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뽀리뱅이를 접사해서 올렸더니 꽤 많은 분이 좋아하셨던 기억이 있다. 도시인들에게 뽀리뱅이라는 이름이나 꽃 자체가 낯설었던 셈인데 노란 꽃이 제법 아름다웠던 모양이다.
[뽀리뱅이]
뽀리뱅이는 꽃이 작아서 접사를 하지 않으면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기 힘든 꽃이다. 직접 감상하려면 돋보기가 필요한 것이다.
이제 뽀리뱅이가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했으니 들판이나 길가 등 빈터로 나가 보시라. 노랗게 무리진 뽀리뱅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뽀리뱅이의 진미는 뭐니뭐니해도 막 피어난 꽃잎 끝에 루즈를 칠한 것처럼 붉은 빛이 감도는 것일 게다. 시간이 지나면 붉은 빛이 사라지니 부지런히 살펴보아야 한다. 자! 올해도 뽀리뱅이의 아름다움을 맘껏 즐겨보시라.
이 녀석은 어제 논둑에서 만난 녀석인데 꽃이 뽀리뱅이 보다 커서 노랑선씀바귀가 아닐까 할 정도였다. 그런데 잎을 보니 씀바귀는 아니다. 잎은 오히려 냉이에 가까운데 꽃은 또 냉이와는 전혀 무관한 모양이니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개뽀리뱅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혹시 내가 모르는 씀바귀가 있는지 열심히 도감을 뒤적거렸다. 선씀바귀, 벌씀바귀, 좀씀바귀,벋은씀바귀 등등 씀바귀 종류를 다 들이대도 이 녀석과는 모두 달랐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택한 방법이 꽃과 비슷한 이름으로 찾아보는 방법이었다. 씀바귀는 아니어서 다음으로 선택한 이름이 뽀리뱅이다. 꽃이 크긴 해도 뽀리뱅이 비슷하니 일단 뽀리뱅이라는 이름을 택하고 뽀리뱅이보다 꽃이 크고 잎도 다르니 '개'라는 이름을 붙여보기로 한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비슷한 것에는 '개'자를 붙이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이름이 [개뽀리뱅이]다. 그래 놓고 보니 이름이 낯설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이 녀석이 바로 개뽀리뱅이었던 것이다. 뽀리뱅이가 꽃대를 멋지게 쭉 뽑아올리는 데 반해 이 녀석은 거의 바닥을 기다시피 꽃을 피운다. 그래서 허리를 더 많이 굽혀야만 했는데 뽀리뱅이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갖고 있으니 그만한 수고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어 가치있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수고를 바쳐야 함을 다시 깨달았으니 오늘도 식물에게서 한 수 배운다.
-솔빛에서 곽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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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들꽃이 詩를 만나다 원문보기 글쓴이: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