늘을 보고 처음으로 초월성을 경험하여 자신의 영적 진로를 바꾸었다고 말합니다.
파랑의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심리적으로 밝고 투명한 하늘과 깊고 넓은 물을 경험한 것에 근거합니다. 마음대로 만질 수 없으면서도 모든 것을 보호해주고 모든 것을 덮어주는 무한한 푸른 하늘과의 만남은 초월적인 존재와의 만남이 됩니다. 파랑은 하늘을 상징하며 동시에 하늘로부터 오는 영향을 받으며, 그곳에 존재하는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다양한 체험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따라서 파랑은 상징적으로 하늘의 색이며, 초월자의 색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신성의 색인 파랑은 그래서 하나님을 대신하는 제사장의 옷 색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하나님을 보여주시는 그리스도의 색이 되는 것입니다.
하늘과 바다의 색인 파랑은 광대함과 무궁함을 나타냅니다. 이는 신성의 본질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한 것입니다. 경이로운 것과 닿을 것 같으면서도 닿을 수 없는 하늘은 우리가 실제로 호흡하고 접촉하면서도 무궁하여 전혀 접촉할 수 없는 색으로 느낍니다. 이는 신성을 날마다 호흡하면서도 전혀 가까이 하지 못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파랑은 실존하면서도 초월하는 하나님의 이미지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파랑을 통해서 하나님의 본성을 이해하게 됩니다. 파랑은 투명한 매개체인 공기와 물에 의해서 맑음과 투명성의 속성인 ‘이성적 투명성’ ‘지성적 날카로움’ 등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파란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 익사할 것 같은 두려움이 생깁니다.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은 이를 은유적으로 ‘푸른 불안’(peur bleu)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서양의 마법사들은 파란색 옷을 입고 파란색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중세 서양의 성화에서 푸른 망토는 그리스도의 표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대부분의 중세 초기 세밀화에서 그리스도는 파란 겉옷을 걸치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진리의 통일체 안에 있는 삼위일체
중세 후기 종교화가들은 푸른 바탕을 사용함으로써 초월적 분위를 나타내려고 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파랑은 신의 영역이다’라는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천상의 세계로 들어가도록 기원하기 위해서 파라오의 묘실 내부를 파랑으로 칠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파랑은 항상 강한 정신적 종교적 의미를 암시합니다. 이스라엘 국기의 흰 바탕과 파랑은 유대인들의 겉옷에 단 장식 끈에 흰색과 파란색을 하나로 결합하라는 구약의 율법에 따른 것입니다(Gershom Scholem. Farben und ihre Symbolik in der judischen Uberlieferung und ihrer Mystik. Eranos 1972. Die Welt der Farben. Leiden 1974). 장식 끈은 항상 토라를 염두에 둘 것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유럽의 국가들이 국기에 대부분 파랑색을 포함하는 까닭은 신성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기독교 국가가 대부분인 유럽은 파랑을 통해서 자신들을 보호하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상징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가 날마다 목격하는 파란 하늘과 짙푸른 바다는 공기와 물이라는 생존의 절대적인 요소의 색입니다. 여기서 생명의 근원이 생기므로 그 색을 생명의 색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그리고 그 생명의 근원은 바로 그리스도이므로 파랑은 그리스도를 상징하게 되며, 따라서 신성의 색으로 간주되는 것입니다. 성령이 충만해지면 우리는 파란 색을 환상 가운데 목격하게 됩니다. 꿈을 통해서 파란 색을 봅니다. 그리스도의 임재의 상징으로 우리는 파란 색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