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월 4일 목요일. 맑음. 7시 20분에 아침식사를 했다. 식당에 가보니 한국 사람들이 많다. 반가웠다. 어제 많이 들어왔나 보다. 생선가스가 맛있다. 아침부터 좀 과식했나보다. 거리로 나오니 느낌이 신선하다. 거리에는 사람들과 차량들로 분주하다. 특히 출근하는 사람들이 타고 가는 오토바이 행렬이 활기차다. 주로 젊은이들이 타고 간다. 아가씨들도 오토바이를 타고 간다. 모두 핼맷을 쓰고 질서 있지만 속도감 있게 달려간다. 우리는 대북 지하상가로 걸어간다. 타이베이 중앙역으로 가는 것이다. 중앙역 부근에 있는 유적지를 찾아간다. 쑨원의 옛 모습이 간직되어 있는 곳인 국부사적기념관(國父史蹟紀念館)이다. 타이베이 중앙역 근처 시안공원 안에 위치한 국부사적기념관은 중화민국의 국부라 불리는 손문(쑨원)이 일제 강점기 시절 타이완을 두 번 방문했을 당시 머물렀던 일본 전통 목조 건축물 여관이었던 매옥루(梅屋樓 메이우푸)를 식민통치가 끝나고 나서 기념관으로 변경한 곳이다. 내부에는 국부인 손문이 그 시절 머물며 사용했던 유물들과 당시 모습을 그림과 사진으로 전시하고 있다. 외부에는 전형적인 일본식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중앙에는 장제스가 쓴 기념비가 있다. 시안 공원에는 소나무 대나무 매화 연못 복도 다리 잔디 체리와 진달래 꽃 등 중국 느낌이 가득해서 도심 속에서 바쁘게 생활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조용한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국부기념관과 이름이 헷갈린다. 일선(逸仙)공원이라는 팻말이 대문에 씌어있다. 아침 일찍 이라서 인지 사람들이 없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사림역(士林 시린역)으로 간다. 역은 붉은색으로 전체 분위기가 느껴지는 깔끔한 역이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국립고궁박물관으로 간다. 1번 출구로 나오니 박물관에 가는 버스들이 많다. 사람들도 많다. 버스를 타고 가서 박물관 앞에 내렸다. 박물관 건물이 멋지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웅장함이 느껴진다. 입구에는 천하위공이라는 손문의 글씨가 보인다. 세계 4대 박물관중의 하나라고 말하는 박물관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소장품만 약 68만 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 전시실의 한계로 한번에 15000점 밖에는 보여주지 못한다. 3개월에 한 번씩 교체함으로 모두 다 보려면 12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소장품 중에는 민간 물품부터 중국 고대 황실 유물의 진귀한 물품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이를 통해 중국 5000년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다. 박물관은 1층부터 3층까지 있다. 아내는 전에 와 봤다고 입구에 있는 찻집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입장 전에 꼭 보고 싶은 전시품 리스트를 만들어서 들어갔다. 워낙 넓고 지식이 없어 메모해 둔 유적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아쉽게도 유명하다는 옥으로 조각한 배추(취옥백채)와 동파육 돌덩어리(육형석), 올리브 씨앗으로 조각했다는 배(감람핵주)는 볼 수 없단다. 상아투화운룡문투구(상아공)은 106호 실에서 찾았다. 겉에서부터 깎아서 속까지 모두 깎는 고난이도의 기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일명 다층구라고 공속에 공이 들어가 있어서 모두 16개의 공이 층층이 있어 따로 움직인다고 한다. 3대에 걸쳐서 만들었다고 한다. 3층에서는 신화속의 동물인 벽사를 찾았다. 기원전 한나라 때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외에도 보성홍주전자, 기원전 약 1000여년 경 주나라 때 만들어졌다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싼시 반 등을 찾았다. 엄청 사람들이 많다. 알아야 보이는데 모르니 그저 유물일 뿐이다. 다리가 아파서 다 볼 수 없다. 그래도 대만에 가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아내와 휴게실에서 잠시 쉰 후에 밖으로 나오니 뜨겁다. 박물관 입구에 위치해 있는 지선원(至善園 즈샨위엔)이 들렀다. 타이완 국립고궁박물관 정문의 오른편에 위치한 지선원은 1984년에 지어진 중국식 전통 정원이다. 지선원은 약 7천 평의 규모며 전체적인 느낌은 마치 박물관의 정원 안뜰 같다. 박물관 입장권이 있으면 이곳도 무료로 구경할 수 있다. 지선원 정문을 통해 들어가면 지선원의 7대 정경이라 불리는 희지서환옹아조상(羲之書換籠鵝造像)과 송풍각(세필지 洗筆池)을 만나볼 수 있다. 총 3개의 크고 깨끗한 연못이 있으며 그 안에는 유유히 헤엄치는 잉어와 흐르는 물소리, 그리고 정원 곳곳에서 새들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자연과 조화를 이룬 정원인 만큼 우아한 조경예술을 느껴볼 수 있다. 항상 관광객들로 붐비는 고궁박물관에 비교하면 한적한 곳이어서 고궁박물관을 둘러보고 지친 몸을 휴식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다시 스린역으로 버스를 타고 나왔다. 배가 고프다. 아내가 전에 와서 잘 먹었다는 훠궈집을 간다. 역 앞에 있는 작은 식당인데 개인 냄비에 나오는 훠궈가 좋단다. 식당 이름은 구룡이라는 식당이다. 아내는 야채에 새우가 들어있는 해물종류를 주문했고 나는 야채에 생선살이 들어있는 해물을 주문했다. 밥과 함께 날계란이 나온다. 날계란을 먹지 않으면 돈으로 돌려준다는 아내의 경험담을 이야기해 준다. 깔끔하고 뜨겁지만 시원한 국물이 아주 좋았다. 가격대비 맛도 좋고 양도 푸짐하고 청결하다. 우리가 먹던 식당 옆에는 주먹밥을 파는 식당이 있는데 손님이 많다. 주먹밥을 부지런히 만드는 총각의 손길이 바쁘다. 스린역에서 다시 전철을 타고 중정기념당 역으로 간다. 지하철이 잘 연결되어 있어 편리하다. 지하철역의 내부에는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구경하며 간다. 장제스 전 총통의 기념당인 국립중정기념당에 간다. 노란색 황금 빛 지붕을 가진 건물이 양 옆에 버티고 있다. 정원은 대칭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중화민국 초대 총통인 장제스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곳으로 1975년 서거 후 이듬해 행정원에서 건립하기 시작했다. 원산호텔의 설계자인 양주오청(陽卓成 양탁성)선생이 설계했으며 총면적 25만평, 높이 70m에 달하며 새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진 타이완 최대의 공공건물이다. 중정기념당으로 올라가는 화강암 계단을 세어보면 모두 89개인데 이는 장제스의 서거 당시 나이를 뜻한다. 1층에는 장제스 총통에 관한 사진, 자료, 문헌 등이 전시되어 있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도 있고 우리나라 박정희 대통령의 사진(1966년 2월)도 있다. 멕아더 장군의 사진도 있고 장제스 총통의 가족사진도 보인다. 깔끔한 그의 집무실에는 장제스 총통이 의자에 앉아있는 형상을 만들어 놓았다. 2층에는 높이 6.3m에 이르는 장제스 총통의 청동좌상이 있다. 좌상은 서쪽으로 총통부와 중국대륙을 향하게 해 특별한 역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매시 정각마다 위병 교대식이 있으나 가끔 취소되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위병 교대식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5명의 흰색 제복을 입은 위병이 절도 있게 교대식을 한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다. 밖으로 나오면 정말 무척 뜨겁다. 익어버릴 것 같은 날씨다. 다시 지하도로 내려간다. 지하도 홀에는 리코더와 플릇을 연주하는 중년신사가 있다. 맹인인 것 같은데 무척 잘 연주한다. 전철을 타고 서문정으로 갔다. 보행자 거리로 들어서자니 고소한 냄새가 난다. 닭튀김으로 유명한 계광향향계(繼光香香雞 지광샹샹지) 매장이 보인다. 1970년에 문을 연 지광샹샹지는 우리나라 치킨 브랜드와 같이 닭튀김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으로 타이베이에서 인기 있는 체인점이다. 그중 시먼점에는 귀여운 닭 모형이 웃으며 반갑게 맞아준다. 매일 깨끗한 기름에 튀겨 바삭하면서도 느끼하지 않단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우리도 사서 먹었다. 우리네 순살로 치킨 맛이다. 취향에 다라 매운맛 가루를 첨가할 수 있다. 우리는 그냥 먹었는데도 약간 매콤하다. 우리가 서문정에 내린 것은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서 이다. 갈아타기 전에 치킨을 맛보고 싶기도 했다. 지하철을 타고 국부기념관으로 향했다. 국부기념관 역에서 내려 4번 출구로 나간다. 조금 걸어가니 중산 공원이다. 공원에 들어서니 국부기념관이 보인다. 걸어가다 보니 오른쪽에 동상이 있고 돌 판에 새겨진 글들이 많이 모여 있는 비림이 있다. 그리고 주변 공원에는 여러 가지 동상들이 있다. 아마도 손문 선생이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내용들인 것 같다. 아주 다정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동상들이다. 국립국부기념관은 타이완의 국부 손문(쑨원)선생을 기념해서 만든 것이다. 손문(1866~1925)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설립된 기념관이다. 건축사 왕대홍이 설계를 해 1964년 착공, 1972년 5월 16일에 문을 열었다. 흰색 기둥, 노란색 지붕으로 중국 고대 양식을 따라 건축된 국부기념관은 미국 교육부가 선정한 최고의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내부에 들어서면 중앙에 손문의 좌상이 있다. 꼭 미국 워싱턴에 있는 링컨 기념관을 보는 느낌이다. 손문의 연설문과 생활용품, 저작물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타이완을 소개하는 자료 전시실, 도서관, 강의실 등을 갖추고 있다. 또한 2000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홀에서 엄청난 공연과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어서 국제적인 예술 활동도 열린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유경곡(劉耕谷 Liu Geng-gu))이라는 화가의 작품인데 엄청 큰 대작들이다. 주로 자연의 모습, 구름, 절벽, 파도 , 바다, 농촌의 모습, 소, 말 꽃 등을 주제로 그려져 있는데 엄청 평화로워 보이지만 힘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기념관 처마 밑 공터에서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음악을 틀어놓고 춤 연습을 하고 있다. 웃음이 나온다. 다시 정문으로 간다. 여기에서는 건너편에 보이는 101층짜리 건물을 손에 올려놓거나, 검지 손가락으로 누르는 등 다양한 폼을 잡고 사진을 찍는다. 타이베이의 랜드마크인 타이베이 101빌딩이 시원하게 한 눈에 들어온다. 101빌딩은 지하 5층, 지상 101층으로 총 높이가 508m로 현재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빌딩이다. 원래 이름은 타이베이 국제금융센터이다. 숫자 8을 좋아하는 중화문화의 영향으로 8층씩 8등분해서 설계했다. 또한 외관은 불탑과 대나무를 연상해 건설되었다. 카페, 레스토랑, 대형 서점, 명품 숍이 들어 있어서 이곳저곳 둘러보면 금세 시간이 흘러간단다. 전망대로 가는 엘리베이터는 지상 5층에서 탑승하며 89층 전망대까지 37초 만에 올라간다. 내부에는 태풍과 지진에도 건물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주는 600톤의 원형추가 공개되어 있다. 한국어로 된 아내기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데 아내가 전에 가봤다고 해서 그냥 여기서 구경만 하고 사진에 담았다. 오후가 되어서 이제 단수이로 가기로 했다. 담수(淡水 단수이)는 일몰이 아름다운 해안도시다. 타이베이에서 전철을 타고 40분간 이동하면 도착하는 단수이는 일찍이 네덜란드와 스페인 이주민들이 머물렀던 곳으로 도시 곳곳에 역사적 매력이 숨겨져 있는 곳이다. 또한 가수 겸 영화배우인 주걸륜이 직접 감독과 주연을 맡았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영화를 본 많은 팬들이 그 흔적을 찾는 곳으로 언제나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해안 도시답게 다양한 해산물을 맛 볼 수 있고 길게 뻗은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는 시민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맑은 날이면 한 폭의 그림 같은 단수이의 노을을 만나기 위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 만점인 곳이다. 단수이역에 도착했다. 단수이 역은 붉은색 벽돌로 약간 고전틱 하게 만들어진 역이다. 역에서 강 쪽으로 걸어가면 석양과 어우러져 반짝이는 단수이 강변이 나온다. 강 기슭을 따라 단수이 역 부근부터 소어항(小漁港 샤오위강)가지 1.5Kkm에 걸쳐 길게 이어진 산책로다. 노을이 질 때면 단수이 강변이 황금색처럼 물든다고 하여 금색의 이름이 붙여졌다. 단수이금색수안(淡水金色水岸)이라고도 불린다. 산책로 초입에는 식당, 기념품점, 서점 등과 커피숍들이 들어서 있다. 이 산책로를 걷다보면 빠리와 위런마터우로 가는 페리 선착장도 나온다. 최근에는 빠리와 함께 자전거 열풍이 불어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 늘었단다. 잠시 둘러보고 우리는 역을 나와 좁은 골목사이로 길게 이어진 단수이라오제를 걸어간다. 담수노가(淡水老街 단수이라오제)는 시끌벅적 요란하고 생동감이 있는 거리다. 길의 양 옆으로 들어선 가게들에서는 다양한 해산물을 파는 식당들과 단수이 특산품과 기념품을 파는 매장들까지 가득하다. 강변을 산책하고 허기진 배를 채우려는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항상 인산인해를 이룬다. 단수이를 여행하다가 배가 고프면 단수이라오제로 오란다. 그러면 순식간에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전통제과점도 있고 몸에 좋다는 매실차 가게도 있다. 오향으로 맛을 낸 계란 졸임도 있다. 단수이 최고의 어묵 탕 집도 보인다. 우리는 아내가 전에 먹었던 카그테라 빵 집을 찾아갔다. 전에는 카스테라 빵집이 골목에 하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길가에 드문드문 보인다고 아내는 말한다. 골목에서 빵집을 발견하고 카스테라 빵을 샀다. 엄청 크다. 배가 고픈 시간이라 전부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걸어가면서 막상 먹어보니 남는다. 입안이 느끼해 버블티 한 잔을 사서 마신다. 걷다보니 책에서 보았던 메케이(馬階)동상이 있다. Dr. Mackay는 대만에 처음으로 교회를 세우고 서양의 의술과 서양의 교육방식을 가르킨 선교사이자 교육가이고 의사였단다. 1871년 캐나다 선교사 馬 皆 牧師(George Leslie Mackay)가 高雄을 경유하여 1872년 3월 9일 담수에 도착하였다. 이로 인하여 북부에도 복음의 서광이 비치었다. 馬목사는 치과의사로서 의료와 더불어 교회를 세우고 학교를 건립 간부를 훈련 시켜 29년의 선교기간에 前 10년의 선교사역 중에 20여개의 교회를 세우고 300명이 세례를 받았다. 1901년 6월2일 58세로 소천 할 때에는 이미 60개의 교회가 생겼다. 馬목사는 교회의 개척 분야 이 외에도 의료로서 4만 여개의 치아를 뽑았고 말라리아 치료의 과일 주스를 만드는 등 당시의 많은 민중의 지지를 받았다. 만들어진 그의 흉상인데 그의 긴 수염이 인상적이다. 동상 뒤로 작은 교회가 골목 안에 보인다. 단수이 기독교 근거지인 단수이 예배당이다. 진리대학을 세운 멕케이 선교사가 설계한 교회로 단수이에서 이 예배당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선교활동을 했다. 고딕양식의 예배당은 높은 종탑과 채색의 모자이크 유리가 잘 어우러져 있으며 기둥 위에는 뾰족한 모자 같은 장식이 되어있다. 붉은 벽돌의 외벽은 매우 정교하여 질서 정연해 보인다. 지금의 모습은 1932년부터 계속 유지해온 것이며 지금까지 풍화나 벗겨진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잘 관리되고 있다. 단수이의 유면한 관광지로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이곳에서 웨딩 촬영을 하는 커플도 만나볼 수 있단다. 계속 걸어 올라간다. 왼쪽에는 방파제가 보인다. 낡은 배 한 척이 들어와 있다. 부두에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고 서있다. 다음 만난 곳이 홍모성(紅毛城 홍마오청)이다. 3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홍모성은 1629년 스페인이 세운 중요한 요새였다. 건축 당시 포트 산 도밍고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이곳은 네덜란드와 일본군이 사용하다가 19세기 후반에는 영국영사관으로 사용되었다. 이후 1980년 타이완 소유가 되면서 국가 고적1급으로 지정되었다. 내부에는 단수이의 역사와 발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진들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건물 앞 정원에는 예전에 사용했던 대포와 풍차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놓여 있다. 홍마오청은 언덕 위에 있어 아름다운 단수이 강변과 함께 건너편 빠리까지 한눈에 들어오며 전경이 아름다워 화창한 날에는 가볍게 산책을 즐기기는 좋은 장소다. 우리는 늦어서 내부를 들어가지는 못했다. 언덕에 이어지는 진리대학으로 갔다. 진리대학(眞理大學 젼리따쉐)은 타이완 최초의 대학이다. 1872년 단수이에 온 캐나다인 맥케이 선교사가 교육과 의료를 위해서 학교로 세운 타이완 최초의 대학이다. 학교 정문에 들어서면 붉은 벽돌로 지어진 진리대학을 대표하는 진리대학서원 Oxford College가 눈에 들어온다. 작은 연못을 앞에 두고 있는 작은 집이다. 중국의 전통 사합원 양식을 따라 지어졌으며 맥케이 선교사가 바라는 동서양의 화합과 당시 시대배경을 표현한 집이다. 건축사적 의미가 높아 국가고적 2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내부에는 진리대학의 역사자료와 맥케이 선교사와 관련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실 진리대학이 유명해진 이유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때문이다. 영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담강고등학교와 함께 꼭 놓치지 말고 방문해야 하는 곳이다. 1882년이라고 기록된 기독교 장로교회 건물이 멋지게 옆에 있다. 목사루라는 팻말도 보인다. 연못에는 거북이들이 살고 있다. 낡은 간판에는 3H 정신이 기록되어 있다. Humble(겸손), Humane(인애), Humorous(유머)이다. 옆에 있는 중학교로 간다. 수위 아저씨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통제를 한다. 사람들이 교문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돌아간다.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교정인 담강고급중학이다. 비잔틴 양식과 중국 전통 양식으로 제작된 정팔각형의 탑이 인상적인 담강고등학교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이자 주걸륜의 모교로 유명하다. 영화가 타이완은 물론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자 자연스레 단수이에 오면 꼭 방문하는 필수 관광지가 되었다. 영화속에서는 예술고등하교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일반 고등학교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학교 곳곳에서 영화의 흔적을 찾아보면서 둘러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교정 내에서도 야자수가 우거진 길을 따라 팔각형 건물이 나오는 곳과 복도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꼭 기념사진을 찍는 스폿이다. 학생들의 수업에 방해가 된다고 이제는 교실 출입은 물론 교정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길바닥에는 담배 없는 거리라는 캠페인 광고가 붙어있다. 아내가 다리가 아프다고 더 이상 걷기 싫단다. 이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언덕을 내려와 버스 정류장에서 선다. 버스는 곧 도착한다. 836번 버스를 타고 어인마두(漁人碼頭 위런마터우)에서 내렸다. 승객 모두가 내린다. 로맨틱한 노을이 함께하는 데이트 장소, 여행의 마지막에 방문하는 곳, 그냥 석양이 보고 싶어 오는 곳, 위런마터우가 눈앞에 있다. 단수이 강 어귀 오른쪽에 위치한 어인마두는 과거에 단수이의 제2항이었으나 지금은 항구로서의 기능은 거의 사라지고 정부의 노력으로 타이베이의 손꼽히는 데이트 스폿으로 변신했다. 그래도 항구라고 작지만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위런마터우에는 반원형의 해안경관 광장,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벤치마킹한 아치형 다리 정인교(情人橋 칭런치아오)와 해안가를 따라 길게 이어진 목조 데크가 있으며 모두 해안가를 따라 들어서 있어서 어느 곳에서도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정인교는 연인이 함께 이곳을 건너면 절대 헤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저녁이면 로맨틱한 조명과 함께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로 가득하다. 주변에 고급스럽고 예쁜 건물들도 있다. 사진사들이 부두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정인교를 향해 렌즈를 고정시켜 놓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석양이 진다. 해가 넘어가는데 더위 때문인지 좀 비실비실하다. 큰 감흥 없이 해가 넘어간다. 해가지는 시간이라서인지, 바다 바람이 불어와서인지 나무 데크에 올라서니 시원하다. 데크 위에 설치된 벤체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본다. 해가 넘어가는 서쪽 하늘에는 가끔 비행기가 낮게 날아간다. 공항이 가까운가보다. 작은 배를 타고 이동하려는 승객들의 길이가 길다. 선착장 옆에서는 키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젊은이가 운치를 더 멋지게 해준다. 정인교를 건어 내려오니 작은 정원에 ‘LOVE’라는 글씨가 붉은색으로 꾸며져 있다. 많은 연인들이 이 글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가로등에 불이 들어온다. 우리의 대만 여행도 오늘로 끝이다. 여행의 끝에 있는데 둘러본 장소가 정말 멋지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겠다.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린다. 버스를 타고 전철역에 도착, 전철을 갈아타고 중앙역으로 오지 않고 이제는 중산역에서 내렸다. 타이베이 속 작은 일본이 숨쉬는 곳이 중산이다. 일본 점령기 당시 가장 중요한 경제 중심지였던 터라 아직까지 그때의 모습이 남아 있어서 마치 일본 거리를 연상시키는 중산역 부근이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동시에 홍대 뒷골목 같은 아기자기한 느낌이 뒤섞여 타이베이의 핫 스폿으로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중산 역 부근 큰길에는 미스코시 백화점과 다양한 명품 로드숍들과 그 주변의 골목골목으로 빈티지함 매장들이 들어서 있다. 빈티지는 일반적으로 낡은 스타일을 지칭하는 개념. 구식의 느낌과 남루하고 초라한 개성을 포괄적으로 의미하는데 오늘날에는 틀에 박힌 것을 탈피하고 빈곤과 여유를 강조하는 경향을 뜻하는 용어로 쓰인다. 특급 호텔로부터 비즈니스급 호텔과 호스텔, 그리고 각종 맛집과 분위기 있는 카페들이 많아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우리도 이 부근에 숙소가 있다. 백화점에 물건을 살 것이 있나 들어가 보니 아주 비싸다. 주변을 둘러보며 한국으로 들고 갈 선물을 골랐다. 골목길은 운치가 있어 기웃거리기 좋다. 양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숙소로 왔다. 잠시 밖으로 나와 수퍼에 들러 마지막 과일을 사기로 했다. 불행히도 속살이 흰 용과 밖에 없었다. 용과를 사와서 숙소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다. 용과는 많이 먹어지지 않는다. 피곤하다.
* 8월 5일 금요일. 맑음. 아침에 일어나 시간이 있어서 인터넷을 연다. 갑자기 문자가 왔다. 우리 딸이 무사히 순산해서 아들을 낳았단다. 예정일이 아직 남아 어제가지 출근을 했는데 아침에 통증이 있어 병원으로 갔고 건강한 이정이가 태어났단다. 정말 기쁜 소식이었다. 졸지에 손자가 둘 생겼다. 정말 감사하고 복 받았다. 아내가 봄에 대만에 왔을 때는 진희가 태어났는데, 이번 여름 대만에 있을 때 이정이가 태어났다고 손자들이 크면 함께 대만 여행을 보낸단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식사를 하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체크아웃을 하고 걸어서 중앙역 옆에 있는 서부버스터미널로 간다. 입국할 때 왕복표를 산 것이 있어서 다시 표를 끊지 않고 국광객운 공항행 버스를 탔다. 타이베이 시내를 달리는데 도시 모습들과 거리에 사람들이 정겨워 보인다.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했다. 오전 10시 30분 비행기를 탔다. 이스타 항공이다. 인천공항에 오후 1시 55분에 도착했다. 아들내외가 손자를 데리고 공항에 나와 있었다.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 이번 여행도 끝이 났다. 다음은 어디를 갈까? 도착도하기 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