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살면서 만나지는 모든 인연을 전부 최상의 인연이라 여기며 살지는 않지만
웬만하면 악연을 만들지 않고 좋은 인연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고 애쓴다.
물론 사람만이겠는가.
내 반경내에서 엮여지는 모든 인연의 끈이 그렇다는 것이자
미물과 사물조차도 그러하다 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인연을 빌미로 소유도 하고 애착도 갖고 그를 넘어
집착까지도 갖게 되지만 때론 과감하게 미련 한푼 없이 인연의 고리를 잘라내기도 한다.
그렇게 잘려진 인연들은 어떤 이유로라도 나로부터 멀어지고 내손을 떠나지만 그것이 또 인연의 끝자락이요
거기까지가 인연 상생고리의 마침표려니 싶어 아쉽지만 냉정하게 작별을 하곤 한다.
그러면서 더러 그렇게 해서 떠나 보내거나 떠나진 것들이 어느 때는 참으로 귀중하였다 라고
후회하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거기까지 일 뿐 더이상 미련을 갖게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인연이 또 만들어지거나 생기는 것,
자발적이든 타의적이든 고리가 되어 엮어지는 것도 참 어쩔 수 없는 것 같긴 하다.
허나 예전처럼 무턱대고 너나들이 인연의 귀함을 갖고자 하지는 않지만
유유상종으로 맺어지는 인연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거리를 조정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와중에 인연에 대한 몰입도를 줄이겠다 뭐 그런 말이기도 하다.
## 한참전에 찾아들었던 인연 하나, 최신애 요리연구가.
그녀가 다시 무설재를 찾아들었다...지인과 친구를 동행하고서.
미리 찾아들겠다 는 선약이 있었기에 낮동안에 찾아들겠다 는 다른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녀 일행을 기다렸다.
친하다 고 드러내놓고 이야기 할 만큼은 아니었지만 재기 발랄하고 명랑하고 유쾌한 그녀였기에
함께 하는 자리는 언제나 폭소만발의 재미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가 아프다 는 소리를 듣게 된 이후로는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그녀에게로 쏠리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마음 한 켠을 그녀에게 내어주던 차였기에
찾아든다 는 전언이 고맙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의외였다...전해들은 아픔의 강도에 비해서 그녀는 너무나 씩씩하고 여전히 활발하고 도대체
아픈 구석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그런 차림새여서 반가운 마음에 덥썩 그녀를 부둥켜 안으면서도
사실은 또 한쪽의 마음이 덜렁덜렁 거렸다.
아프다는 것은 사람 마음먹기에 달린 것일까 싶도록 그녀는 활기차고 넉넉하고 대담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담 분위기 주도는 물론 긍정마인드 지수만큼은 그 누구보다 높아서 건강한 사람보다 더 강건하게 나눔의 시간을 갖는다.
고마운 일이다...그러나 더 고맙고 반가운 일은 그녀가 쥔장의 초등학교 선배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
그 순간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해서 그저 아는 사이였다가 깍뜻하게 선배님으로 호칭이 달라지면서
친밀도 상승폭은 스스로도 놀랄만큼 정겨움으로 그득해졌다는 것.
서울시에서도 언저리 라고 불리우던 영등포 하고도 신길동...우신국민학교-쥔장은 50회- 2년 선배.
누구는 영등포 양아치 라고 놀렸지만 우리는 영등포 치고는 좋은 동네, 괜찮은 동네 출신이라며
나름 그럴듯한 집안을 배경으로 둔 양가집 딸들이었노라 며 양아치 운운한 친구에게 반박을 하면서
눈물나도록 반가운 인연에 대해 어쩐지, 첫눈에...달라보였어...라며 하늘높은 줄 모르게
왁자지껄의 웃음발을 동반한 요란을 떨었다.
세상에...안성하고도 금광저수지 뒤켠 이 깊숙한 산골짜기에서 서울 사람 만나기도 어려운데
곁자리 동네, 같은 국민학교-우린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출신이다- 출신을 만나기는 더더욱 어려 울 일이나
안성에서 만나진 벌써 네번째 우신국민학교 인연이다.
그만큼 두배 세배의 情이 담겨짐은 물론
이럴 때 하는 말은 역시 그놈의 인연...지연, 학연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국인의 정서에 빠져들었다.
어쨋거나 인연지기라며 남이야 지루해하거나 말거나 게거품을 물듯이 흥분한 채로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고 나니
오호라 또 한 분 계시다....영등포 당산동 출신이지만 여의도 출신이라고 하며 산다 는.
그녀 또한 인생이 장난이 아니다.
거친 영등포 시절을 지냈지만 선한 구석과 착한 마음이 재산인 고로 그 덕분에
인생이 뒤바뀌는 장편 소설 같은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내다가 15년 전에 홀홀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새로운 삶에 도전을 하여 역전의 제왕답게 나름의 또다른 인생을 거머 쥔 그녀...그녀의 남편은
첫눈에 슬쩍 본 그녀를 보는 순간 대한민국의 여자로는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며
서슴치 않고 그녀의 인생 속에 뛰어들어 여전히 착각의 왕으로 살면서 여왕 대접하기를 우선으로 생각한다 는데
손에 물 안묻히기는 당연지사요 그녀의 손톰이 망가질새라 문여는 것도 시키지 않는다 는...뭐 그런
전설같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는가 싶더니 불현듯 도쿄로 날아오란다.
어쨋거나 그녀의 인생을 죄다 듣지는 못했으나 일부 들어본바에 의하면
역시 착한 끝은 있다 는 것이요 여자 팔자 는 뒤웅박 팔자라는 속담에 딱 맞는 그녀의 상황을 보자니
때로 여자는 남자 잘 만나기에 달렸다 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그렇게 온갖 웃음을 선사한 자리에 동행을 자처한 사람, 최신애 선배의 아들친구 엄마이자 목사님 사모.
역시 조신하고 건전하고 사모답다..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반전은 있는 법,
빠르게 달리기 운전의 고수라네.
그리고 최신애 선배의 그림자처럼 그녀 곁을 지키는 아랫동생같은 그녀 안나희씨는
요리연구가의 조교라는 직분과 관계없이 말 없이 찬찬히 스승의 건강을 위해 한결같은 마음을 내고 있다.
그 또한 감사할 일이다.
더불어 돌서지 쥔장 또한 누구보다 그녀를 아끼며 애닳아 하고 늘 그녀를 위한 마음내기를 서슴치 않는다.
이들이 있어 최신애 그녀는 살아온 인생이 헛되지 않았다 고 더욱 더 자부할 수 있을 것이며
앞으로 살아지는 삶에서도 이들이 그녀에게 힘이 되어 줄 것이다,,,이것 또한 인연의 복이라 할 수 있겠다.
살면서 살아 온 날에 대한 검증은 이렇게 "돌아 볼, 돌이켜 줄 그래서 함께 할 사람이 있는 가" 라는
의문 부호에 "있다" 라고 확인할 수 있는 인연지기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 될 것이다.
어쨋거나
그런 거창한 의미를 굳이 붙이지 않더라도 이들과 함께 한 유쾌, 상쾌, 통쾌한 한 나절의 웃음이
그 무엇보다 귀하고 소중했다.
아마도 앞으로는 더욱 고귀하게 여길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들이 남기고 간 흔적,
아니 준비해 온 선물을 들여다 보았다.
센스쟁이 최신애 요리연구가 가 들고온 석류 바구니를 보면서 참으로 색깔이 곱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석류만큼이나 즐거울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하고
글 쓰는 쥔장을 위해 준비해왔다는 수첩을 보면서 참으로 배려심이 많은 그녀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더불어 일본에서 미리 준비해온 것이라며 예쁜 파우치를 선물한 그녀 친구의 작은 정성에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함께 하는 내내 즐거웠던 마음을 기억한다.
그녀 뿐만 아니라도 누구나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이 이제로는 두배 세배 힘들 일 이지만
선배의 삶에 조력자가 되고싶다 는 생각을 해본다...안성 나들이에서는 늘 활력을 얻는다 는 그녀이고 보면
더더욱 보탬이 될 일이 있지 않을까 라면서 온 마음을 다해 날마다 좋은 나날이기를 갈구해본다...이른 새벽녘에
눈이 뜨인 이유가 그러하다.
첫댓글 아~! 그랬군요 그런 상황에서도 ... 참으로 당당하고 씩씩하신 것을 보니 잘 이겨내시리라 믿어 보네요~!
왠 일로 학연지연 그런것들을 동원하나 싶어 잠시 멍~!은 했지만... 하긴 나와도 학연으로 엮였네요~! ㅋㅋ
정말 당당하더이다...아픔쯤은 충분히 견뎌낼 것이라 여기면서 학연의 우연한 인연을 필연으로.
좌우지간 어딜가나 엮인다 싶으면 금방 마음이 달라지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