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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루이스 피구 선수의 팬입니다.
처음 루이스 피구 선수의 플레이를 봤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그 어떤 잘하는
새로운 선수가 나온다고 해도 언제까지나 저에게 있어서 최고의 선수는 루이스 피구 선수일 겁니다.
많은 분들이 레전드(전설) 이야기가 나오면 저마다의 생각을 많이들 이야기 하시죠. 수긍이
가는 이야기도 있고, 그냥 억지스럽게 고집만 부려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야기도
있고..많은 분들이 계시는 만큼 참 다양한 의견들이 있죠.
저는 내년이면 이제 25살이 되는데요. 저와 비슷한 연배의, 축구에 관심이 있으셨던 분들은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지어낸 말이든 뭐든 간에) 당시의 실력과 인기에서 어느정도
수긍이 가는 소위 “세계 4대 미드필더” 세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다들 잘 아시는(베론은 팬들이 봐도 어이없을 정도로 너무 갑자기 기량이 쇠퇴해서 조금 잊
혀진 감이 있지만) 지네딘 지단, 루이스 피구, 데이비드 베컴, 후안 베론.. 이 4명이 주인공
들이죠.
물론 루이 코스타, 파벨 네드베드, 로베르 피레스, 라이언 긱스 등등의 앞서 거론한 선수들한테
기량으로는 절대 뒤지지 않았던 다른 잘하는 미드필더들도 많았죠. 하지만 그런 잘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특출나게 눈에 띄었고, 오래도록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이 4명의
선수들이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단의 물이 흐르는듯 한 게임 운영과 유연한 드리블, 피구의 언터쳐블 돌파와 프리메라리가 역
대 최다 어시스트를 기록한 어시스트 능력, 베컴의 프리킥과 활동량, 베론의 전매특허였던
한 번의 패스로 수비라인을 허물어버리는 날카로운 패싱력.. 대충 이 정도가 제 기억의 이 선수
들 하나하나를 대표하는 특징들입니다.
솔직히 지단과 피구의 소위 전성기 시절이라 불리는 경기들은 나름 많이 보았지만, 베컴의
플레이는 고작해야 2~3 경기밖에는 보지 못했고(베컴이 나온 경기는 많이 봤지만 전성기
시절 베컴의 경기를 말하는 겁니다), 베론의 전성기 시절 플레이는(파르마 시절이라고 생각
합니다만) 한 경기도 보지 못 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4명의 선수 중에 제가 생각하는 “전설” 이라는 칭호를 받
을 수 있는 선수는 지단과 피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베컴과 베론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실
력이 아닌 그 어떤 말이나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지단과 피구에게서 느낄 수 있는“특별함”의
유무 차이 때문입니다.
얼마전에 있었던 잉글랜드와 크로아티아와의 경기를 두고 어떤 분들은 “베컴의 마법이 통하지
않았다.” 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베컴
에게는 경기를 일순간에 뒤집거나 지배하는 능력은 그 전부터도 없었습니다. “한 번의 프리
킥으로 지고 있던 게임을 동점으로 만든다든가, 그 프리킥으로 게임을 이기는 건 어떻게 설
명할거요??“ 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으나 제 글의 요지는 말 그대로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입니다.
음..쓸데없는 글은 이쯤에서 집어 치우고..
제가 이제부터 글을 쓸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문.. 이라고 해야 알맞을 듯한 글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지나간 선수들에 대해서는 너무 너그럽고, 과대포장 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100% 동감합니다.
제가 요즘 축구를 볼 때만해도 C.로날도의 플레이를 보면서 “와..참 잘하네~~” 라고 생각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차피 치고 달리는 걸로 마무리 할 거면서 굳이 뭐하러 헛다리를 하
고 저렇게 춤을 춰댈까..? 저 선수는 나이가 들어서 스피드가 줄고 피지컬이 떨어지면 도대체
어떻게 할려고 저럴까??“ 라는 비꼬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미 제 마음에는 루이스 피구라는 축구 그 자체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마라도나를 제외하고
비단 어떤 한 선수가 아닌 다른 그 어떤 선수를 보아도 딱히 정말 잘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C.로날도의 플레이에 감명 받아 축구를 보게 되신 분들도 시간이 얼마정도 지나고 C.로날도가
노장이라는 소리를 듣고, 서서히 언론에서의 주류에서 멀어지고, 피지컬이 현저하게 떨어져서 전성기 시절
기량의 50%도 보여주지 못하는 시기가 오면 저의 이런 기분을 이해하실 겁니다.
제가 보았던 글 중에 정말 마음속으로 “발끈”하게 했던 것들 중에 하나를 예를 든다면..
루이 코스타의 예를 들겠습니다.
물론 대개가 루이 코스타를 보지도 못 했으면서 쓴 글이었겠지만 맨날 루이 코스타라는 이름만
나오면 “옛날에는 잘했는데 카카에게 단박에 밀린 선수“ 라고만 단순하게 이야기 하더군요.
물론 카카가 잘한 것도 있지만 그때 루이 코스타는 이미 나이가 들어서 피지컬도 많이 떨어지고,
경기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세대교체가 맞는 표현이죠. 단언하건데 전성기때의
기량으로만 치면 루이 코스타가 카카보다 못 했다는 평가를 내릴 이유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없습니다.
만약, c.로날도, 메시, 카카 등등의 지금 세대의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30줄에 접어들고
서서히 피지컬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그 시점에 한창 잘해주고 있는 어린 선수에게 주전자리
를 내주었다고 합시다. 또 똑같은 반응들일 겁니다. “역시 대단한 누구!! 응?? 카카?? 옛날
에 잘했다던데.. 그런 선수를 단박에 밀어내다니!! 역시 대단한 누구!!!!!“ ..라는 식으로 단지
이미 한물 간 과거의 선수로만 이야기를 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아주 황당할 겁니다. 그리고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닙니다. 왜 그들에게도 20대 초반이 있었고, 그 많은 축구 선수들 중에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까?? 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단지 과거라고만
하는 겁니까??
은퇴한 선수나 이미 화려했던 시기를 보냈던 선수를 좋아하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입니다.
마치.. 이제는 활동하지 않는 록 밴드를 좋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음악도
참 좋아하는데요. 이리저리 생각을 하다 보니 조금 통하는 것이 있는 것 같아 한 번 적어 봅니다.
제가 그 시대를 살아보지는 않았습니다만..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후반까지 이른바
“혁명의 시대”에 배출된 그 대단했던 무수한 록 밴드들 중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록 밴드는 얼마나 될까요?? 다시 그 시대로 가서 전설적 밴드 비틀즈의 라이브를 듣고,
롤링 스톤즈 리드 보컬 믹 재거의 특유의 시건방진 목소리의 라이브를 듣고, 지금 들어도
입이 떡 벌어지는 레드 제플린의 라이브 연주와 보컬을 듣고, 짐 모리슨의 광기어린 무대를 보고,
메탈계의 영원한 제왕 메탈리카의 라이브를 듣고,커트 코베인의 절규를 다시 듣는다면 과연 우리는
얼마나 흥분할 수 있을까요??
결국은 다 지나가는 겁니다. 그리고 잊혀지고 또 잊혀져도 결국에 기억에 항상 남아있는 것
이 있다면 그것이 전설입니다. 어린 분들과, 음악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야 앨비스 프레슬리라
하면 구렛나루 기르고 웃기는 춤을 추며 노래하는 개그맨으로 알 것이고, 비틀즈라 하면 통기타나
두들기며 웃기는 옛날 노래나 불러대었던 밴드고, 존 레논은 웃기게 생긴 동그란 안경을 쓰고
일본 여자랑 결혼한 이상한 사람이고, 메탈리카는 늙은 아저씨들이 시끄러운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고,
마이클 잭슨은 웃긴 원숭이라고만 알고 있겠죠.
비틀즈를 모른다는데 락의 살아있는 진정한 전설 롤링 스톤즈와 레드 제플린, 사이키델릭 음악의 절대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의 대명사 짐 모리슨을 아느냐고 묻는것은 바보짓이 되고 말죠.
음.. 이런 겁니다. 저에게 있어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보컬만큼 멋진 중저음의 보컬은 없으며,비틀즈의 음악만큼
천재적이고 독창적인 음악은 없고, "세기의 전설","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뮤지션"이라는 칭호를 받은 세기의 전설
비틀즈의 행보에 유일하게 제동을 걸 수 있었고 오히려 비틀즈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까지 들었던 롤링 스톤즈만큼
시건방지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밴드는 없으며,짐 모리슨의 음악만큼 전율적이고 황량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는
음악은 없으며,커트 코베인의 보컬만큼 절규를 느끼게 해 주는 보컬은 없으며, 마이클 잭슨만큼 멋지게 춤을 잘 추는
춤꾼은 본 적이 없으며, 메탈리카만큼 진정한 메탈을 느끼게 해주는 메탈그룹은 없으며, 팝에서만큼은 존 레논만큼의
천재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저에게는 피구의 드리블처럼 심플하고 실용적인 드리블은 없고, 피구의 크로스만큼 정확한
크로스는 본 적이 없고, 피구만큼 윙어로서 경기를 지배하는 선수는 본 적이 없습니다.
요새 잘한다는 축구선수들을 보면.. 이런 비유가 알맞을지는 모르겠지만.. 화려한 테크닉의
기타리스트와 "기타의 신"이라 불리는 에릭 크랩튼을 생각하게 됩니다.
테크닉 좋고 화려하게 연주할 수 있는 기타리스트는 많지만 왜 에릭 크랩튼이 “기타의 신”
이라고 불리는지는.. 느긋하면서도 완벽하게 곡을 이끌어 가는 그 연주를 들어보면 수긍을
하실 겁니다. 저는 C.로날도와 피구의 비유를 에릭 크랩튼과 보기에는 정말 화려해 보이는
테크닉 좋은 기타리스트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다시 축구 얘기로 돌아오자면 요즘 피구의 플레이를 보면 화려함을 넘어선 동작 하나하나에도
페인트가 부여된 것처럼 보이는 드리블, 스피드는 현저히 줄었으나 그것을 넘어선 부드러움,
굳이 춤을 추지 않아도 당연하다는 듯 상대 수비를 지나치듯이 제쳐버리는 개인기..
저는 오히려 바르샤 시절 피구보다 인터 밀란에서 플레이 하는 피구가 더 좋습니다.
“와.. 저것이 페인트구나.. 크로스구나.. 키핑력이구나..” 하고 경기를 보는 내내 순간순간 감탄하
게 됩니다.
팬으로서 피구에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피구의 플레이는 화려하지 않다는 겁니다.
많은 분들이 바르샤 시절, 언터쳐블이라 불리던 피구의 플레이를 이야기 하실 때 호나우딩요의
플레이를 묘사하시듯 이야기들을 하시던데요.. 저는 그런 글들을 보고 있으면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제가 봤던 전성기 시절 피구의 플레이 스타일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훨씬 빨랐고, 힘이 있었죠.
많은 분들이 호아킨의 돌파를 황소 돌파라고 하시던데 피구가 그런 돌파를 많이 했었습니다.
정말 완벽한 밸런스와 스피드, 거기다가 개인기까지 가미되었으니 과연 언터쳐블이라는 별명이
붙을만도 했습니다.그리고 개인적인 느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윙어이지만 몸싸움도 즐겨서 했었습니다.
개인기는 헛다리 개인기도 즐겨 썼지만 주로 쓰던 개인기는 상체를 이리저리 흔들고 상대의 무게중심을
뺏은 다음 돌파를 하는 개인기가 주를 이루었죠.
그리고 그때도 여전했던 정확한 크로스.. 정말 그때나 지금이나 피구의 크로스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전율이 느껴집니다.
많은 분들이 피구를 지단에게 가려진 2인자라는 이미지를 피구에게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
다.
저는 피구는 지단과는 다른 독자적인 길을 걷고, 그 분야에서는 지단조차도 근접할 수 없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전설 지단보다 낫다라는 평을
들었던 유일한 선수가 바로 루이스 피구입니다.
피구가 은퇴를 한다면.. 저에게 피구는 전설이 아닙니다.
피구는 결코 전설 따위가 아닙니다. 저에게는 전설로도 피구의 빈자리는 채울 수 없는 겁니다.
마라도나, 요한 크루이프, 지단 등등의 많은 선수들이 있지만 저에게 그들은 그저 남들이 쉽게
이야기 하는 전설일 뿐 입니다.
진짜 공감글이내요~윙으로서도 게임메이커 까지 하는건 피구가 유일할듯.....(이점에서 피구가 긱스보다 좀더 위인듯함..갠적으로)
저기요. 베컴이 경기를 뒤집을수 없다고 하셨는데요 베컴이 레알 이적설 떠돌때 챔스에서 맨유:레알 4:3경기못보셨나요 거기서 베컴 나오면서 역전했는데
경기를 뒤집는 능력하고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은 다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