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보는 명품시조 170「걸음마」외
석야 신웅순
우리 아기 콧잔등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기우뚱 또 기우뚱
한 발짝 또 한 발짝
쿵덕쿵 엉덩방아에
엄마 가슴 덜컥
-허일의 「걸음마」
세상에 거져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야하고 기우뚱 또 기우뚱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뎌야한다. 쿵더쿵 또 쿵더쿵 엉덩방아를 수없이 찧어야한다. 그 때마다 엄마 가슴이 덜컹덜컹해야한다. 넘어졌다 일어섰다를 수없이 반복해야 비로소 걸음마를 할 수 있다.
걸음마는 아기 혼자 힘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기와 엄마와의 합작품이어야한다. 시조도 공정 과정이 걸음마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고치고 또 고치고 그리해서 마지막으로 나를 만나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시조이다.
내 짐 빼고 짐 내 놓고
용돈 통장 해지하고
내 번호만 찍혀 있는
휴대전화 정지하고
남기신 경로우대증 품고
울고 나니 적막하다
- 김일연의 「딸」
‘용돈 통장 해지하고’,‘내 전화번호만 찍혀있는 휴대전화 정지하고’,‘남기신 경로우대증 품고’울고 나니 적막하다는 것이다.
해지하고 정지하고 품고 나야 그렇게 울고 적막해야 시조가 되는 것이다. 그런 애틋한 딸만이 시조를 얻을 수 있다. 열 두 쪽만 맞춘다고 해서 다 시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조는 절대로 그런 사람에게 자존심을 허락하지 않는다. 가곡이나 시조창을 들어보라. 그러면 시조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다.
-주간한국문학신문,2025.2.27.
첫댓글 시조 짓는 방법에 대해 살짝 알게됩니다.
감사합니다.
예까지 건너 오셨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