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보는 명품시조 164「가창오리 떼춤 3외」외
석야 신웅순
어느 결 서산 위에
초승달도 걸어놓고
하나둘 별자리들
점자인 양 더듬으며
또 한 컷
조리개를 여는
아, 모래태풍 저 사구
- 장지성의 「가창오리 때 춤 3」
서산위에 초승달을 걸어놓고 별자리를 점자인양 더듬으며 조리개를 열면 모래태풍 저 사구, 수십만마리 가창오리들의 군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모래태풍이 인다. 가창오리 군무를‘모래 태풍 저 사구’라니 기막힌 은유이다.
시인은 은유의 발명가이다. 은유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야한다. 같은 은유를 자주 사용하면 낡거나 죽은 은유가 된다. 은유는 항상 발명품이어야 한다. 발명은 수십 수백번의 실수를 넘어서야한다. 유치한 은유는 아니 쓰는 것만 못하다. 세상에 그냥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애당초 행간이란
이름하여 그득 찬 곳
햇살
한 자락과
배면의 그늘 한 점
그 속에
점 하나로 선
우린 서로 누구인가
- 장지성의 「다솜풀이 17」
사랑을 햇살 한 자락과 배면의 그늘 한 점 그 속에 점 하나로 선 우린 서로 누구인가 묻고 있다. 사랑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행간은 여백이다. 그런데 시인은 가득 찬 곳이라고 했다. 할 말이 많다는 얘기이다. 가득 찼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처구니 없는 사랑의 고차방정식! 미분ㆍ적분인들 풀 수나 있을까. 그래서 사랑은 신비라 하지 않는가.
-주간 한국문학신문, 2025.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