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대 체육교육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강민석(27)씨. 강씨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 다니다 자퇴, 뒤늦게 수능시험을 치러 대학에 입학한 ‘늦깎이 대학생’이다. 강씨의 꿈은 여느 교대생과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것이다. “성적에 맞춰서 서울과학고, 서울대 공대에 들어갔는데 제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가르치는 보람도 있고, 시간적인 여유도 많고, 안정적인 교사라는 직업이 좋아 이 길을 선택했어요.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제 뜻을 받아주셨어요.”
강씨는 “공대는 남자들이 대부분이고 폐쇄적인 분위기인 데 반해 교대는 음악ㆍ미술ㆍ체육 등 다양한 과목을 접할 수 있어서 학교생활이 재미있다”며 “주변에서 ‘특이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주위 시선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사에 대한 직업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교육대학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서울교대의 경우 지난해 신입생 524명 가운데 만 23세 이상의 늦깎이 대학생은 79명에 달했다. 다른 10개 지방교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교대 학사편입에는 명문대 졸업생은 물론 석·박사 학위 소지자까지 몰려들어 학교 측에서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서울교대 양태식 교무처장은 “명문대 박사과정 수료생, 굴지의 대기업을 그만둔 분, 의대를 포기하고 들어온 학생 등 우수한 학생의 진학률이 무척 높다”고 말했다. 부산교대 유병수 교무계장은 “지난해 신입생 중 재수생이 68.8%였고 이 중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지 5년 이상 되는 이들의 비율이 39%에 달했다”며 “몇 년 전만 해도 한 자릿수에 불과했는데 최근 2∼3년 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주부 김보경(32·서울교대 생활과학과 4년)씨도 부산대 의류학과 졸업 후 다니던 패션회사를 그만두고 2001년 교대에 입학했다. 김씨는 “직장에서 승진 차별을 겪고 동료들이 구조조정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회의가 들었다”며 “주부로서 아이도 키우면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고, 남녀차별을 받지 않는 곳으로 교직이 최선일 것 같아 선택했다”고 밝혔다. 교대에는 최근 김씨와 같은 주부 신입생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커트라인, 연세대·고려대와 맞먹어
교대의 인기를 반영하듯 최근 교대의 커트라인은 상상을 초월한다. 종로학원 김영근 평가실장은 “서울교대, 경인교대는 전국 3% 이내에 들어야만 합격 가능하고, 지방교대도 4∼5% 안에는 들어야 한다”며 “이는 연세대나 고려대의 인기학과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사립대학의 유일한 초등교육과인 이화여대 초등교육과는 법학과나 경영학부보다 높은 최고의 커트라인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교대의 입학성적은 여학생이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남학생의 진출도 늘어났다. 매년 여학생이 차지했던 서울교대의 수석입학자 또한 올해는 남학생이 차지했다. 서울교대 양태식 교무처장은 “1000점 만점에 1∼2점 차이가 날 정도로 남녀의 점수 차가 별로 없어지고 있는 것이 추세”라고 설명했다. 두 자녀를 둔 가장으로 뒤늦게 교대에 재입학한 박재현(37·부산교대 미술교육과 4년)씨도 그 경우다. 박씨는 한양대 정밀기계공학과를 졸업, ㈜한화에서 8년간 근무하다 2001년 수능을 치렀다. 박씨는 “IMF 이후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공대 출신의 수명이 40대 중반이면 끝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교사인 아내를 지켜보니 당장 연봉은 줄어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내다보면 평생직장으로 교직만큼 좋은 게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열풍은 교대나 초등교육과로의 학사편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초등교육과를 개설한 이화여대는 올해 5명을 모집하는 학사편입에 지원한 인원이 무려 492명이었다. 무려 100 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이었다.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김민경 학과장은 “IMF 이후 편입경쟁이 더욱 심화됐다”며 “이화여대 초등교육과는 교사양성을 위한 기본 커리큘럼 외에도 교양과목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교대도 편입경쟁률이 평균 20 대 1, 심하면 40 대 1에 달할 정도로 인기 상한가다. 경인교대 정동권 교무처장은 “원칙적으로 교대 편입은 중등교사자격증이나 유치원교사, 특수교사 자격증 등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편입생은 뚜렷한 목표를 갖고 교대에 들어온다”며 “학교 전체적으로 면학열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범대 대학원을 수료한 후 경인교대로 편입한 유모(30)씨는 “대학원을 다니면서 앞날이 너무 불투명했고 중등임용시험은 주요과목 외에는 뽑는 인원도 적고 경쟁률도 수십 대 1에 달하기 때문에 합격이 쉽지 않았다”며 “초등교사는 상대적으로 경쟁률도 약하고 적성에도 맞는 것 같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초등교사 임용시험 경쟁률 낮아
▲ 서울교대 미술교육과 공예수업 현장
몇 년 사이 교대의 인기가 절정에 이른 이유는 평생직장이라는 매력 외에도 상대적으로 취업이 쉽다는 점이 작용한다. 전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곳은 11개 교대와 한국교원대, 이화여대 초등교육과뿐이다. 사범대와 달리 매년 배출되는 학생 수가 일정하다보니 교대에 입학만 하면 초등학교 교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초등교사 임용시험은 전국 평균 경쟁률이 1.34 대 1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중등교사 임용시험은 18.64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 직업선택 기준이었던 돈이나 명예, 권력보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젊은층이 많아진 것도 요인 중 하나다. 서울교대 양태식 교무처장은 “종래 부모세대와 달리 젊은층에서는 월급이 적어도 가치있는 일이거나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일을 과감히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 서지혜(23)씨는 “안정된 직장과 유급휴가, 2차례의 방학 등 교사는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많고, 여성에게는 육아휴직도 보장되는 등 타 직업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며 “연세대나 고려대에 중복합격하면 여학생 다수는 교대를 선택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여성의류회사 디자인실에서 근무하다 서울교대 입학, 교사가 된 권지윤(35·자양초등학교)씨는 “이전 직장은 출장도 잦고 야근이 많으면서도 일에서 보람을 느낄 수 없었는데, 교사가 되니 참견을 덜 받으면서 독립적으로 교육을 하는 전문가로서의 자신감이 생긴다”며 “다시 태어나도 이 직업을 선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교대의 문호가 넓어진 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공보실 심영면 초등담당장학사는 “초등교사 양성이 다른 직종에 비해 폐쇄적이었는데 다양한 전공분야에서 온 이들이 많아지면 그만큼 초등교육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섣부른 인기에 편승해 교직에 대한 사명감이나 준비 없이 교대에 입학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충고한다. 심영면 장학사는 “초등교사는 지식전달 측면보다 아이들에 대한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특수성이 있다”며 “초등교육을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교직의 직업안정성만을 추구하느라 교사로서의 기본적인 사명감도 없는 이들이 교직을 선택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서울교대 양태식 교무처장은 “여학생은 기계체조를 하느라 다리가 부러지는 일이 다반사고, 남학생은 피아노를 못치거나 바느질이 힘들어서, 무용을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 일도 많다”며 “교대 커리큘럼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아 포기하는 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초등학생 부족으로 교사의 구조조정 시대가 오지 않는 한 교대의 인기는 좀체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첫댓글 =ㅁ= ㅋㅋ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좋은데.. 너무 자만해지지 않을까!
쥐쥐선언!
시대적 흐름에 따른 외재적인 요인의 영향이 큰 거같네..ㅋㅋ 울 컴과는 그 안에서 내실을 다져서 좋은 선생님들 되자구용~~~^^ 그런데 문득... 너만 잘하면 돼...이런 리플이 두려워지는 이유는 뭘까??ㅋㅋㅋ
잇힝. 나 들어올땐 인기 그렇게 많진 않았는데..후배들 열공하셈.
자부심을 갖는 대신 그 자부심에 맞도록 더욱더 노력하는 예비 교사의 모습을 찾아야 겟죠? ㅋㅋ 내기 아렇게 쓰니까 다들 우... 웃겠지? ㅋㅋ 병태야 우끼냐~ 우끼냐구~ ㅋㅋㅋ
네. 무척..ㅋㅋ
나도 웃겨요..형..죄송,,,,
이건...3월 초에 전주교대인가 광주교대에서 신입생 한명이 자취방에서 자살했다고 들었습니다. 교대에 억지로 들어왔다더군요...우리 05학번 신입생들 타의적으로 들어왔어도 교대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다들 의미있는 시간들이 될 거라고 믿기 때문에 올립니다...
임고 경쟁률 낮아... - 요거 좀 거슬리는데~?? 경쟁률이 낮다고 쉬운 것은 아닌데... 뭘 잘 모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