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칼럼】 “교만해서 넘어지지 않게…”
- 김소엽 시인과 나눈 잊지 못할 문자메시지 -
■ 『경우신문(警友新聞)』 칼럼 집필 1년을 맞는 소회
『警友新聞』 제호(題號) 좌측에는 「150만 전 현직 경찰인들이 함께 만드는 신문」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신문 제호 우측에는 「영원한 경찰인, 국민과 함께!」라는 재향경우회 구호도 박혀 있습니다.
「전 현직 경찰의 유일한 대변지」라는 자긍심이 담긴 표어도 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조국 대한민국의 영광과 번영의 밀알, 우리는 영원한 경찰인입니다」라는 구호는 『警友新聞』이 50여 년 동안 꾸준히 지켜온 ‘자랑스러운 전통’입니다.
전 현직 경찰의 유대 강화와 가교역할을 해 온 『警友新聞』 귀한 지면에 고정 칼럼을 써 온 지 1년이 됐습니다.
김용인 재향경우회 중앙회장 취임식에 특별 손님으로 초대된 뒤 이루어진 각별한 배려였습니다. 안오모 편집국장의 과분한 찬사와 인정이 흐르는 따뜻한 대우, 그리고 파격적인 지면 배려는 1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졸고 칼럼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저의 졸고 칼럼을 읽으시고 전화로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주신 대전의 전 경우회장님을 비롯하여 멀리 전북에서도 저의 졸고 칼럼을 잘 읽었다면서 장 시간 전화를 주시고, 귀한 저서까지 우편으로 보내주신 원로 경찰작가 선배님의 뜨거운 성원도 잊을 수 없습니다. 또 SNS로 따뜻한 문자 보내주신 수많은 현직 경찰관의 응원도 글을 쓰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필자가 참여하는 『한국경찰문학회』도 예쁜 표주박이 걸려 있는 옹달샘 같은 ‘샘터’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 2월 ‘경찰문학회 출판기념식장’에서 의미 있는 축사를 해 주신 김소엽 원로시인을 ‘경우신문’ 칼럼 집필 1년을 맞아 필자가 다시 한번 정중히 ‘칼럼의 주인공’으로 모시게 됐습니다.
이 같은 귀한 인연을 지면으로 이어가게 해주신 원로문인이자 교육자이신 김소엽 시인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2022.6.14.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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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신문 2022년 6월 13일자 / 윤승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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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칼럼】
“교만해서 넘어지지 않게…”
- 김소엽 시인과 나눈 잊지 못할 문자메시지 -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경우회 홍보지도위원
‘교만해서 넘어지지 않게’라는 ‘겸손’의 표현을 좋아한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이 말이 꼭 떠오른다. 남에게 칭찬을 들었을 때도 이 말이 슬며시 떠오른다. 무슨 일을 할 때도 ‘경계(警戒)’의 의미, 또는 ‘조심조심’이란 뜻으로 뇌리를 스친다.
참으로 아름다운 자기성찰을 주문하는 잠언과 같은 말이다. 잠자는 나태한 의식을 일깨우는 바늘과 같은 말이다.
이 말은 김소엽 원로시인이 내게 스마트폰으로 보내준 문자메시지에 등장한다. 김 시인은 내게 시 3편을 보내주면서 자신의 얼굴이 실린 유명 시사 월간지 표지 사진도 함께 보내주었다.
그러니까 자신이 지은 시도, 자신의 얼굴이 실린 잡지의 커버스토리도 조금은 부끄러워하면서 수줍게 건넨 말이었다. 격의 없는 문인 간의 소통에서 시인 특유의 ‘수줍음’에는 겸허한 인품이 묻어난다.
“제가 순진해서 칭찬해 주시면 부끄러움을 모르고 덥석 사진까지 보냅니다. 교만해서 넘어지지 않게 기도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팔순을 바라보는 원로시인의 문자 내용 일부다.
이런 문자를 나누게 된 인연이 각별하고 자랑스럽다. 김소엽 시인이 ‘경찰문학회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여 축사(祝辭)했다. 축사 내용이 감동적이어서 곧바로 칼럼을 썼다.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나의 졸고 칼럼을 시인이 직접 읽은 것이다.
한 대목을 소개하면 이렇다.
▲ 한국경찰문학 출판 기념식장 현수막
『(前略) 김소엽 시인의 시아버지가 경목회(警牧會)를 처음 창립한 주인공이란 점에서 경찰과의 인연이 더욱 깊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김소엽 시인은 경찰문학인들과의 돈독한 관계는 물론, 경찰업무 전반에 대해서도 이해가 깊었다. 김소엽 시인이 축사에서 정작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드디어 나왔다. 김구 선생님의 유익한 말씀을 전하면서 오늘의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의 세계적인 활약상을 설파했다.
▲ 김소엽 시인 축사 모습(NPBS경찰방송 화면 캡처)
“일찍이 김구 선생님은 앞으로의 시대는 힘으로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라 문화로 지배하는 시대가 돼야 한다면서 문화강국을 외치셨습니다. 그때가 벌써 80년 전 아닙니까. 정말 선지자들이 예리한 통찰력을 가지고 미래를 내다보시고, 우리나라는 문화강국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이 바로 80년이 지나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나라를 보십시오. BTS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 각국에서는 우리나라 말춤을 비롯해서 빌보트 차트 1위로 올라갔다는 것은 엄청난 일입니다. 굉장한 일입니다. 대단한 일이지요. 또한, 아카데미 상을 윤여정 씨가 받았습니다. 정말 상상이나 한 일입니까.
또 우리나라 드라마 대장금이 벌써 20여 년 전에 유럽, 남아메리카까지 전부 휩쓸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열광을 받는 것은 바로 그런 문화강국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는 힘이 아니라 문화로 지배하는 강국이 돼야겠는데, 그 중심에 문학이 있습니다. 지금 인터넷과 각종 영상 매체로 활자 매체가 죽어가는 현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경찰문학’이 20호가 벌써 넘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이런 당부와 소망의 말씀도 잊지 않았다.
“《경찰문학》이라는 고유 브랜드를 여러분들이 만들어냈습니다. 이 문화가 세계에 으뜸 되는 문화로 퍼지면 모든 강력범을 힘으로서가 아니라 문학으로서, 인간의 심성으로, 인간의 정서로, 그들을 감동하게 하고, 교화해서 이 세상에는 범죄자가 하나도 없게 되는 날이 오게 되기를 바랍니다.”
김소엽 시인의 축사가 끝나자 참석 문인들의 박수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행사 장면을 유튜브로 장시간 시청하면서 김소엽 시인의 축사를 녹음하듯 속기(速記)한 나는 혼자 간직하기 어려웠다. 곧바로 칼럼을 쓰고 블로그에 올릴 화면도 캡처했다. (後略)』
교육자이자 예(禮)를 중시하는 충청도 명문가 후손인 김 시인은 나의 이런 칼럼을 읽고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따뜻한 인정이 넘치는 전화 통화가 끝나고 나서 김 시인이 내게 보내준 겸손한 문자가 바로 “교만해서 넘어지지 않게…”였다.
어찌 ‘경찰문학회’에서 문인들끼리만 통용될 말인가. ‘지기추상대인춘풍(持己秋霜待人春風)’을 좌우명처럼 새기고 살아가는 공직자 사회는 어떤가. 특히 수사 권한과 책임이 더욱 막중해진 현실에서 수사, 교통, 생활질서 등 경찰업무 전반에 걸쳐 임무 수행 시 염두에 둬야 할 ‘공직자 정신’은 아닐까.
경찰에 무한 신뢰를 보내면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국민적 요구에 실망을 주지 않으려면 탄탄한 법학 지식 못지않게 문학 서적을 통해 내면의 정서도 풍부하게 할 일이다. 시인의 ‘겸손’처럼 ‘교만해서 넘어지지 않으려면’ 시와 수필도 틈틈이 읽으면서 마음을 늘 가다듬을 일이다.
‘정의와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정신과 국민적 요구에 답하려면 변화와 혁신은 공직자의 영원한 화두다. 강력한 수사 의지력과 함께 소외된 구석, 억울하게 눈물 흘리는 민생 현장은 없는지도 따뜻하게 살피는 인정 넘치는 치안활동을 기대한다. ■
2022.06. 필자 윤승원
첫댓글 정의와 공정과 상식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새로운 정부에서 일하는 공직자만의 시대 정신이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필요한 기본 상식입니다.
경찰과 검찰 등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서 일하는 분들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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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열(시인) 22.06.15. 01:14
마음 다스리는 글
감사합니다.
▲ 답글 / 윤승원 05:10
아름다운 겸손,
오랜 세월 꽃밭처럼 가꿔온
팔순 원로문인의 인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