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에 정식 발매 예정인 '풋볼매니저 2013'(사진=공식 페이스북) |
박지성의 퀸즈 파크 레인저스는 이번에도 첫 승을 놓쳤다. 만약 당신이 마크 휴즈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첫 승을 달성할 것인가. 전술에 변화를 줄 것인가, 적지 않은 이적료를 주고 데려온 선수를 내보내고 합리적 가격에 유망주를 데려올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한 번 구단에 손을 벌려 대형 이적을 성사시킬 것인가. 물론 경기가 끝날 때마다 수많은 매체가 여러 문제점을 복기하고, 축구팬들 역시 선수의 활용 방안에 대해 한 마디씩 내놓지만 그것이 저 멀리 유럽 섬나라의 감독에게 피드백 되길 바라기란 무리다. 그렇다면 직접 QPR의 감독이 되어 팀을 운영해보는 건 어떤가. 아, 물론 구단이 당신에게 오퍼를 넣을 확률은 로또보다 낮을 것이다. 대신 아주 확률 높은 소식이 있다. 오는 크리스마스 시즌 즈음 [FM(풋볼매니저) 2013]의 정식 발매가 예정되었다는 것이다.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이 자극하는 욕망
악마가 부활하지도 않았다(디아블로 3). 유혈 사태도 없다(문명 5). 그럼에도 이 게임은 위험하다. [문명],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와 함께 세계 3대 악마의 게임으로 불릴 정도로 [FM] 시리즈는 그 중독성이 상당하다. 비록 간디의 유혈 사태 발언 캡처가 널리 퍼진 [문명 5]나 대대적인 프로모션과 SNS에서의 관심으로 발매 자체가 사회적 사건이 됐던 [디아블로 3]처럼 국내에선 게임 팬덤 너머까지 알려지진 못했지만 현지의 축구 인기가 높은 유럽에선 ‘이혼제조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즉 이 게임의 재미와 중독성은 축구 팬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대부분의 잘 만든 게임이 그러하듯 [FM] 시리즈 역시 유저의 욕망을 자극하며, 여기서는 스포츠 팬덤의 거의 마지막 욕망, 즉 직접 팀을 운영하고 싶다는 욕망이다.
흔히 '세이부 축구'로 불리는 추억의 게임 '골 92'. 대부분의 축구 게임은 이렇게 플레이어를 조종하는 방식이다 |
추억의 오락실 게임인 [골 92]부터 과거의 축구 게임은 게임 속 플레이어를 직접 조종하는 시스템이었다. 양대 축구 게임이라 할 수 있는 [피파] 시리즈나 그 라이벌인 [위닝일레븐] 등 역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3D 그래픽과 게임 속 캐릭터들의 인공 지능에도 불구하고 기본 토대는 [세이부 축구]의 그것과 비슷하다 할 수 있다. 즉 필드에서 뛰는 즐거움을 조이패드를 통해 누릴 수 있었다. 그에 반해 [FM]에선 이런 식의 역동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미묘한 터치를 통한 드리블 돌파나 상대방 수비를 무력화하는 통쾌한 스루패스를 성공시킬 때의 쾌감은, 여기에 없다. 대신 유저는 감독이 되어 수많은 메뉴와 데이터와 씨름해야 한다. 세계 각국에 스카우터를 풀어 좋은 유망주를 최대한 합리적인 이적료에 데려오고, 선수 편성에 맞는 전술을 고민해야 하며, 무엇보다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게임 팬덤과 축구 팬덤의 경계를 넘는 게임
빽빽한 스케줄. 이 세부적인 일정까지 관리해야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다(사진=공식 페이스북) |
[FM] 팬덤과 축구 팬덤의 관계가 밀접할 수밖에 없는 건 그래서다. 축구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축구 게임을 한다는 뜻이 아니다. 감독의 입장에서 플레이해야 하는 이 게임의 주요 테마는 선수 이적 시장과 전술적 포메이션이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자신이 플레이하는 국내외 리그를 포함한 여러 리그 선수에 대한 수많은 정보와 축구에 대한 전술적 이해를 동반해야 한다. 만약 없다면 공부하면서라도 플레이를 해야 한다. 이것은 일종의 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평소 K리그부터 유럽 3대 리그를 비롯한 에레디비지에나 리그앙의 정보까지 빠삭하게 알고 있는 마니아라면 자신이 가진 정보력을 이용해 게임 속에서 자신이 꿈꾸던 축구를 실현해볼 수 있으며, 아는 팀이라고는 맨유나 바르샤 정도인 유저라 해도 게임을 하며 좀 더 좋은 팀을 구성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스카우팅 리포트를 통해 세계 각국의 유망주들의 명단을 접하게 된다. 게임 팬덤과 축구 팬덤 사이의 경계는 그렇게 무너진다. [FM]을 시작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시작한 이상 축구에 빠지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며, 이 땅의 수백 수천의 무리뉴와 벵거, 퍼거슨, 과르디올라들이 자신의 능력을 시뮬레이션하기에 [FM]만큼 그럴싸한 가상도 없다. 앞서 언급한 축구 플레이 중심 게임의 대표 격인 [피파] 시리즈가 이번 [피파 2013]에서 감독 시점에서의 커리어모드를 중점적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조이패드 조작 실력이 아닌 축구에 대한 지식과 이해로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마니아로서 가장 갈망할 만한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게임에서는
2500여 명의 리서치 담당자가 모은 선수 정보는 웬만한 리포팅 못지않게 알차다(사진=공식 페이스북) |
물론 여전히 축구 팬덤 사이에서 [FM]으로 축구를 배운 사람들에게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비꼬는 경우도 있다. 2500여 명의 리서치 담당자가 모은 게임 속 선수 데이터는 여느 전문가들의 리포팅 못지않은 수준이고,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에이전트와 친분을 쌓는 디테일이나 상대팀에 맞춘 포메이션과 전술의 경우의 수 역시 현실과 매우 유사하지만 게임은 게임이다. 엄청난 자금력과 에이전트와의 밀고 당기기를 통해 호날두와 메시를 한 팀에 영입하거나, 리즈 유나이티드를 프리미어리그 빅4에 올려놓는 것은 분명 대단하지만 게임이기에 가능한 위업이다. 하지만 [FM]이 정말 중독적인 건, 사실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꿈을 이뤄주기 때문이다. 축구 팬덤의 욕망에 대해 말했지만, 그저 욕망을 자극하는 것과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건 다르다. [FM]은 후자다.
자기만의 팀 운영을 하고 싶다는 말은 그것이 현실에서 여간해서는 허용되지 않는 경우의 수까지를 포함한다. 부자 구단의 감독이 되어 메시와 호날두, 아구에로가 함께 뛰는 자기만의 지구방위대 스쿼드를 만들어 압도적 승률에 도전하건, 영입 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팀의 오리지널 멤버만으로 리그 우승에 도전하건. 요컨대, 이 게임은 꿈을 판다. 스포츠 역시 꿈을 파는 엔터테인먼트지만 현실 세계의 아스널 팬은 돈을 풀지 않는 구단 앞에서, 리버풀 팬은 알론소와 토레스의 공백 앞에서, 박지성 팬은 QPR의 총체적 난국 앞에서 현실의 벽을 느낀다. 그 현실의 벽을 교묘하게 넘게 해주는 것이 [FM]의 매력인 것이다. 물론 [FM 2013]으로도 QPR을 리그 상위권에 올려놓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어떤가. 아무 손도 써보지 못한 채 TV만 보며 마크 휴즈의 경질만 손꼽아 기다리는 것보다는 직접 선수단을 운영하는 것이 덜 답답하지 않을까. 크리스마스 시즌이 통째로 날아가는 타임워프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첫댓글 FM 홍보기사..ㅋㅋ
이런 건 널리널리 퍼뜨립시다 ㅋㅋㅋ
제목 잘 뽑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