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을 연주하는 여자
도완녀 지음/해냄출판사
한 수행자가 고요한 숲, 나무 밑에 앉아 수행을 하고 있었다. 유마힐이 수행자에게 말했다. “그냥 앉아만 있다고 해서 그것을 좌선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현실 속에서 살면서도 몸과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 것을 좌선이라고 하지요. 생각이 멈춰버린 무심한 경지에서도 온갖 행위를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좌선입니다.”
늦사랑에 빠져 꼬박 9년을 강원도 정선의 된장마을에서 사랑하는 남편과 세 아이 여래, 문수, 보현, 그리고 풍요로운 자연과 벗하며 살고 있는 첼리스트 도완녀의 신작 에세이. 『메주와 첼리스트』 『남편인 줄 알았더니 남편이 아니더라』를 쓴 도완녀가 이번에는 된장마을에서 생활하며 보고 느낀 소중한 감상들과 함께, 된장으로 만드는 맛깔스런 새 음식들을 소개한다.
또한 빠뜨릴 수 없는 소재는, 자연과 함께 커가는 세 아이들의 이야기다. 산골에 사는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일구어 나가는 소박하고 조화로운 삶의 모습을 통해, 긴박하게 돌아가는 도시의 삶을 반성하는 계기를 마련해 본다. 무슨 일이든 가족과 함께하는 저자가 살면서 느낀 자잘한 기쁨, 산골에서의 풍요로운 삶이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든다.
[본문 소개]
내가 보기에, 성공한 사람의 모습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몸은 바쁘지만, 마음만은 한가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일을 하는 바로 그 자리가 '참선의 장'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이다. '현실 속에 살면서도 몸과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 삶.'
- 프롤로그 중에서
차를 마시는 일은 여유를 마시는 일이다. 시간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누는 일은 도시보다 열려진 이 산골이 좋은가 보다. 아주 바쁠 때는 차를 나누고 함께 일한다.
- 일에서 얻는 평화 중에서
자신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자세로 일한다면, 수위라 할지라도 그 사람의 품격은 사장인 것이다. 요즘 나는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회사에서도 내가 사장의 자세로 일하고, 또 내 삶의 주인으로서 매사 겸손하지만 당당하게 사는 방법을 매일매일 새롭게 공부하고 있다.
- 겸손하라 그러나 당당하라 중에서
제자들이 첼로를 하면서 힘들어할 때, 내가 해 줄 말은 단 하나. ‘생명을 바쳐 연습을 해라. 음악은 재주가 아니라 바로 끈기다. 마음이 바뀌면 소리가 변한다. 소리가 곧 마음이다.’ 물론 재주도 있고 열심히 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재주가 없음으로 해서 열심히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제자들에게 '재주 없음의 재주 있음'을 경험했던 내 이야기를 들려준다.
- 재주 없음의 재주 있음 중에서
큰딸 여래가 심각하게 물었다. ‘엄마, 나는 왜 부처님 이름을 갖고 태어났어?’ 내가 뭐라고 대답할까 생각하며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어수룩한 둘째 문수가 낮은 목소리로 거든다. ‘누나, 사람은 누구나 부처님이거든.’
- 아이들과 대화를 중에서
음식을 잘 먹는 것도 잘 만드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정성을 들여 만들어야 한다. 요즘은 어떠한 마음으로 만들어야 하는지를 더 많이 생각하곤 한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든 밥상이야말로 최고의 보약이 되는 것이다.
- 기가 펄펄 살아 있는 음식 중에서
저자 도완녀는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첼로를 전공했다. 독일로 유학을 갔다 온 후에는 충남대, 전북대 등에서 강의했다. 뮤즈 트리오를 창단했으며, 20여 차례가 넘는 독주회와 협연 등으로 왕성한 연주활동을 펼쳤다. 1992년, 16년 전에 독일문화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돈연 스님을 우연히 다시 만났고, 1993년 강원도 정선군 가목리에서 결혼하여 친구로 스승으로 연인으로서 살고 있다. 2010년 3월 지리산과 계룡산에 들어가 백일기도 끝에 신내림을 받았고 그해 9월14일 서울 강동구 둔촌역 인근에 ‘도완녀 신당’을 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