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각종 수수료를 인상하기에 앞서 원가를 먼저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수료의 원가보전율이 대부분 5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은행들이 원가공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원가 공개시에 구체적인 인건비 등 행내 기밀사항에 해당하는 자료들까지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원가공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수수료 원가보전율이 대부분 30∼50%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가보전율은 수익을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예를 들어 원가보전율이 50%라는 것은 원가가 1000원일 경우 수수료는 500원을 받는다는 것을 뜻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원가보전율이 30∼50% 수준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원가를 공개할 수 있다”며 “그러나 각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밀사항까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신 평균 수치를 적용해 원가를 공개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은 내년쯤 은행 수익에 기여하는 고객과 기여가 미미한 고객 등 고객등급을 재분류해 수수료 감면혜택을 차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도 원가공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지금처럼 은행이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분위기에서는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은 원가보전율이 30∼40%정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의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은 수수료 단가를 올려서라기 보다는 방카슈랑스나 뮤추얼펀드 수수료 같이 종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수익원을 많이 창출해 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원가보전율이 45∼60%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원가공개는 오히려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무분별한 공개에는 반대했다. 조흥은행은 “외부기관에서 동일하고 객관적인 조건과 기준을 먼저 제시하면 그 기준에 맞춰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가공개 논란을 불러온 국민은행은 당초 원가분석 작업에 경실련 등 시민단체를 참여시킬 방침이었으나 분석자료 공개범위를 놓고 갈등을 겪은 끝에 회계법인에 분석을 의뢰키로 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소비자 권익보호 차원에서 은행 수수료 인상 및 원가공개 문제를 공론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제일은행이 내달부터 인터넷뱅킹과 텔레뱅킹의 타행이체 수수료를 인상키로 하고 기업은행도 정액 자기앞수표 발행수수료를 인상키로 하는 등 각종 수수료는 계속 인상될 전망이어서 서민들의 부담을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