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뇽
나는 삼백들고 4개월 혼자여행 나선 배짱좋은 21살 이예요.
6월 26일 일본 도호쿠 지역에서 지진피해복구 자원봉사활동을 시작으로
어언 한달 반쯤의 여행길에 올라있어요.
출발 비행기 일정에 일본경유한다길래 스탑오버 신청하고
도쿄에서 이따만한 배낭매고 거북이마냥 길잃고 해매다가 이튿날 센다이로 홀라당 날랐어요.
센다이의 자원봉사자들은 이시노마키 시티의 sensu 대학교를 캠프장으로 쓰고 있었어요.
일본인 뿐만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개인으로, 그룹으로 많이들 왔더라구요.
일본어는 아리가또 우루사이 곰방와 난지데스까 밖에 모르던 저는
외국인 그룹에 들어갔어요. 이름은 위스키 고고.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저 거기서 흙 좀 많이 팠어요
벽도 부수구요 집도 다뜯어내고
1인당 쓰레기더미 1000개는 옮긴거 같아요
제가 왠만한 장정만큼 힘도 쓰고 떡대도 있지만,
어찌나 고되던지 딱 일주일있었는데 5키로가 쭉쭉 빠졌어요
일본 자위대에서 만들어준 샤워시설이 있긴했지만 물이 무슨 온천온도였어요 더워죽겠는데 찬물은 안나오죠, 뜨거운 물에 안그래도 탄 피부는 후끈후끈하죠, 일할 때는 쓰레기 더미위에 앉아서 얼굴에 앉은 파리도 떼어내지 않은 채 점심도 먹고 그랬어요.
그래도 사실은 정말 행복했어요 . 진짜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하고 값진 시간들이 었어요.
내 힘으로 뭔가 할 수 있다는 게 이런거구나, 싶기도 하고 .
좋은 친구들을 만난게 행복함에 70%는 차지 한 것 같아요. 사람이 재산이잖아요.
그래서 미국으로 혼자 뚝 떨어졌을 때는 한 이틀은 공황상태였어요.
일본 다시 돌아가고 싶어서 샌프란시스코고 뭐고 호스텔에 박혀서는
어린애처럼 몇 번 울기도 했어요.
그치만 내 여행 내가 가야죠. 울면서 시작한 미국여행.
미국은 배낭여행으로는 적절치 못한 나라이기는 해요. 그렇지만 여행에 뭐 정석이 있나요
비록 캘리포니아 뿐이기는 했지만 구석구석 멋진 곳도 참 많았고 재미난 일들도 많았고 좋은 사람들도 많았어요.
거의 암트랙과 그레이 하운드 이용 했구요
경로를 말씀드릴게요
샌프란 - suisun(전형적인 시골의 햇볕 따뜻한 예쁜동네 였어요. 건달들 마저도 따뜻했던 )
- stock tun ( 저 여기서 노숙자한테 한방 맞을뻔했어요. 길 가르쳐주길래 고맙다고 물 한병 줬더니, 이딴 빠킹물병 필요없다고 돈내놓으라고 고래고래 고함지르길래 너무 무서워서 입술만 깨물고 있었더니 훌렁 가벼렸어요. 원래 하루 머물예정이었었는데
그 길로 바로 암트랙 표 제일 빠른 거 끊고 다음 도시로 날랐어요.)
- merced - Yosaemiti National Park (merced 역에서 매일 8회정도 요세미티 가는 버스가 있어요
가격은왕복 40불 정도. 차 없으신 분들은 이경로를 이용하시면 좋을것 같아요. 요세미티 공원 안에는 대부분
비싼 호텔들이지만 백팩커 캠프장도 있구요 이용료는 하룻밤에 5달러정도 해요.
저는 텐트는 없었는데, merced 에서 머물렀던 호스텔 주인에게 하루 5달러에 빌렸어요.
요세미티 공원은 그야말로 패밀리 파크예요. 꼭 마운틴 등반하시길 추천 드려요. 루트는 여러가지 있지만 저는
네바다 폭포를 지나 리틀 요세미티 빌리지까지 등반했어요. 산 정상에도 백팩커캠프장이 있었거든요.
등반길은 그야말로 환상적.)
- montery - big sur ( 여기서 첫번 째 카우치 서핑. 운 좋게도 빅서 한 가운데 별장이 있는 카우치 서퍼에게 초대 됬어요!
그 예쁜 빅서를 마음 껏 즐길 수 있는 기회였죠. )
그리고 로스 앤젤러스.
전세계를 LA한 곳에 모아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예요.
엄청난 교통대란, 공기오염, 바다, 놀이공원, 음악, 술, 파티, 문화산업, 범죄, 구두닦이 불법체류자들 부터 최상급의 부자들 까지.
질서라고는 없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질서로 살아가고 있었어요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볼수있었던 LA는 제게 상당히 매력적이었어요.
베니스 비치에서는 레드핫 칠리 페퍼스의 신곡뮤직비디오 촬영 현장도 볼수 있었던 행운이!
하지만 방학맞아 놀러온 유럽이나 미국애들이랑 호스텔에서 밤마다 부어라마셔라 하다보니
아 이건 여행이 아니야 싶은 생각이 들어 한 일 주일 머물고 멕시코로 떠났어요.
돈없는 저의 선택은 그레이 하운드..
장장 하루 하고도 20시간의 긴 여정이었어요 나중엔 엉덩이에 욕창 생기는 줄..
그리고 이제 멕시코 여행, 시작이예요. 여기 오고 나서야 아, 이게 진짜 여행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과달라하라 틀라크 파크에서 만난 주정뱅이아저씨들과 데킬라 친구도 되고
시간이 멈춘 마을 과나후아토 에서는 사실 설사로 고생 좀 했어요.
산 미구엘 데 아옌데 에서는 16명의 멕시코 아이들의 엄마도 됬었구요,
74살의 미국인 화가 할아버지의 누드모델이 되는 특별한 경험도 했었어요.
그리고 저는 지금 멕시코 시티 펜션 아미고에서 일주일 째 머물고 있어요.
멕시코 시티도 복잡하기론 LA와 비슷하지만 유적이라던가 고풍스런 문화들 덕분에
조금더 초현실 적인 느낌이예요. 아주아주 매력 넘치는 도시예요.
미국도 좋았지만, 조금 정적인 느낌이었달까..
멕시코에 와서야 여행의 참 맛을 조금 씩 깨닫네요. 어찌나 하루하루가 스펙타클 한지.
안좋은 점은, 미국 여행 때 쑥쑥 빠졌던 살들이
멕시코의 눈 번쩍 뜨일 만큼 맛있고 싼 음식들 덕분에 다시 차오르고 있다는 거예요.
곳곳의 정보라던가, 관광지라던가 ,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고 싶지만
이번엔 정리 식으로만 적고 시간날 때 한 편 씩 올리도록 할게요.
모두들 최고의 여행 하세요!
첫댓글 즐겁고 안전한 여행되세요 ^^ 중미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넹 무쵸 구스또! 구스토?
멋지네요~ 코 꽉 막힌 할아버지 요즘도 고생 많이하고 계시겠네... 생각하니까 내가 다 답답하당...-_-;;
펜션아미고에 코막힌 할아버지말씀하시는거예요?? 우와 ㅋㅋㅋㅋㅋㅋㅋ옆에서 컴퓨터하시는 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진 여행기 기대할께요^^
기대에부응해드리겠어요
아름다우십니다~~
여행의 정석은 나 자신의 안전입니다. 몸건강히 여행 잘 하세요^^
"좋은 친구들을 만난게 행복함에 70%는 차지 한 것 같아요. 사람이 재산이잖아요."
→ 동감이에요. 저도 여행갔다와서 친구들이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요.
재밌게, 뜻깊게 멋진 여행하시고 있네요! 건강히 여행 잘하고 오세요 ^^
쓰실 글중에 데킬라라는 단어가 확 들어오네요~!!멕시코에서 먹는 데킬라는 어떤 맛일까 궁금합니당ㅎㅎ
저는아직 데킬라맛을 즐기기엔 혀가 어린가봐요 데킬라 스트레이트 한잔에 소주 열잔 맞먹는 맛 ㅠㅠ 그래도 멕시코 마가리타는 최고예요!
멋진 청춘이네요 !! 건강하세요!!! :)
우왕. 청춘이라는 소리는 언제들어도 좋은 것 같아요 감사해요
졸라 부럽군요, 레드핫칠리를 보다니!!와오
졸라 행운이었죠. 미국이아니면 어디서 길걷다가 레드핫칠리를보겠어요
크햐~~~ 지금을 즐기셔요 >ㅁ <
여자나이 이십초반에 전인생을 승부한다란 광고카피가 딱어울리십니다^^
동감백배~~
굉장한데요!그래도 전인생과 승부하기엔 아직 배움이 더 필요하다고 느껴요 ~여행 오기전 오불당 들락거리다가 낭만유목민님의 동생에 관한 글을 본 적이 있어요. 늦었지만 축하드려도 될까용? 요즘도 행복하시죠?
어브 컹쓰~^^
과나후아토에서 설사라... 그 아름곳에서의 설사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한 1인? ㅎㅎㅎ 정말 나오고 싶지 않았던 동네
설사조차 아름다웠어요.................
블로그 없나요..여행기 rss 로 받아보고 싶네요..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아직은 여기에 올린 여행기가 처음이에요
사진만 봐도 정말 행복해보시이네요. 최고의 여행 하세요 :)
이렇게 행복할줄 몰랐어요 고맙습니다.
캬~~ 멋지네요!! 정말 즐겁게 사네요! 부러~ ㅎㅎ
부럽습니다. 행복해보이시구요. 낙천적이고 밝고 용기있는 모습 저도 배우고 싶네요.
사진으로만 봐도 정말 멋있는 여행하고 있는 듯 합니다. 대학교 등록금을 벌면서 학교다니느라 벌써 4학년 졸업하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하루 빨리 떠났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아직 24살 대학 졸업하고 떠날 계획을 빨리 완성시켜야 겠군요. 앞으로도 좋은 여행기 부탁드리고 건강 조심하면서 다니세요~!! 화이팅입니다.
레드핫칠리페퍼스를 공연요금없이 본 당신은 진정 행운아 ㅜ
와우~삼백이건 오백이건 정말 "배짱'좋고 용기 있고, 21살의 나이가 빛남에 박수를 보내요. 다양한 경험과 안전여행 부탁해요. 열심히 응원할께요.^^
와~~~!! 어린나이에 너무너무 부러운여행을 하고있다는 그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정말 멋집니다. 짝짝짝짝!!!!
아 6개월전 저도 거기 있었는데 ㅠㅠ 너무 그립네요 과나후아또에서 먹은
피자 ㅋㅋ 전 펜션아미고에서 설사를 ㅋㅋㅋ
정말 이쁘시고, 멋지시네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