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산상규 외 8명, 아카넷
챗GPT로 온통 난리다. 생성형 AI다. 그 동안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었던, 심지어 신이 인간에게 나눠줬다는 창조 영역이 이제는 인공지능에 압도되고 있다. 인간은 더 이상 인공지능이 생산한 문서를 인간의 것인지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발터벤야민의 진본의 아우라는 사라지고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의 신기루속을 헤매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처럼 사익을 추구하고 독점을 합법화하는 사회라면 인공지능은 온갖 협잡의 수단이 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느티나무 밑에 사는 개미처럼 세계의 변화를 채 인지하지도 못한 채 빨려들어가고 있다. 구글와 애플과 페이북을 따라왔듯 그렇게, 그것이 디스토피아인지 물을 겨를도 없이 변기의 물처럼.
이 책은 각기 다른 8분야의 전문가들이 그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와 논의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4년 전의 책이라 챗 GPT를 다루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한 세계의 실상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포스트휴먼이라는 키워드로 묶였지만 그 말은 우리가 사는 세계와 우리 자체가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터닝포인트에 와있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다. 긍정적인 말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말일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며 막연히 알고 있던 인공자궁의 국제적 네트워크의 단면을 만날 수 있어서 새삼 놀랐고, 페이스북나 구글의 엄청난 데이터를
처리하는 보이지 않는 마르크로워크 노동자의 국제적 망에 대해서내가 무지하고 무관심 했음에 다시 놀랐다. 그만큼 나도 무지에 노출되었음을 실감했다. 행동도 어렵지만 생각도 인식도 참으로 어려운 시대다.
더불어 가짜뉴스가 지금처럼 국가적으로 세계적으로 막강해진 이유와 구조를 시원하게 해설하고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기본소득 부분은 자본주의 경제를 벗어나 사유할 수 없는 90%의 현대인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부분이다.
노동의 소멸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기적 임금노동으로 자본의 부속이 되는 노동은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삶과 사회에 기여하고 풍요롭게 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지만 요즘엔 사람들이 이런 책을 잘 읽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것이 엉터리 소감이라도 여기에 끄적이는 이유다.
= 차례 =
머리말, 프로롤그
1부 질주하는 기술
1장 기계지능 - 3만 년 만에 만나는 낯선 지능 - 이상욱
2장 사이보그 - 인간에서 초인으로? 기계가 된 인간 - 이영의
3중 인공자궁 - 재생산 기술로 태어나는 인간 - 김애령
2부 뒤바뀌는 일상
4장 소셜로봇 - 로봇과의 사랑? 관계의 재구성 - 신상규
5장 가짜뉴스 - 디지털 사회의 보이지 않는 권력 - 구본권
6장 기본소득 - 고용 없는 노동과 일의 재발명 - 김재희
3부 혼들리는 세계
7장 마이크로워크 - AI 뒤에 숨은 인간, 불평등의 알고리즘 - 하대청
8장 인류세 - '인간'이 만든 인류의 곤경 - 송은주
참고문헌, 필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