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4년 5월 17일(금) 오후 4시
대상 : 대전 민족사관
내용 : 작은 아씨들을 읽고
오늘도 역대급의 분량이었다. 6명이 A4 두장을 꽉 채웠다. 왜 그런가 봤더니 지난 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분명 어려운 내용은 아닌데 장편소설을 읽어내지 못하니 다들 구글의 도움을 받았다. 이번에도 인터넷에서 가지고 온 글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아니 정확한 출처는 떠나 "이 글은 인터넷에서 가지고 온 글입니다" 정도라도 밝혀 달라고 요청했지만 녀석들은 뻔뻔하게 자신들의 글인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글을 가지고 온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간곡하게 부탁을 했다. 정확한 출처는 밝히지 않아도 된다. 주석을 달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내 글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글을 가지고 왔다면, 글 서두에 그것을 분명하게 밝혀 달라고. 다른 사람의 글을 사용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책을 읽었는데 이해가 되지 않거나 내용 파악이 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런 것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진짜 나쁜 것은 다른 사람의 글을 사용해 놓고, 마치 자신의 글인 것처럼 속이는 것이다. 이것은 또 다른 개념의 절도다.
이렇게 두 번째 이야기를 하니 녀석들이 어느 정도 이해하겠다는 표정을 보인다. 녀석들에게 정죄감을 심어줄 마음이 전혀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아니 되는지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그래서 수업의 절반 정도를 이 문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다만 여전히 두꺼운 책을 두려워 하는 녀석들의 마음이 안타까웠다. 지난 주에 나누었던 이솝 우화 같은 책은 어려워하지 않으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작은 아씨들'과 같은 책들을 처음부터 어려워한다. 내용 상으로 전혀 어렵지 않은데, 책의 내용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느낀 점도 엉망이다. 책에서 이야기 하려는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적용점, 식상하고 뻔한 결론을 내리고 글을 마친다. 용두사미 같다. 요약 부분은 정말 거창하고 멋있는데, 느낀 점은 초라하고 별 내용이 없다. 녀석들이 책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 문제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지 매번 고민이다. 나에게 주어진 큰 숙제다. 충분히 할 수 있는 나이인데, 문해력이 쉽게 올라오지 않는다. 오늘도 그 부분에 대해서 좌절감을 느낀다. 녀석들을 비난할 순 없다. 그냥 어떻게 녀석들을 도와줄 수 있을지 그게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