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58년에 태어났다. 십간(十干)의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申壬癸)와 12지지(地支)의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를 결합하여 만든 60개의 간지(干支)를 육십갑자(六十甲子)라고 한다. 그러므로 나는 올해로 육십갑자를 한 바퀴 돌아 환갑을 맞는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항간에 떠도는 말로 ‘58년 개띠’가 있다. 왜 하필 그렇게 부를까? 누가 나이를 물으면 “58년생이다”라고 하면 되는데 굳이 뒤에 ‘개띠’를 덧붙여서 “58년 개띠”라고 대답할까? 그건 아마도 58년 개띠가 우리나라 인구 분포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58년 개띠’는 베이비붐 세대인 1955~1963년생 중에서도 가장 많다고 한다. ‘58년 개띠’는 우리 사회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겪은 세대일 것이다. 초등학교 때는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어서 2부제 수업을 했다. 내가 다녔던 근처의 어떤 초등학교는 3부제 수업을 하기도 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입학할 때에는 입시제도가 바뀌어서 이른바 ‘뺑뺑이 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인구가 많다 보니 대학교 입시와 취업할 때는 극심한 경쟁을 해야 했다. 그래서 자연히 자신을 지키고 성장시키기에 밤낮없이 열심히 산업현장에서 뛰었다. 그리고 각자 산업전선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1987년 서른 살이 되던 해에는 6월 민주화 운동에도 아낌없이 박수를 보탰다. 그러다 마흔 살이 되던 1997년에는 IMF라는 복병을 만나 몇몇은 뜻하지 않게 실업자나 신용불량자로 몰리게 되기도 했다.
접사(接辭)에는 크게 접두사(接頭辭)와 접미사(接尾辭)가 있다. 접두사는 어근(語根) 앞에 덧붙여서 주로 강조를 나타낸다. 그런데 ‘개’라는 접두사는 보통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인다. 예를 들면 ‘개망나니’ ‘개떡’ ‘개소리’ ‘개꿈’ ‘개살구’ ‘개죽음’ 등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개(犬)’가 아니다. 여기에서 접두사 ‘개’는 ‘정도가 지나칠 때, 헛되거나 쓸데없을 때, 질이 떨어질 때 주로 쓰이는 접두사다.
언제인가 상점에 “폭탄세일, 지금 사면 개이득”이라고 쓴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개이득’은 오늘날 주로 청소년들이 쓰는 낱말로써 ‘많이’ ‘매우’라는 뜻으로 강조할 때 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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