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층, 그러니까 선수단의 '두께'에 대한 얘기를 한번 더 할까 합니다. 요즘은 '뎁스(Depth)'라는 외래어로 많이 쓰죠.
2000년대 초중반에 선수 스카우트에 소홀히 했고, 2군 전용 시설이 다른 구장보다 늦었다는 지적은 이제 안 하겠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슈 중 하나인 건 분명하지만, 기본적으로 지금 그걸 되돌릴 수도 없고 또 너무 많이 얘기 했으니까요.
그 시절 선택들이 모여서 지금 우리는 선수층이 얇습니다.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다른팀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별로 없고, 그나마 팀내에서 잘하는 선수가 빠졌을때 그 자리를 메울 선수도 없죠. 주전들이 쉴 수도 없고요. 정수빈 군대가면 박건우가 터지고, 양의지 없어도 박세혁이 버티는 두산과는 상황이 참 다릅니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한화이글스의 연고지 자원도 다른 팀과 비교하면 빈약하다는 겁니다. 하주석이나 정은원도 우리 팜이 아니고 안영명 윤규진과 변우혁 사이에 (못 키운 팀 탓도 물론 있겠지만) 프로에서 성공한 충청팜 출신 선수도 거의 없죠. 야구 잘하는 선수들은 전부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고, 나머지 선수들도 대부분 영남이나 호남에 있으니까요.
이 지점에서 저는 <외부 FA를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다시 하고 싶습니다. FA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신 분들이 많습니다. 가성비를 생각하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거나, 젊은 선수를 키우는게 더 중요하다는 취지겠죠. 그러나 저는 FA에서는 '가성비'보다 "누가 독점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S급 선수도 있고 젊은 선수도 크고 두개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의지나 김현수를 예로 들어 봅시다. 120억? 150억? 정말 말도 안 되는 돈이죠. 어지간한 사람 연봉 200년을 모아야 되니까요. 4년으로 나눈다고 쳐도 30~40억인데, <그 선수가 연봉 2억짜리 선수보다 정확히 15배 잘하냐?>를 따져보면 당연히 아닙니다. 그런데요, 많은 돈을 들여서 선수를 영입하면 그 효과가 굉장히 여러 방면에 미칩니다.
[1] 그 선수가 우리팀에 오는 효과
[2] 원 소속팀에서 그 선수가 사라지는 효과
[3] 나머지 9개 구단에서는 이뤄지지 않는 전력보강이 우리팀 하나만 이뤄지는 효과
외국인을 뽑고, 신인을 지명해 키우고, 퓨쳐스에서 뛰는 선수를 성장시키는 건 우리 말고 다른 팀도 다 합니다. 내가 공부 열심히 해도 성적이 잘 안 오르는건 다른 애들도 다 공부하니까 그런거죠. 그 상황에서 <열심히>라는 키워드 하나로 상황을 뒤집을 순 없습니다. 그럴거면 진작에 뒤집었겠죠. 남한테 없는걸 나 혼자 갖고 독점해야 됩니다. 그 방법은 FA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좋은 선수를 만드는 방법이 FA하나뿐이라는 의미가 아니고, '다른 경쟁팀 대비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은 방법은 그거라는 의미입니다)
FA를 데려오라는게 "선수 키우는 건 소홀히하고 앞으로 맨날 FA만 사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아주 좋은 선수가 시장에 나오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죠. 그 선수 쓰면서 선수도 키우면 됩니다. 자리가 없어진다고요? 젊은 선수가 껍질 깨고 나와서 FA 선수 밀어내면 되죠. 선수에게 자리가 없다면 그 이유는 하나입니다. 그 자리 터줏대감보다 야구를 못하니까.
그리고, 막말로 자리 없어도 괜찮습니다. 야구 잘하는데 그 선수 자리가 없다는 건 소속팀이 강팀이라는 뜻이거든요. 잘하는 선수가 1군에 제대로 나오지도 후보라고요? 세상에, 얼마나 신나고 황홀한 일입니까? 더 잘하는 선수 아프거나 다쳐도 또 다른 선수가 있다는건데요. 우리가 늘 바라는게 그거 아닌가요? 대타 쓰자면서요. 누구를요? 1할5푼 양성우? 아니면 주전 타자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A급에 가까운 무서운 타자? 여러분은 뭐가 더 좋으십니까?
2019년 현재 정근우-이용규 상황이 안 좋습니다. 그러나 2014년 이후부터의 5년을 생각하면 두 선수가 버텨 준 부분이 있어서 그나마 성적을 유지한 부분도 있죠. <두 선수가 5년간 해낸 몫이 정확히 137억 가치냐?>고 물으면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그 돈을 안 쓰고 그만큼의 성과를 낼 방법이 있었냐?고 물어보면 그것 역시 '글쎄...?'죠.
한화이글스는 양의지를 영입했어야 합니다. 김현수-손아섭-민병헌 같은 선수에게 돈다발을 들고 달려갔어야 됩니다. 왜냐고요? 그래야 <중견수 정근우>같은 어려운 모험을 하지 않았을거고, 컨디션 안 좋아 제 코가 석자인 호잉에게 수비부담을 더 주지 않았을거고, 김태균 이성열이 서로 엇바퀴 돌 때 다른 중심타선에서 또 다른 해법을 찾을 수 있었을테니까요.
박상원과 이태양이 필승조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박주홍 김범수가 불펜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꾸역꾸역 이닝 먹고 기대치를 높여갈수 있었던 것. 그건 정우람이 마무리에서 버텨준 덕입니다. 정우람이 1년 기준 20억 넘게 받는데, 1억 짜리 젊은 투수보다 무려 스무배의 가치가 있다고 볼 수는 없죠. 하지만 그 돈들이지 않았으면 우리가 불펜 힘을 키울 수 있었을까요. 혹시 이 사람 저 사람 '집단마무리'하다가 결국 다 무너지지 않았을까요? 투수와 야수는 상황이 좀 다르지만, 팀 전체의 시선에서 보면 똑같습니다. 선수를 키우는 것, 좋은 선수를 사오는 것은 <동시에>이뤄져야 할 일이고요.
좋은 선수 많이 만드는 노력을 앞으로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키움 사례도 있지만 그들 역시 서울팜이고
우리보다 타선 더 강했던 팀들도 FA로 빅 카드 구매하는데 훨씬 더 적극적이니까요.
첫댓글 저 역시 뎁스가 두터워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올 시즌 전 송광민, 최진행, 이뭐시깽이를 재계약 해야 한다고 했었구요..
그리고 권혁, 배영수, 심수창을 이렇게 허무하게 딴 팀으로 보내지 않았어야 됩니다.
가뜩이나 쓸만한 선수가 적은 팀 뎁스인데, 그나마 쓸만한 선수들을 감독에게 대들어서 계약 안하고, 삼진 많이 당한다고 계약 안한다면 그 자리는 누가 메울 수 있을까요?
FA 이야기만 나오면. 제가 항상 주장하는거.
"내돈 쓰는거 아니다. 구단돈 쓰는거다"
선수가 비싸네, 어쩌네는. 구단돈으로 결정합니다. 팬들돈 안들어가요.
내가 응원하는 팀. 구단이 긴축재정을 하고 있으면, 팬들은 "구단아 돈좀 써라!" 라고 욕하면 되고,
FA영입 많이 하면 "아싸. 우리팀 돈 잘쓴다" 하면 되는겁니다.
구단에서 돈쓰는데, 비싸네, 싸네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비싼 선수는 잘할 선수일 가능성 많죠.
20인 보상선수들보다 잘하는 선수라면, 금액은 내돈 아니니. 무조건 영입해야 합니다.
그래야 팀의 뎁스가 두꺼워집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양의지 주전, 최재훈 백업 / 최재훈 주전-지성준 백업 .. 무게감 부터가 다르죠.
김현수 양의지가 젤 아깝네요.
양의지 선수는 포수뿐 아니라 지타로도 활용가치가 충분한데 말이죠.투수나 포수들 커가는것은 덤이라 할수 있구요.
이용규 정근우 선수가 울팀에 올때 믿기지 않았었는데 또다시 그런 기분을 느껴보고 싶네요.
나중에 이정후 선수나 델구왔으면 좋겠네요.^^
양의지 지금 하는거 보면 진짜 아깝긴 하죠 ㅠ.ㅠ
@마리이글 근데 요즘 팀 하는거 보면 FA선수들이 우리 팀에 오고싶지가 않을듯 합니다.
와서 좋게 나간 선수들이 없네요.
위 글에 동의합니다.
FA영입 적극 추천합니다.
내년, 내후년 좋은 선수들 영입해서 강한 뎁스 만들길 기대합니다.
김현수, 민병헌, 손아섭 중에 한명만이라도 영입했다면, 현재 성적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외야수 FA 영입은 필수입니다.
양의지도 아쉽지만 17년 말에 구단에서 오버페이를 해서라도 한용덕 감독 취임 선물 사준다는 생각으로 김현수를 영입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타선에도 확실히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고정 좌익수로 들어가면 스프링캠프때 시도했던 정근우와 이용규의 (결과적으로 무리했던) 포지션 변경도 없었을테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고만고만한 외야수들의 나좌수 경쟁도 없었겠죠. 게다가 올시즌 호잉이 중견수와 우익수를 왔다갔다 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며, 올해 김태균의 타격 생산성 저하를 고려했을때 작년처럼 정근우가 1루를 맡아주는게 최적이었습니다.
거액을 쓰더라도 제대로 써서 본전 생각 안나면 잘쓴겁니다. 올시즌 종료 후라도 FA로 대형 야수 영입을 적극 추진하기를 바랍니다. 단, 30대 초반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누가봐도 초특급" 선수로요.
올해 김현수가 부진해서 엘지팬들에게 욕을 많이먹는 상황이긴한거같은데
우리팀에서 좌익수 김현수는 너무나도 완벽한 퍼즐이였죠
지른다고 다 올수있는건 아니겠지만 너무아쉬워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송은범 심수창 같은 FA는 관심두지 않았어도 큰 차이 없었겠지만 김현수나 손아섭, 양의지 같은 S급은 데려와야 성적향상의 능력이 있는 팀이라 할수 있겠죠.
어설픈자 들이 리빌딩이라는 허울아래 뎁스를 약하게 만들었죠. 나이많다고 다 방출시키고 결국 타팀 방출선수 주워쓰다 서산으로 보내는거 보면서 주먹구구 아마추어 리빌딩이 얼마나 한심한지 느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