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어떻게 왔고, 무엇을 했고, 어디로 가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이제 발을 들여 놓은 병아리도 못된 달걀 수준인데,
책을 읽으며 학습하다보니
머리를 둔기로 계속해서 두들겨 맞는 듯한 기분입니다.
IT업종에서 일을 하고
나름 잘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무엇을 위해 숱한 밤을 지새우며 일을 했는지
의문이 드네요.
이제야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결혼한지 20여년이 되가는데,
신혼 때 들어간 집의 계약이 만료될 즈음
아내가 처가식구들의 권유로 연립을 덜컥 매매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문제는 임대계약기간이 남은 세입자가 잔금을 치르면 이사를 나간다고 계약을 체결한 것인데, 이사비용을 받지 못하면 눌러 앉겠다는 데서 발생했습니다.
계약을 주도한 아내는 만삭이고, 처형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걱정만 하는 상황에서
아내가 제게 집을 사는데 무관심이냐고 쏘아 붙이는 상황이 됐습니다.
모든 상황을 주도했던 가족들이 제게 어떻게 해보라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연립 하나 사서 내집으로 이사들어 간다는 생각이었는데,
날벼락 이었습니다.
결국 하룻밤의 고민을 끝내고 회사근처 부동산에 가서 물어봤습니다.
“이런 경우 제가 이사비용을 임차인에게 지급해야 하나요?”
“네 당연히 지불해야 합니다. 계약 기간 만료전이니까요”
중개사의 말씀이 흡사 하늘에서 들리는 판결로 느껴졌습니다.
하나님이 ‘넌 참 바보구나’라는 것으로 들려왔습니다.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나와서 고민을 하다가 양도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오늘 밤에 보시죠”
세입자에게는 1시간 앞서 만나기로 하고 갔습니다.
세입자는 이사비용을 양도인에게서 받아야 나간답니다.
이미 인천에 집도 계약했다는 말을 덧붙이기에,
저만 믿으라고 달랬습니다.
믿으라고 했지 이사비용을 준다 아니다의 문장을 말하진 않았습니다.
양도인이 어떤 사람인지 처형에게 물어봤더니
모 대기업에 다닌다고 합니다.
양도인과 세입자, 저, 배가 불러 있는 아내와 처형
3자 회담인데 저희는 세 명이나 나가서 불필요한 사람 많아졌습니다.
그라운드에 올라가는 것은 저인데
선수 외에 코치 두 명이 그라운드에 같이 있으니 좀 피곤하고 긴장도 됐습니다.
심장 뛰는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였는데, 티나지 않으려 무척이나 애를 썼습니다.
나즈막히 양도인에게 물었습니다.
“세입자분 이사 비용 어떻게 하실건가요?”
주기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분명 잔금과 동시에 입주를 한다는 조건을 붙인 계약서가 있는데 당연하게 나오니 고민했던 말을 풀었습니다.
세입자분께는 잔금과 동시에 입주 조건임에 따라 이사 비용을 제가 줄 수 없고,양도인께 받으시라고 하고
양도인에게는 이사를 들어 올 수 없는 상황을 만든 부분에 따른 이삿짐 보관비용과 주거를 해결해야 함에 따른 숙박 비용, 임산부인 아내의 정신적 피해보상과 함께 사기죄로 고소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덧붙여서 ‘대기업에 다니시니 법무팀 가서 자문 받아 보셔라, 저도 회사 법무팀에 자문해서 이러는 거다’ 고 했습니다.
그날이 금요일이었는데, 월요일까지 답변 달라고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임산부인 아내를 데리고 나와서 근처에 세워둔 차로 갔습니다.
전화가 빗발칩니다.
처형과 세입자가 난리도 아닙니다.
처형은 그 연립의 301호, 제가 매수한 집은 102호
그러니 세입자와 처형은 막역한 이웃입니다.
처가에 가서 자고 있는데, 토요일 아침 9시에 전화가 울립니다.
수화기 저편에서 매도인 아버지의 친구이자 부동산을 하신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본관이 같은 종친인 듯 한데 만나자고 합니다.
원래 이 분야는 거래 당사자의 아버지의 친구분이 전화를 하는 건가 잠시 고민했습니다.
준비하지도 않은 상태에 자다 깨서 그런지 짜증이 몰려왔습니다.
그래도 정중하게 여쭸습니다.
법정 대리인이신지를 말이죠.
아니라기에 당사자 또는 법정대리인과만 얘기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돈이 없어서 간신히 결혼했고, 대출과 전세보증금 탈탈 털어 매수 했는데, 세입자에게 줄 이사비용이 있을리 만무한 상황이었으니 주말내내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이사 비용 못준다고 하면 어쩌지?’
‘아내한테 쎈척 했는데 틀어지면 어쩌지’ 등등
월요일 아침 9시 경에 매도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 분도 급했나 봅니다.
출근하자마자 전화한 것 같습니다.
이사비용 지불하겠다는 희소식을 전해 주네요.
천상의 목소리로 들립니다.
결국 이사 비용을 세입자는 받게 되고
저는 입주하기 전에 충분히 수리해서 깨끗한 상태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태어나고
죽어라 일을 하는 대리, 과장 시절이 지나고
이젠 허무합니다.
그 시절 같이 일하던 전산담당 은행원 형님들이
IMF니까 금모으기 하지말고 모델을 사자, 골프장 회원권을 사자 했는데
몸도 생각도 어려서 other people’s money 를 몰랐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때도 부추기는 분들이 계셨는데,
저만 지극히 평범하게 살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 시절 철없을 때, 첫 집장만 했을 때 행크를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의 특성상 항상 잠이 부족하게 지냈던 터라
잠 않자고 공부하는데는 지장이 없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위로하고 있습니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고 싶네요.
저를 위해
경제적 자유를 위해서요
열심히 노력하고, 시도해보겠습니다.
너무 글이 길었습니다.
첫댓글 착하게 일만하고 살으신분 같아요^^
정말 행크는 경제적 안목을 키워주는 아주 좋은곳인거 같아요
저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화이팅 하시자구요^^
감사합니다.
요즘 책 잡고 공부만 하고 있습니다.
그간 사던 책들과 다른 책들이 집으로 계속 배달되니 가족들이 놀랍니다.
나요가님도 파이팅 하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