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떡볶이
재료 (약 2인분 기준)
_ 떡
_ 소고기
_ 표고버섯 4개, 양파 반 쪽, 파
_ 양념 : 간장 6-7스푼, 다진 마늘 3쪽, 설탕 3스푼, 배즙 3스푼, 후추 적당량
_ 참기름, 통깨
조리과정
_ 불고기용 소고기, 혹은 잡채용 소고기를 양념에 약 30분간 재워 놓는다.
(시판용 불고기 소스 사용해도 무방)
_ 달궈진 팬에 숙성된 소고기를 볶아준다.
_ 뜨거운 물에 떡을 데친 후 찬 물에 헹구어 준다.
_ 고기가 적당히 익으면 떡을 넣고 함께 볶는다.
_ 약 2컵의 물을 추가한다.
_ 편으로 썬 표고, 양파, 파를 넣고 함께 졸여준다.
_ 내용물이 간장색을 띠며 잘 익으면 불을 끄고 참기름 한 바퀴를 둘러가며 섞어준다.
_ 접시에 담은 뒤, 깨를 뿌려 내면 완성.
시장 근처에서 살다 보면 방앗간을 지나칠 때마다 그날 막 뽑아낸 말랑말랑하고 뽀얀 가래떡의 유혹과 마주하게 된다. 이날 따라 떡이 뽀송뽀송 빛나 보이는 이유는 뭔지. 냉장고에 얼려둔 불고기 감도 있고 해서, 표고버섯을 추가해 궁중 떡볶이를 만들기로.
해동할 때 고기 핏기가 싹 가시더니, 양념을 잘도 흡수해버렸다.
고기가 숙성될 동안 야채 손질.
딱 들러붙은 가래떡 손질하기. 정말이지 기계에서 갓 뽑아냈는지 미지근한 온기가 아직도 남아 있다. 조금 굳어야 손질이 수월한데, 급한 마음에. 이렇게 말랑한 떡은 뜨거운 물에 한 번 헹구어 주기만 하면 된다. 냉동이나 냉장한 떡의 경우 끓는 물에 약 1분 30초간 데쳐 찬물에 헹구어 사용.
달궈진 팬에 고기를 넣고.
준비된 떡도 넣고.
손질해 둔 야채 또한 몽땅 넣어 준다.
떡과 고기, 야채가 합을 이루며 간장 색을 뗘갈 때 즈음, 불을 끄고 참기름 한 바퀴 돌려주면 조리 완료.
궁중 떡볶이_Feat. 언니네 이발관, 2017_2월
적당히 오목한 그릇을 찾아 한 접시 담아냅니다.
마지막으로 먹기도 보기도 좋게 통깨를 살짝 토핑해 주면 궁중 떡볶이 완성.
그래서 대체 <언니네 이발관>이 <궁중 떡볶이>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궁중 떡볶이는 <살롱 드 언니네 이발관>의 인기 메뉴 중 하나였던 것! 전문가의 조언으로 정확히 계량된 레시피의 카페 메뉴와 확연한 차이가 있겠지만, 눈대중으로 익힌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가며. 이석원씨는 스쳐간 아르바이트생을 기억하지 못할거다. 그런데 그의 시니컬한 목소리가 귓가에 스치는건 왜일까? "보현씨, 이거 이런 데다 이렇게 올리면 어떡해요."
나의 첫 아르바이트는 맥도날드 주방 보조였다. 2000년대 초반, 당시 이천원에 못 미치는 최저 시급을 차곡차곡 모아 잡지도 사고, 음반도 사고, 옷이나 신발 따위를 소유하려 했던 것. 시급이 워낙 낮다 보니 돈 모으는 재미 보다도 나중엔, 일하는 중간 제공되는 (내가 만든 맥날) 햄버거+감자튀김+제로 콜라 조합에 홀릭했던 듯.
이후, 약 2도의 수포성 동상을 걸리게 한 마트 케셔를 거쳐 "오! 꿈꾸던 나의 서울"로 입성했을 땐, 당분간 알바 따윈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동상까지 걸려가며 첫 대학 등록금을 내 돈으로 마련했으니 나머지는 부모님이 어떻게 해결해 주겠지 하는 대책 없는 심산이었달까. 그렇게 한 학기는 학점에 구애받지 않고 팔자 좋게 흘러 보냈더랬다. 여름 방학이 지나가고, 아버지의 때 이른 퇴직 소식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말았는데.
개강이 닥쳐오자,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인터넷 구인 사이트를 뒤적이고 있을 때였다. 이것도 저것도 마음에 들지 않다가 불현듯 눈에 스쳐가는 익숙하지 않은 듯 익숙한 단어의 조합, <salon de 언니네 이발관>.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자, 거짓말처럼 답장이 왔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아직 오픈 전이니 인사동 쌈지길 언저리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인파에 북적이던 쌈지길 속에서 담장자와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오픈일에 맞춰 함께 일을 하기로 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 담당자는 바로 아름다운 선율에 시니컬한 듯 퍽 시적인 가사를 얹어 멋진 목소리로 무덤덤하게 읊조리는 음악 세계를 창조한 <언니네 이발관>의 창시자이자 <살롱 드 언니네 이발관>의 주인 이석원 대표였다. 나는 전부터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워낙 미디어에 노출을 하지 않는 데다가 멋진 음색의 사운드로만 접해왔으니 미처 얼굴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
그렇게 서울 생활의 첫 아르바이트가 시작되었다. 화려한 도심 한가운데, 경리단도 연트럴 파크도 없던 시절. 문화의 젖과 꿀이 흐르던 중심부에 있었건만 그땐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시급이 쌓여 한 달 치 주말 급여가 통장에 찍힐 날만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때였으니. 겨울 방학 기간엔 그리운 내 고향으로 서울을 잠시 떠나야 했으므로, 그렇게 반년에 못 미치는 시한부 아르바이트와 작별을 고했다.
한 번씩, 그때가 떠오른다. 좋은 음악이 흐르고. 우수에 가득 찬 눈을 가진 솔직한 서울 사람이 꾸며 놓은 살롱에. 왠지 무슨 일이 일어날 것 만 같은 기대감으로 가득했던. 적당히 빛이 스미던 쌈지길 반지하. <살롱 드 언니네 이발관>이 언제 문을 닫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이후, 이석원은 노란 커버가 돋보이는 산문집 <보통의 존재>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고 보니, <살롱 드 언니네 이발관>은 <보통의 존재>들이 오가던 곳이었던 것 같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작가의 말마따나 어쩌면 보통 그 이하일 지도 모를. 그런데 특별한 것은 또 아이러니? 궤변인 것 같지만 논리를 통하지 않아도 그 의미를 알 것만 같은 순간이 있다.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가 그렇다. 요샌 하루에 한 번씩 <혼자 추는 춤>을 듣는 것 같다. yeah yeah ye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