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병원에 입원해 있는 할머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두리는 골목에서 다리를 다친 하얀 고양이를 봅니다. 늘 가지고 다니는 밴드를 하얀 고양이 상처에 붙여 주는 두리. 하얀 고양이가 품에서 벗어나 앞서 걷자, 그 뒤를 따라가 봅니다. 그러다가 신기한 도넛 가게를 보게 되지요. 거기에는 다양한 고양이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덩실이라는 고양이가 두리에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자신이 만든 냥냥 도넛을 집사 누나에게 배달해 달라고 말이지요.
사실, 도넛 가게는 유령 고양이들이 있는 곳. 살았을 때 돌봐준 집사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도넛으로 만드는 곳이 냥냥 도넛 가게였습니다. 이번에는 덩실이가 냥냥 도넛을 만들었는데, 하필 배달하는 하얀 고양이가 다리를 다친 겁니다. 애가 탄 덩실이는 때마침 도넛 가게를 찾아온 두리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자신의 집사를 찾아가 냥냥 도넛을 전해달라고요. 과연 두리는 덩실이의 부탁을 들어줄까요? 냥냥 도넛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목차
작가의 말
고양이 눈썹이 옷에 묻은 날
고양이 덩실이의 부탁
덩실이 집사를 찾아라!
냥냥 도넛의 비밀
한밤중 이야기 꽃밭
밤 양갱 말고, 밤 도넛
에필로그
저자 소개
글: 이혜령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노력합니다. 2018년 『우리 동네에 혹등고래가 산다』로 한국안데르센상 창작동화 대상을, 같은 해에 「내 이름은 환타」로 황금펜아동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전설의 딱지』 『복도에서 그 녀석을 만났다』 『브로콜리 도서관의 마녀들』 『괴물의 숲』 『나, 우주 그리고 산신령』 『달콤한 기억을 파는 가게』 『콧수염은 힘이 세다』 『웅덩이를 건너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그림: 홍그림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한국 일러스트레이션 학교(HILLS)에서 그림책을 공부했다. 이름 그대로 그림을 그리며 삽니다. 그림책 《조랑말과 나》, 《잠이 오지 않는 밤》을 쓰고 그렸으며, 〈꼬마 너구리 요요〉, 〈출동, 고양이 요원 캣스코〉, 〈호랑이 빵집〉 시리즈와 《아홉 살 하다》, 《하다와 황천행 돈가스》, 《졌다!》, 《나를 찾아 줘!》, 《열 살 달인 최건우》 들에 그림을 그렸어요.
출판사 리뷰
상을 떠난 고양이들이
집사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 만드는
마법의 냥냥 도넛!
“네가 집사에게 냥냥 도넛을 전달해 주면 좋겠어.”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방법
치매가 무섭고 슬픈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어버리고, 나라는 존재 또한 잊어버린다는 것입니다. 또, 치매는 걸린 환자의 슬픔과 고통만큼이나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아픔이 되지요. 나는 상대를 기억하지만 상대는 나를 전혀 모른다는 거니까요.
이혜령 작가는 〈냥냥 도넛 배달부〉에서 이러한 상황을 이별 및 죽음과 연결 지어 이야기했습니다. 생명이 죽는다는 건,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가 사라짐을 의미하지요. 내 기억 속에는 여전히 그대로인데, 그것을 추억하고 공유할 상대가 없다는 뜻입니다. 곁에 있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치매 할머니. 죽음으로 인한 이별과도 같다고 볼 수 있을까요?
“할머니한테서 도망가 버린 기억들을 도로 잡아 올 순 없겠지. 하지만 말이다. 할머니한테 두리 네가 새로운 기억을 선물할 수도 있는 거잖니. 너한테는 오래된 이야기지만 할머니한테는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줘도 좋겠지.”
- 101쪽
이혜령 작가는 추억을 공유하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위와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두 사람이 같은 양의 추억을 공유하다가 어느 한쪽이 가벼워진다면, 다른 한쪽도 슬퍼하며 기억을 지워야 할까요? 그것은 빈 시소를 만드는 것과 같겠지요. 한쪽이 가볍다면 그만큼 채워주면 됩니다. 그리고 가벼워진 상대를 배려하면서 시소를 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추억을 계속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지요.
〈냥냥 도넛 배달부〉는 슬픔이 차오르는 주제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우울한 상황에 처한 마음을 위로하면서, 더불어 밝고 기운찬 마음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이는 나를 위한 응원이고, 상대를 향한 사랑일 것입니다. 독자는 〈냥냥 도넛 배달부〉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추억하고 기억한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건강한 마음을 품을 수 있습니다.
나를 사랑한 이가 바라는 건 내가 힘을 내고 행복해지는 것
누군가와 이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좀 더 잘해 줄걸.’ 하는 아쉬움과 후회를 내뱉습니다. 이별은 다시 한번 무언가를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다시 잘해 줄 수 있다는 희망이 없기에, 언뜻 커다란 절망과 슬픔만이 남은 것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내가 못해 준 것만 생각나고, 떠나간 이가 행복했을까를 의심합니다.
“고양이들에게는 얼마나 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사는 동안 어떻게 살았냐는 거야. 행복한 고양이들은 도넛을 만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지. 원망과 미움을 담는 고양이들은 없어. 고마움과 사랑을 전하기 위해 이야기 도넛을 빚는 거야.”
- 83쪽
〈냥냥 도넛 배달부〉에는 하늘 나라로 떠난 고양이를 그리워하는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그림책 작가였던 할머니는 이별이라는 큰 고통 때문에 무기력한 생활을 하고 있지요. 그런 할머니에게 유령 고양이가 이야기를 담은 냥냥 도넛을 만들어 전합니다. 이는 정말로 좋아하고 사랑했던 존재라면, 자신 때문에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걸 좋아할 리 없다는 것을 상징하지요. 상대가 나로 하여금 행복하고 즐겁길 바라는 게 사랑이니까요.
〈냥냥 도넛 배달부〉는 이별 후 남는 이들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그들이 슬픔에 빠져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랑’을 이야기해 줍니다. 이별은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게 아니라, 떠나간 이의 희망과 사랑이 내게 남겨진 것입니다. 더 힘껏 살아가고 행복해져야 함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왜 전하고픈 이야기를 도넛에 담았을까?
이별에 따른 슬픔을 흔히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마음이라고 표현합니다. 또, 텅 비어버린 마음을 허기진 마음이라고 말하기도 하지요. 작가는 이러한 표현들을 고려해 슬픈 마음을 채우는 매개체로 가운데가 텅 빈 빵인 도넛을 선택했습니다.
이외에도 등장하는 동물이 ‘고양이’라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흔히 고양이는 독립성이 강해서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강아지 등과 비교해 마음 표현이 약하기도 하지요. 이런 고양이의 특성은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두리’와 대응됩니다. 두리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사랑하지만, 그 마음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지요.
〈냥냥 도넛 배달부〉는 이처럼 등장하는 반려동물부터 도넛이라는 소재까지, 치밀하게 계산하여 설정된 이야기입니다. 작가가 이야기에 숨겨 놓은 의미들을 찾으면서 읽으면, 더 깊이 있고 재밌는 독서를 할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