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태교.
오늘날 많은 엄마들이 태교에 온힘을 기울이는 이유는 그만큼 태교가 앞으로 성장해 갈 아이의 정서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임신하는 순간부터 이제까지 해왔던 모든 습관을 버리고 오로지 아이에게 좋은 것, 예쁜 것만 해주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한다. 오늘날에도 이럴진데, 손이 귀했던 과거 궁궐에서는 오죽 더 했을까. 물론 과거에도 오늘날과 같은 태교법이 존재 하였고, <태교 신기>라는 태교 책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거 궁 안에서는 장차 나라를 이끌어 갈 뱃속의 아이를 위해 어떠한 태교를 하였을까.
과거에도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왕비가 임신 3개월이 되면 별궁에서 태교에 온 정성을 기울였는데, 이때 별궁 출입은 상궁이나 내관 외에는 출입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히 제한하였다고 한다. 또한 아이는 태어난 후 뱃속에서 들었던 모습과 소리를 닮는다는 믿음으로, 임신부는 무조건 바르게 앉아 예쁘고 아름다운 것만 보고 좋은 이야기만 들으며 자신과 태아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노력하였다. 그래서 영원히 죽지 않거나 오래 사는 것 등 10가지를 소재로 한 십장생도를 보며 한 땀 한 땀 정성을 기울여 자수를 놓는 것도 왕비의 하루 일과 중 하나였다고 한다.
이 밖에도 임신한 왕비의 처소에는 늘 조용한 가운데 궁중악사들의 가야금이나 거문고의 연주가 잔잔히 흘렀고, 아기의 태동이 시작되고 청각이 발달하는 임신 5개월이 되면 내관들이 왕비의 방 앞에서 사서삼경을 읽어주었다. 다만 피리 독주는 슬픈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여 기피 하였다. 이와 같이 총명한 군주를 기르기 위한 왕실태교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행해졌고, 음식을 먹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임신한 왕비를 위한 ‘태교음식’은 태아와 임신부의 건강은 물론 출산 후 아이의 두뇌 발달, 성격 형성, 성장 발육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조리하였다. 임신부에게는 균형 잡힌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제철음식을 먹게 하였고, 각각의 음식물이 갖고 있는 맛, 빛깔, 냄새, 온도, 생산되는 장소에 따라 음양오행으로 나누어, 음식물을 요리하거나 차릴 때에 상생관계를 꼼꼼히 따져 준비 하였다고 한다. 즉, 여름에는 수(水)에 속하는 콩과 목(木)에 속하는 닭고기를 먹어 여름 더위를 이기게 하는 식의 상생관계 말이다. 왕비가 먹었던 대부분의 음식에는 태아의 성장과 두뇌 발달에 도움을 주는 콩, 해조류, 흰 살생선, 조개·새우 등 해산물, 싱싱한 야채 등의 재료를 사용하였고, 임신부의 특별 영양식으로는 잉어, 오골계, 쇠고기, 전복, 해삼이 들어간 용봉탕이 올랐다고 한다. 특히 ‘임금의 물고기’라 불리는 잉어는 왕세자를 낳으려는 임신부에게 특별한 의미가 담긴 영양식으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예로부터 아이와 한 몸이 되는 임신부들은, 그 누구보다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탕약은 함부로 먹지 말고, 칼로 생물을 베거나 무거운 것을 들거나 높은 곳에 오르지 않아야 하며, 구부리고 엎드리거나 구부린 자세로 자거나, 천둥 번개가 치는 것을 보는 것도 금지하였다. 이처럼 과거 여인들이 10달 동안이나 많은 금기 시항들을 참고 견딜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왕세자를 낳을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엄마들의 희생 정신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비록 아이로 인해 몸이 힘들지라도, 몸 안에 새 생명이 잉태되어 있다는 생각은 그러한 고통을 사라지게 만든다. 그러므로 뱃속의 아이를 기다리며 10개월을 참고 인내해야만 하는 여인들의 임신 기간은, 고통이자 숭고한 축복의 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