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8강]
파죽지세란 이런 것이다!
7월 14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5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8강전에서 한종진 7단이 이상훈 7단을 254수 끝에 백6집반으로 제치고 가장 먼저 준결승에 올랐다.
호랑이 등에 탄 거침없는 행마였다. 자신감이 듬뿍 베어있는 눈빛으로 반상을 응시한 한종진 7단은 미리 구상해 왔다는 듯 초반 30여수를 후다닥 해치우며 중반전을 대비했다.
승부처는 비교적 빨리 찾아왔다. 중앙 경계선을 둘러싸고 이상훈 7단이 천지대패를 걸어오자 한종진 7단은 화끈하게 패를 해소했는데 이 수가 결과적으로 승착이 됐다. 부분적으론 상변을 떼어준 실리가 커보였지만 한종진 7단은 그 뒤에 감춰진 두터움의 위력을 확실히 꿰뚫고 있었다. 이후 한종진 7단은 중앙 두터움을 이용해 흑의 엷음을 한껏 유린하면서 이상훈 7단의 추격을 무위로 돌려놓았다.
승리한 한종진 7단은 목진석 9단과 한상훈 3단의 대국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32강전에서 대회 우승후보 이세돌 9단을 물리친 한종진 7단은 공교롭게도 이세돌 9단의 형인 이상훈 7단마저 연달아 눕히며 같은 대회에서 형제기사를 모두 이기는 이색적인 기록도 연출했다.
대국이 끝난 후 전화인터뷰에 응한 한종진 7단은 준결승 상대자로 누가 올라왔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그 생각은 아직 못해봤다. 목진석 9단과 한상훈 3단 모두 어려운 상대라 누가 올라오던 크게 구애받진 않을 것 같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강동윤 8단이 이전 인터뷰에서 자기와 한종진 7단을 결승파트너로 꼽은 점에 대해선 “평소 강동윤 8단과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다. 언제인가 동윤이랑 전자랜드배 결승에서 만나자고 농담조로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강동윤 8단이 그걸 염두에 두고 인터뷰를 한 것 같다. 솔직히 무미건조한 인터뷰보다 동윤이처럼 센스 있고 자신감 넘치는 인터뷰가 훨씬 보기 좋지 않은가. 팬들이 이런 면을 더 좋게 보고 예뻐해 줬으면 좋겠다.”며 강동윤 8단의 재치 넘치는 인터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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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전자랜드배 8강전은 7월 15일 저녁 8시부터 이창호 9단과 김일환 9단의 대국으로 이어진다. 사이버오로는 이 대국 역시 생생한 중계로 팬들의 안방을 찾아간다.
한국경제신문사, 바둑TV, 세계사이버기원이 공동주최하고 전자랜드, 서울전자유통이 후원하는 제5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의 우승상금은 5천만원이며 제한시간은 각자 10분에 4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