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과 오늘 새벽 한국에서 벌어진 일들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한국내 모순 덩어리를 송두리채 드러낸 사건입니다. 특정인과 그 하수인들이 마음먹기에 따라 나라를 아작낼 수도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낸 사건중 사건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특수전투를 목적으로 육성한 군부대 조직이 국민을 향해 그 험악한 총부리를 거침없이 들이대는 모습입니다. 군인도 조직원이기때문에 위의 상사의 지시와 지휘를 받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런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지시가 정당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부당하게 지시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면 지시한 인간과 다를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어젯밤(2024.12.3)부터 오늘(2024.12.4) 새벽까지 이어진 군사 집단의 행동은 아무리 좋게 보려해도 그렇게 되지를 않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우리는 상사가 지시한 데로 행할 뿐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군대에서 월급주고 훈련받고 행동하게 하는 주체는 누구입니까. 대통령입니까. 국방부장관입니까. 참모총장입니까. 사단장입니까. 그렇지 않지요. 군인들을 키우고 살리고 월급주고 하는 것은 일개 국민들입니다. 자영업자들이 힘들게 돈벌어 내는 세금과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벌어 내는 세금으로 먹고사는 조직이 바로 군대아닙니까. 대통령이 사재를 털어 먹여주는 것이 군인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어제밤과 오늘 새벽에 국회의사당에 벌어진 행동은 가히 살벌하고 잔인하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시민들앞에 장갑차를 대놓고 위협한다든가 총을 겨누면서 압박하는 장면은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습니다. 자신을 먹여 살리는 주체에게 총을 겨누는 행위입니다. 특히 야당 여성 대변인의 가슴에 서슬퍼른 총기를 들이대고 곧 발사할 것같은 야성을 들어낸 것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너무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새벽에 국회에서 비상계엄해제요구안이 가결되지 않았고 야당 여성 대변인이 계속해 저항했으면 윗상관의 지시에따라 발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겨눈 총 그리고 총알이 가져올 파장은 이미 우리는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충분히 발견하고 온국민이 심각하게 느낀 그런 상황 아닙니까. 자신은 군인이니 위의 지시를 받으면 발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적군들에게 향한 자세에서만 나올 판단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그리고 시민들이 그대들의 적군입니까.
저는 전두환 군사독재시절 초년생 취재 현역으로 근무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때 군내부 취재나 일선 군관련 사건에 군인들이 취한 행동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취재기자가 접근할 때 내세우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는 특수지역이고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지 않는 이상 허용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저는 그때 이 친구들이 군기가 들어있구나 군대는 중요한 지역이니 그런 입장도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분위기를 자발적 방벽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좋은 의미지요.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군내부의 상황을 알고 나서는 그런 생각이 차츰 없어졌습니다. 군인은 그냥 군인이었습니다. 그냥 하루하루 위에서 지시하고 그런 지시를 따르는 것으로 마감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의식을 가지고 바른 생각을 소유하면 항상 손해본다는 그런 의식으로 살아가니 무슨 발전이 있겠습니까. 어제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에서 국회를 포위하고 국회의원 그가운데 여야 대표들을 체포하라니 그에 따르는 것이 맞습니까. 아니면 지금 상황이 그런 것이 아닌데 내가 왜 엉뚱하고 사리에 맞지 않는 지시에 그냥 맹목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인가 정도는 판단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까. 그야말로 적군과 전투에서는 그런 것 따질 필요가 없지요. 아군이 아니면 모두 적군아닙니까. 하지만 어제 밤일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국회의원이 적군입니까. 국회앞에 모인 국민이 적군입니까. 이런 저런 상황을 감안해 형사적 판단을 하는 경찰과는 다르다는 말입니다.
자칫 여야 대표 체포를 행하는 도중 불상사가 벌어져 총격이 일어났을때를 가정해 보면 정말 아찔 합니다. 아마도 그 현장에 투입된 군인들은 적어도 20대 후반 30대 초반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들은 사회적 나이로 볼 때 결혼을 했거나 얼마전 가정을 꾸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연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장인 장모도 있는 사람들이지요. 하지만 그냥 위에서 지시이니 행한다 그런 것은 너무 웃기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들이 겨냥한 사람들은 국민들의 대표들입니다. 이 나라 국민들이 투표로 지지하고 선출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총을 그냥 겨누고 즉시 발포할 것 같은 그런 눈초리는 이 나라의 국민들을 슬프고 우울하고 괴롭게 합니다. 그런 자세는 적군과 마주쳤을 때 행하는 것입니다. 이 나라의 국민은 군인들의 적이 아니라 그들에게 봉급을 주면서 나라를 대신 지켜달라는 사람들입니다. 고용주에게 총을 겨누는 그런 작태가 바로 어제밤 오늘 새벽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진 것입니다.
군인은 미성년자가 아닙니다. 군인과 검사도 마찬가집니다. 행동이 내려져도 스스로의 판단으로 상황을 정리해야 합니다. 자신의 철학이나 그동안 배우고 익혔던 것과 다르면 총을 놓고 돌아서야 합니다. 그것이 제대로 된 군인의 판단이고 자세입니다. 불법적인 지시에 응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유지해주는 국민들을 위해 총을 잡아야 제대로 된 군인입니다. 정치적 군인들은 정치적 검사나 정치적 기자들보다 훨씬 나라를 위해 위태로운 인물들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총은 국민을 향하라고 준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보스만을 위한 총은 조폭이나 깽들의 조직에서나 이뤄지는 요소들입니다. 어제밤 오늘 새벽 일어난 일련의 군인들이 모습이 전혀 듬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국민보다는 정치 기득권을 위한 사병에 불가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2024년 12월 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