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우리도 딸내미 있다구요!
2022년 6월 19일 일요일
음력 壬寅年 오월 스무하룻날
아침 안개가 자욱한 걸 보니
오늘도 어제처럼 무척 더울 모양이다.
옛 어르신들이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끼면
한낮은 더울 것이라고 했던 말씀이 생각난다.
촌부가 그 당시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하시던 그 말씀을 의아하게 생각하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새 이 촌부가 그 나이가 되었고
그런 말을 혼자 중얼거리며 밭으로 나가고 있다.
세월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구나 싶은 아침이다.
늘 하는 습관처럼 밭을 둘러보며 농작물들에게
주인장의 발걸음 소리를 들려주려고 걷는다.
일일이 살펴보며 터벅터벅 걷다가 부쩍 자라버린
방울토마토를 바라보며 일거리가 생겼구나 했다.
불과 며칠전에 고추끈으로 두 번째 묶어주기를
했는데 그새 자라 고개 숙이고 있는 것 아닌가?
올바른 방식인지는 모르겠으나 고추처럼 간간이
고추끈으로 묶어준다. 옆으로 자빠지지 말라고...
아무래도 지지대 크기가 작을성 싶다.
어제는 참으로 기쁘고, 즐겁고, 행복했다.
딸내미 기르는 재미가 이런 것이구나 싶은 만큼...
인천에 사는 둘째네가 내려오면서 원주에 들려
조카 딸내미를 데리고 산골집에 온 것이다.
지난번 영주에 가며 우리가 원주에서 픽업하여
갔었는데 이번에는 둘째네가 데리고 함께 왔다.
녀석을 우리 세 자매, 세 동서는 보배같이 여긴다.
세 집에 자식이라곤 우리 아들 녀석과 조카 딸내미
단 둘 뿐이라서 사랑을 듬뿍 주면서 함께 길렀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경우는 그다지 흔치 않을 것
같다. 그러다보니 두 녀석은 부모가 여섯이 있는
셈이다. 둘 다 교육계에서 종사하는 소위 말하는
선생님이다. 그래서 더 자랑스럽다고나 할까?
어제 아침나절 산골집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시작,
지금까지 아니 산골집을 떠나 원주로 가는 그 시간
까지 조잘거리는 그 소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찌나 애교스럽게 구는지 두 이모와 두 이모부는
입가에 미소와 웃음이 떠나지를 않을 정도이다.
너무 좋다. 너무 즐겁다. 너무 행복한 시간이다.
아내는 조카 딸내미가 와있는 동안 뭘 해먹어야
할까 궁리를 하더니 어제는 등갈비 묵은지찜을
했고, 오늘 점심에는 더덕을 넣고 백숙을 끓여서
먹일 것이라고 하며 아침부터 산뽕나무, 엄나무,
오가피나무 말린 것으로 육수를 낸다며 끓이고
있다. 뭐라도 더 챙겨 먹이고 싶은 마음이라며...
어릴적부터 이곳에서 세 집이 함께 살며 녀석을
길렀다. 산골에서 우리 어른들과 함께 생활하여
생활 습관도, 식습관도 요즘 아이들과는 꽤 많이
다르다. 귀엽고 애교스러우면서도 예의가 바르고
소신이 뚜렷하다.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전 성화봉송 주자로 선발되어 강원도 고성
구간 성화봉송을 하는 행운도 있었던 녀석이다.
그해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곧바로 교사로 임용
어느새 5년차 선생님이다. 그래서 녀석이 우리
세 집에는 보배와 같은 자식인 것이다. 산골집에
사는 큰 이모가 입맛이 없다고 하면 이모를 너무
잘 아는 녀석이라 달달한 생크림 케익을 먹으면
좋다며 모바일로 케익 쿠폰을 보내오는 세심한
성격을 가졌다. 지난번 영주에 갔을 때는 유명한
떡집에서 맛있는 찹쌀떡을 사주더니 이번에는 또
이모, 이모부가 좋아하는 호두과자를 사가지고
왔다. 그 집도 꽤 맛있게 만드는 유명한 집이란다.
이따금씩 딸내미가 있는 친구들의 딸 자랑을 들을
때면 부럽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꾼다. 우리에게도 마음 씀씀이가 고운 예쁘고
착한 딸내미가 있으니까 말이다. 언젠가는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느 모임자리에서 다들 딸 자랑을
하며 아들 하나밖에 없는 우리는 딸 기르는 재미를
모를 것이라고 하여 곧바로 반문을 했었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도 딸내미 있다구요!"라고...
첫댓글 다복하고
오붓한 가족
모습 이네여.
손녀 기르는 재미가 솔솔 합니다ᆢ
나이 들어서
그 재미에 시름을
잊었어요ᆢ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 세여😀
저희는 아직 결혼한 아이들이 없어서 손자가 없답니다. 늘 부러워 하지요. 감사합니다.^^
촌부님을 볼 때마다
정말로 다복함과 따스함을 느낍니다.
오늘도 행복한 날 포근함속에 보내세요
아이구~ 과찬이십니다.
누구나 다 가족사랑은 따뜻함인걸요.
감사합니다.^^
참 다복한 모습
보기 좋습니다.
젊은 시절 촌부님 멋지십니다
오늘도 행복 가득 하세요
조카 딸내미를 어려서부터 함께 살며 정이 듬뿍 들어서 그렇습니다. 또한 자식이라곤 아들 녀석 하나뿐이라서 더 정이 간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