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안방준 선생과 관련있다는 빙호추월의 빙월정을 찾는다.
예전 주암호 조망대 앞에 차를 세우고 칡넝쿨 우거진 길로 들어가니
전원주택단지를 만들다가 그만 둔 듯한 폐대지가 보인다.
건너 모후산은 구름에 쌓여 보이지 않는다.
빙월정을 못찾고 돌아나오는데 빵빵 클랙션 소리가 들린다.
바삐 차로 돌아오니 트럭 한대가 들어가려하고 있다.
미안하다 하니 젊은이가 무슨 일이야고 한다.
안 선생의 빙월정을 찾는다 하니, 문중의 종회장이 가까우니 알려주시겠다신다.
전화까지 해 주며 송매정을 찾아가면 그 아래 그 분이 계시는데 잘 안내해 줄 거라 한다.
외우산 버스정류장에서 길을 건너 내려간다.
개가 짖어 댄다. 송매정이 보이는데 관리사인 곳에서 여성이 오이를 얼굴에 문지르며 나와
무슨 일이냐고 한다.
안회장님을 찾는다 하니 차를 가지고 내려가란다.
길에 차를 두고 마당으로 올라가니 큰 한옥 한켠에 선풍기를 틀어놓고 한 어른이 올라오라신다.
고흥의 고령신가라고 인사를 선채로 드리고 안 선생의 유적을 찾아다니며 공부에 관심있다 하니
찾아와줘 고맙다고 하신다.
먼저 안선생의 어린 시절 시를 암송하신다.
부귀영화를 쫒기보다 조용한 산림에서 인륜을 찾는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라 하신다.
키가 작으마하신 사모님이 종이컵에 커피를 세 잔 타 오신다.
한모금 하고 의자 옆에 내려놓는다.
마당에 바위 위에 숯탉이 암탉들과 어울리고 있다.
우산 안선생은 당신으로부터 13대조이신데, 이쪽 우산은 그 분의 막내아들이 드어와 터를 잡았다 하신다.
우산 선생이 보성강 가 바위에 터를 잡아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며 정자 세웠으면 좋겠다는 기록을
8대조 할아버지가 문헌에서 확인하시고 빙월정 건립을 추진했다 하신다.
그 8대조 할아버지는 저금을 날 때 쌀 한 말을 이고 나왔는데, 천석꾼의 농토를 일구었다고 하시며 자랑스러워 하신다.
그러나 그 분께서는 마무리 못하고 자신의 조부께서 빙월정을 세워 전국의 유림이 모여 안선생의
유허로 성대한 준공식을 치렀다 하는데 아쉽게도 1981년 무렵 태풍 애그니스 때 큰 물이 나 유실되고 말았다 한다.
그 후 1983년엔가 안용백 안 준 등 고위공직자들이 다시 빙월정을 위로 옮겨 현 위체에 세웠다 한다.
자신은 머슴과 함께 농사를 짓다가 50무렵에 회사생활을 30년 정도 하고 은퇴해 죽산안씨 대종회장을 맡았다가
이제는 임기도 다 찾ㅆ다고 하신다.
어떤 직업이냐 여쭈니 순천 파인힐스 골프장을 조성했다 하신다.
8대조 할아버지의 자존심을 이으려 물밑작업을 하면서도 한점 부끄러움이 없게 추진해 회사 회장으로부터 신뢰를 받았다 하신다.
빈손으로 찾아뵈 죄송하다며 다음에 또 뵙겠다고 인사를 드리고 나온다.
한참 동안 마당에 서 계신다.
빙월정 가는 길을 들어가다가 폐가 하나만 보고 대나무가 우거져 포기하고 돌아온다.
다음에 목미암과 함께 다시 들러야겠다.
송매정은 현판들이 가득한데 바닥엔 참깨다발이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