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앉자마자 곧 따뜻한 물수건을 가져다준다. 손을 닦고 나니 걷어가네. 17:45 기장이 쏼라쏼라한다. 이어서 한국인 승무원이 기장은 누구이며 사무장?은 마이클이며 샌프란시스코까지는 9시간 45분이 걸린다는 등 한국어로 안내 방송한다.
좌석마다 영상을 볼 수 있는 소형 Monitor가 있고 head phone이 있다. 각종 비행정보와 지도가 표시된다. 안전에 관한 안내 방송이 이어진다. 17:50 견인차가 비행기를 활주로로 밀고 가니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18:03 516km/h로 가속하더니 이륙했다.
서울 - 샌프란시스코 5647mile 등이 표시되고 오른쪽창으로 석양빛 물든 도시가 보이더니 18:30 음력 9월 초사흘 초승달이 눈썹 그림처럼 떠있다.
18:45 가벼운 음료를 주문하란다. Red Wine을 시켰더니 소금절인 땅콩과 함께 준다. 잠깐 사이인데 달이 사라졌다.
19:30부터 저녁식사 시간이다. 먼저 Transit한 인도인들에게 그들의 구미에 맞는 식사를 주문하여 나누어주는데 42H에 앉은 인도여자가 먹는 음식은 향취가 차마 표현하기 어렵다.
그들에게 주는 음식 이름은 전채가 Paneer dilrvba, 인도식 cottage 치즈 샐러드이고 주요리는 Soysala kheema, Subzi cutlet, kashmiri pillaw, 으깬 두부, 모듬 야채 cutlet, saffron과 말린 과일 pilaff Curd, chutney와 pickles이다.
우리는 닭찜을 시켰는데 전채는 파스타와 야채 샐러드가 곁들어진 Bay scallops(가리비)이고 주요리는 버섯과 매운 맛 양념의 야채를 곁들인 한국식 닭찜과 쌀밥이다. 롤빵과 버터는 기본이다. 후식으로는 아이스크림이 나오고 음료로는 Red Wine을 시켰다. 기류가 불량하여 기체가 많이 흔들린다.
뜨거운 음식을 배분하기 어려워 배식을 중단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15분 정도 배식이 중단되었다. 20:20 비행 속도(대지속도)는 1118km/h이고 뒷바람은 205~250km/h이다. 고도는 10888~11887m를 가리키고 외기온도는 섭씨 영하42~57도이다.
21:20 기내 소등을 한다. 아마도 취침시간인가 보다. 기체는 흔들리고 옆에서는 부스럭거리고 아이는 울고 잠은 오지 않는다.
좌석 화면의 지도를 보니 인천- 서울- 원주- 도쿄- 캄차카반도- 날짜변경선(International date line)으로 진행한다.
내 시계가 10월 16일 22:00(한국시간)에 비행기가 있는 현지시간은 10월 17일 00:00이다. 우리는 2시간을 뛰어넘은 것이다. 아마도 일본을 지나 사할린쪽으로 들어가 동경 150도를 넘은 것 같다.
22:22(한국시간)에 현지시간이 10월 16일 02:22로 바뀐다. 22분만에 날짜가 바뀌고 다시 20시간이나 뒤로 물러 변경되어 매우 혼란스럽다. 이제 오호츠크해와 캄차카 반도 사이를 지나는 듯하다. 날짜 변경선을 넘은 것 같은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참 어렵다.
여기서 잠깐 미국과 우리나라의 시간에 대해 공부를 하자.
미국은 Summer time(일광절약시간제)가 시행된다. 미국은 연방 표준시간 기준법에 따라 지난 1967년부터 매년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역에서 4월 첫째 일요일에서 10월 마지막 일요일까지 Summer time을 시행한다.
제외되는 지역은 하와이, 애리조나주 등 일부 지역이다. 일광절약시간제가 적용되고 있는 지금은 로스앤젤레스나 우리가 가는 샌프란시스코는 16시간의 차이가 나므로 한국시간에서 16시간을 빼면 되는데 이게 상당히 어렵다. 낮과 밤에 따라 16시간을 빼거나 8시간을 더해야 계산이 쉽단다.
또 유럽도 1996년부터 정한 법률에 따라 일광절약시간제가 매년 3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시작되어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끝난다.
러시아는 매년 시행 일자를 따로 정한다. 유럽의 경우 영국, 포르투갈이 같은 시간대이고,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 대부분 지역이 같은 시간대가 된다.
밖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지도상으로는 알래스카 Cold bay를 지나는데 23:24가 현지시간이03:24로 또다시 한시간이 바뀐다.
밖을 보니 맑은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하고 비행기 날개위로 별빛이 반사되어 반짝인다. 내가 아는 별을 찾으려고 아무리 고개를 돌려보아도 알 수가 없다. 우리가 늘 보아왔던 위도가 아닌 북극에 매우 가까워서였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지도책에서 보았던 Aleution Island(알류션 열도)는 23:41(03:41)에 지나 Bristol Bay에 접근 중이다. 한국시간 10.17 01:00, 현지시간 10.17 06:00, 샌프란시스코 시간 10.16 09:00이다. 시간상 혼란은 대단하다. 차고 있던 시계를 도착지 시간으로 맞추었다.
비몽사몽간에 시간은 흐르고 밖은 아침 햇빛으로 눈부시다.
09:35 또다시 물수건을 나눠주고 걷어갔다. 공기가 없으면 비행기는 날지 못할텐데 있으면 저항이 많아 힘이 들겠지. 양력이니 부력이니 마찰이니 저항이니 하는 물리학 책에서 보던 낱말들이 순서 없이 떠오른다.
비행기 날개에 No Step이라는 경고가 보인다. 어깨에 손을 얹으면 싫어하는 나처럼 비행기는 날개를 밟으면 싫어하나 보다.
09:50부터 도착전 식사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인도식을 비롯하여 세가지로 오믈렛을 주문했다. 전채는 과일이고 주요리는 건강식이라는 이름으로 닭고기 소시지를 곁들인 버섯 오믈렛, 구운 토마토와 hash brown 감자, 역시 빵과 버터, 과일 잼이 곁들여졌다. 음료로는 Red Wine을 시켰다. 메마른 입이지만 열심히 먹었다.
잠시 후 안내 방송에 미국 입국신고서를 작성하라는데 Visa가 있는 외국인은 흰색 용지에 그게 필요 없는 내국인은 녹색 용지에 작성하란다. 별걸 다 차별하는 것 같다. 또 잠시 후 환자가 발생했으니 의사나 간호사가 있으면 나와달라는 안내도 있었다. 외기 온도가 영하 54도이다.
11:25 기장이 또 쏼라쏼라한다. 다만 17도라는 말과 thank you는 들린다. 곧이어 착륙준비를 하고 고도를 낮추기 시작하는데 지도상으로는 Ukiah 부근인 듯 하다.
고도는 10분만에 9144m에서 3553m로 낮아지고 외기온도는 영하 16도에서 2도로 올라간다. Santa Rosa와 Napa를 지나니 구름 아래로 민둥산 바위산들이 많이 보인다.
착륙허가 때문인지 여러차례 선회를 하더니 12:00 구름층을 뚫고 내려간다. 저 아래언덕에 South San Francisco of the Industry City라는 글을 새겨 놓았다. 12:06(한국시간 10.17 04:06)착륙하여 나오는데 여러 가지 절차를 지난다.
인천에서 이곳까지 11시간 3분이 걸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