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2024년 12월 3일 밤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밤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 한국땅에 태어나 이런 저런 사태를 많이 겪어보았지만 12월 3일 밤같은 악몽같은 밤은 없었습니다. 물론 1961년 5월 쿠데타도 있었고 1979년 12월에도 쿠데타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강력하고 처절하게 심신을 강타한 적은 없었습니다. 1961년 박정희 추종세력의 쿠데타는 너무 어린시절이어서 기억도 없고 느낌도 없었습니다. 1979년 12월 쿠데타는 10월 26일 박정희 시해사건이후 어수선한 정국에서 뭔가 일어날 것같은 불안함 속에 터진 것이어서 그다지 놀라거나 불안한 상황은 아니였습니다. 어차피 박정희 군사독재시절이나 전두환 군사독재시절이나 도찐개찐이다라는 감정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적 후진국에서 총을 가진 자들의 횡포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세월을 뒤로하고 한국은 대단한 성장을 이뤘습니다.경제적 성장은 차치하고 정치적 사회적 성장을 이룬 것입니다. 물론 지금의 정치가 선진화되었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단지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권력을 찬탈하려하거나 민주주의 정신에 절대적으로 반하는 행위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짓을 국민과 사회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세운 것입니다. 전두환 독재시절을 1987년 6.10항쟁으로 퇴치시켰으며 김영삼 정권때 고질병이었던 한국의 군사 이탈의 핵심이었던 하나회를 척결한 것입니다. 그 이후 한국의 군은 그야말로 군인의 근본적인 정신으로 돌아가 국방에 전력을 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런 문화와 전통이 적어도 어제 저녁까지는 이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쿠데타는 일어나지 않았고 비상계엄이라는 군인이 등장하는 사태는 생각도 못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비상계엄령은 아프리카나 일부 동남아의 정치후진국에서나 일어나는 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어젯밤 10시 23분 갑작스런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순식간에 온나라를 암흑속으로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미리 준비했던 것을 일부러 밤시간을 이용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밤에는 더욱 공포를 느끼는 것을 아는 것으로 보입니다. 잠이 들지 않았던 온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입니다. 45년만에 비상계엄선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상당수에게는 처음으로 비상계엄을 경험하는 것이였습니다. 계엄이란 외국과의 전쟁때문에 존재하는 군인이 국가를 무력으로 관리하고 민간인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치인들의 활동도 표현의 자유도 제한됩니다. 무력으로 나라를 통치하겠다는 것입니다. 집회나 언론의 자유도 없어집니다.
일반적인 국가내 공권력은 경찰력으로 충분합니다. 특정한 사태가 터질 경우 경찰이 막다 막다 역부족으로 막지 못할 경우에 피치못해 군대의 힘을 빌리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그런 상황입니까. 대통령이 말한 국회의 다수당을 차지하는 야당의 횡포 즉 대통령 부인 특검법 등을 말하는 것같은데 그것은 그런 특검을 도입하게 만든 검찰의 무능함때문아닙니까. 검찰이 범죄상황이 있으면 수사를 하고 거기에 적당한 죄값을 치르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누가봐도 성역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행위가 존재하는데 권력에 견제역할을 하는 야당이 검찰이 못하는 수사를 특검을 통해 처리하자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특검이란 것이 현 정권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모든 정권에 상당수 있어왔던 것 아닙니까. 그리고 지금 한국의 대통령은 바로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특검의 부특검출신 아닙니까. 특검의 역할의 의미를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대통령이 그런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북한의 추종세력들을 뿌리뽑겠다고 하는데 지금 북한의 세력이 한국에서 맹활약하는 그런 상황입니까. 한국민 대부분이 스스로도 북한의 행위에 적대감을 가지고 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지금 한국 상황아닙니까. 한국정부가 러우전쟁에 깊게 관여하려는 의도를 우려하고 지적하는 것이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비상계엄이 가져올 파장을 몰라도 잘 몰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한국의 증시는 당연히 폭락할 것입니다. 특히 외국인들의 경우 지금 한국에 엄청난 일이 생기고 이런 나라에 투자했다가는 쪽박을 찰 것이라는 우려가 당연히 존재할 것입니다. 안그래도 경제가 폭망상태인데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에 여행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세계적 여행 자유국에서 졸지에 여행 위험국이 된 것입니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나라가 불안해 보이는 것은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외국인에 신경쓸 필요도 없습니다. 당장 한국인들의 심정이 어떠할 것으로 보입니까. 대부분의 국민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이 이렇게 비상계엄을 선포할 정도로 위기상황인가...북한군이 처들어 오는가...아니면 한국에 있을 지도 모르는 북한 간첩이 날뛰어 조만간 나라가 뒤집어질 지도 모른다라고 판단하고 있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비록 정치가 순탄치 못하고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비상계엄을 선포할 정도는 당연히 아니라고 보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미국이나 일본이나 중국이나 러시아나 유럽이나 정치상황은 그야말로 도토리 키재기 수준일 것입니다. 아마도 정치적 위기감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세력은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치적 수순 그리고 법적 수순에 따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시점에 비상계엄은 생뚱맞을 뿐 아니라 뚱단지같은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젯밤 비상계엄 선포를 바라보는 국민 대부분은 나라의 경제가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에 사로잡혔을 것입니다. 전세계에 대고 한국은 이제 비상계엄을 선포할 정도로 위험하고 불안하니 외국인 여러분 잘 알아서 대처하십시오라는 전세계를 향한 선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회에 무장군인들이 유리창을 깨고 난입하고 전쟁터같이 헬기들이 국회의사당 위를 오가며 무장군인들과 국회의원들 그리고 시민들이 서로 대치하는 모습에서 과연 어떤 감정과 기분이 들었을 것인가는 쉽게 짐작이 갑니다. 그런 모습속에 국민들은 지갑을 더 닫을 것이고 자영업자들의 가게는 더욱 휑해질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어제밤 오늘 새벽사이 환율은 한때 1440선으로 치솟았습니다. 경제적 대재난때나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일국의 대통령 즉 정치적 리더의 덕목은 바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스스로 그런 불안을 제거하는데 앞장서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대통령은 스스로 나서서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어젯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 왜 한국인들은 우려와 불안감을 스스로 해결해야 할까요. 바로 이런 상황이 생기니까 그렇습니다.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시킬 능력이나 자질이 없다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한밤중에 온국민을 잠들지 못하게 하는 일이 과연 일국의 최고 권력자요 최고 리더라는 인물이 해야하는 일인지 정말 궁금하고 우려스럽고 앞날이 캄캄해오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나마 여야국회의원들 190명이 여야 대표들의 체포령이 내려진 후에도 신속하게 국회로 달려가 비상계엄해제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요, 계엄령발표를 듣고 곧바로 국회로 달려가 계엄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한 시민들의 열정속에 그래도 이 나라는 존재할 수 있구나 그런 느낌을 들게하는 한 장면이었습니다. 아마도 2024년 12월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6시간은 한국 정치사에 있어 유래가 없는 최대사건이자 계엄령을 구상하고 실현시킨 군인들과 대통령의 최악스런 판단과 행동이었다고 기록될 것입니다.
2024년 12월 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