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이 사라져요. 한 채의 오래된 집들도 무너져요. 아그작아그작 동네 귀퉁이를 씹으며 전진하는 포크레인 몇 대, 여기는 재개발지역이에요. 아이는 날마다 언덕에 올라 사탕을 씹기 시작했어요. 누군가 눈앞에서 사라져도 모르는 달콤한 눈깔사탕, 깔깔대는 웃음소리 위에 풀썩 뿌연 먼지가 일어요. 다리 잘린 골목이 비틀비틀 담장 뒤로 숨어보지만 금방 들키고 말죠. 아이에게 숨기 장난처럼 즐거운 놀이는 없어요. 실핏줄로 빨갛게 금 간 눈망울 굴리며 동네 구석구석 잘도 찾아내지요. 아이가 가리키는 풍경은 그대로 녹아버려요. 몇 개 남은 가로등마다 어둠이 켜져도 돌아갈 집이 없어요. 끈적끈적한 졸음을 빨다 아이는 낡은 처마 밑에 잠이 들지요. 이런 밤에는 한쪽 모서리 깨진 달이 떠요. 아이의 감은 눈을 어루만지다 달도 그만 눈이 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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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 1973년 충남 논산 출생.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모르는 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