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박지민
불타는 금요일이거늘... 내 자리에는 일이 수북했다.
워드로 작성하면 끝나는 간단한 문서도 저렇게 많으면 힘든데...
한숨을 쉬고 있는데 옆에서 자판기커피를 들고 지민이가 나타났다.

"한숨쉬는거 버릇하면 안좋아요. 커피마시면서 천천히 해요"
"으... 천천히 할 양이 아니야. 커피 잘 마실게. 진짜 고마워"
"일 많으면 도와드릴까요? 제 할일은 끝나서 괜찮은데"
"아냐. 내가 할게"
내 책상과 내 표정을 번갈아보더니 파일을 수북히 들고는
아무말도없이 자기 자리로 향한다.
그리고는 메신저로 쪽지 하나를 보낸다.
- 도와줄게요. 점심먹고 스무디 사줘요
웃으며 알겠다는 답장 보내면서 도워줘서 고맙다는 말을 잊지않았다.
점심을 먹고 회사앞의 스무디 쾅 가게로 향했다.

"벌써 다 했다고?"
"그럼요. 나 에이스에요. 내가 몇년차인데"
"오~ 좀 멋있는데"
"그죠? 멋있죠?"
계약직인 나와는 다르게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입사해 지금 정직원 2년째인데..
한참 후배인 나한테 텃새도 안부리고 누나 하면서 능글맞은게 아주 마음에 든다.
진짜 착하고 사람 괜찮구나. 사회에서 친구사이는 나이가 필요없다고 하던데
학창시절에도 못사귄 진짜 친구를 만난 기분이라 지민이만 보면 편하다.

"누나! 저 고민 좀 들어줘요"
"너 요즘 고민있었어?"
"그게 있잖아요.... 사실은 관심있는 사람 있는데...."
"우리 회사? 궁녀선배가 너 연애는 관심없다고 했다던데"
"어? 아닌데. 나 회사에 관심있는사람 있는데"
갸우뚱 거리며 진짜 연애 관심없는거 아닌데..
하며 중얼거린다. 그 모습이 첫사랑하는 여자애한테 고백하고 싶은데
어떤식으로 할까요? 라고 물어보는 남동생 같아서 귀엽다.

"아무튼! 데이트 신청 하자고 하고싶은데요..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친해? 아니면 어색한 사이야?"
"저는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사람은 모르겠네요"
"친하다고 생각하면 영화 같이 보자고 그래"
"아! 영화요..."

잠시 생각하는듯 스무디를 빨대로 휙휙 젓는다.
우물쭈물 거리며 폰을 한참동안 보고 또 스무디를 먹었다가 정신이 없다.
괜히 앞에있는 내가 민망해 지려고 할때쯤 입을 연다.
"누나. 어제 궁궐의 골라보거라 개봉했다는데 같이 보러갈래요?"
"어?"
"영화봐요. 제가 보여드릴게요"
.
.
.
떨리는 마음으로 영화관앞에 도착했는데 지민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늦은건 아닌데.. 빨리왔구나.

"누나 왔어요?"
"응. 빨리왔네"
"그럼요. 빨리와서 누나 기다렸죠"
"손에 든건 뭐야?"
"이거요? 목마르실까봐. 영화시간도 약간 남아서요"
그러더니 내 앞으로 커피잔을 하나 내민다.
"누나가 어제 먹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오늘은 단거 먹고싶은데"
"그럼..."
다른 잔을 앞으로 내밀더니
"카페라떼! 어때요?"
"고마워. 근데 아메리카노 니가 먹게? 아메리카노 안먹는거 아니였어?"
"음... 상관없어요. 누나랑 데이트 하는거잖아요. 떨려서 아무맛도 못 느낄거 같아요"
"...."
"우리 영화보고. 밥먹고. 카페도가고... 데이트해요"
멍하게 서있는 나에게 얼른 대답해 달라는듯 내 손을 잡더니 웃으며 말한다.

"관심있는 사람 누난데. 지민이가 누나 좋아하는데.
들어가요. 나머지는 영화보고 천천히 이야기해요"
02. 지창욱
"주임님! 저 이부분 모르겠어요"
"이건... 수식이 틀렸네. 이부분 바꿔봐"
아.. 수식이 틀렸구나.
민망해서 허허허 거리며 웃고있는데 옆에서 고치는것도 지켜봐주신다.

"궁인이는 연애 안하나?"
"제가 무슨 연애입니까.. 일이랑 연애하죠"
"좀 꾸미고 다녀. 꾸미면 이쁠거같은데"
"꾸며도 만날 사람이 없어요"
"나랑 만나볼래? 그럼 봐줄사람 생기는건데"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우리 주임님은 전생에 뱀이였을거다. 농담도 진담처럼 들리게하는 재주도 있다.
그것도 아주 능글능글 거리며 이야기 하는데 누가보면 나한테 마음 있는줄 알거다.
그 정도로 능글과 능청과 농담의 콜라보가 대박이다.
점심을 먹고 팀장님께 오타가 가득한 보고서를 보냈다가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터덜터덜 거리며 내 자리로 돌아왔을때 주임님이 걱정가득한 모습으로 내 자리로 왔다.

"왜 기운이 없어?"
"팀장님께 영혼까지 털리고 왔습니다"
"괜찮아. 너 원래 잘하잖아. 이번일은 그냥 넘겨. 신경쓰지말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더니 일하러 가야한다며 힘내라고 말하고는
주임님 자리로 돌아간다. 와 방금 두근거렸다고 해야하나? 설렜다.
.
.
.
그리고 몇일 뒤 회사는 새로운 프로젝트와 보고로 정신없다.
그 와중에 외주업체와의 미팅으로 주임님과 외근이 잡혔다. 옷 좀 이쁘게 입고올걸 그랬나?
팀장님께 탈탈 털린후 위로를 받은 뒤로는 이상하게 주임님이 신경쓰인다.
그때 느낀 설레는 뭐 그런 감정때문인가? 하다가도 잠시겠지 하고 가볍게 넘겨버렸다.
"점심은 먹고 나왔지?"
"네. 아까 팀원들이랑 먹었어요"
"그래"
차안은 조용했다. 라디오조차 켜지않은채 도로위를 달릴뿐이였고
침묵만이 차안을 지켰다. 그 침묵을 깨버린건 주임님이였다.

"궁인이 진짜 연애 안하나?"
"요즘 제 연애사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뭐... 관심가는 사람은 생긴거 같아요"
"관심가는 사람말고 나는 어때? 니 남친으로"
"농담하지 마세요. 저 오해해서 주임님 좋아하면 어쩌려구요"
약간 인상쓰는 느낌이였는데.... 기분탓인가?
괜히 어색해져서는 창문만 바라보았다.

"좀 꾸미고 다녀. 화장도 좀 이쁘게하고. 그래야 관심있는 사람도 너 봐주고 그러지"
"괜찮아요. 저한테 관심도 없는거같고... 스쳐가는 감정인거 같아서요"
"스쳐가는 감정이 인연이 되는거고 다 그런거지"
"네... 그러길 바래볼게요"
더 어색해지기전 외주업체에 도착했고
나는 민망해져서 나한테 관심도 없으면서라며 중얼거리고 미팅에 참여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았고 바로 퇴근해도 괜찮다는 주임님의 말에 더 신났다.
어색한 감정은 칼퇴근이라는 단어에 잊혀졌다.
몇일 뒤 출근하기전 주임님의 꾸미고 다니라는 말이 생각났고
오랜만에 화장도 정성껏하고 옷도 이쁜걸로 골라입고 출근했다.
주임님을 볼 생각에 무언가 뿌듯하고 설레였지만 주임님이 오늘 외근이란다.
아깝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퇴근 삼십분전 주임님께 코코아톡을 보냈다.
오늘 주임님이 말한대로 꾸미고 왔는데 외근이라서 아쉽다는..
생각보다 불편해서 자주는 못하겠다는 어색한 이모티콘과 함께...
주임님은 못봐서 아쉽다는 답장을 보내고 끝이였다.
아 이게 더 어색하고 싫어. 살짝 짜증을 내고 퇴근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6시 정각이 되자마자 칼퇴근으로 회사 정문으로 향했는데 주임님이 서있었다.
뭔가..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운 마음을 하늘이 들었는지 기가막힌 타이밍이였다.

"어? 외근이라 바로 퇴근하시는거 아니였어요?"
"예쁘네"
"예?"
"관심있다던 사람이 봐주던가?"
"아뇨. 전혀요"
"그래?"
웃으면서 가까이 오시더니 머리를 쓰다듬는다.
또 설레게.. 내가 이거에 넘어간듯한데...

"관심있는놈이 안봐주면 오빠랑 연애해볼까?"
"......예?"
"오빠는 어때? 난 너한테 관심있는데. 애인없다며"
"저는요...."
"스쳐가는 감정이라며. 나한테는 그런 감정 없나?"
"......저 주임님"
"왜?"
"관심있는 사람이 주임님인데요"
"그럼 나랑 만나야 하는데. 오빠랑 진지하게 연애 한번 해볼까?"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임님은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활짝 웃더니 내 어깨에 팔을 두르더니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나한테 관심없는줄 알았더니... 집에 바로 가려다가 너 보고싶어서 왔는데....
이제 나 만날때만 꾸미고다녀. 다른놈이 볼까봐 무섭네"
03. 지성

"이걸 보고서라고 올렸냐!!!"
팀장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신다. 물론.. 내가 그렇게 못했나?....
그래도 열심히 한거라 좀 상처받았다. 점심시간 끝날때까지 다시 해오라길래
나는 오늘 점심 못먹겠구나 하며 다시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팀원들이 점심을 먹으러 하나둘씩 사라져갈때쯤 홀로남아 보고서를 마무리 짓고있었다.
서럽다. 밥도 못먹고 일해야한다니. 황금같은 점심시간이 이렇게 어이없이 날라간다.

"밥 안먹냐?"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팀장님이 계신다. 깜짝놀라 모니터 화면을 꺼버리고
어벙벙한 표정으로 팀장님을 바라보았다.
"뭘 가려? 켜봐. 틀린부분 봐줄테니까"
"저기.. 팀장님 점심 안드세요?"
모니터를 켜고 내 어깨뒤로 보고서를 쭉 읽으시다가 내 질문에
나를 쳐다보는데 눈이 마주쳐 괜히 민망하다.

"하하..저 때문은 아니죠?"
"밥은 왜 안먹냐"
"점심시간전에 다 하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아무리 그랬어도 밥은 먹고 해야지"
틀린부분이 많은지 키보드 소리만 사무실에 가득했다.
자세가 불편해 나는 팀장님의 팔을 잡고 어색하게 웃으며 제가 고칠게요
라고 할했다. 그러자 비웃는듯한 표정으로 팀장님은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언제 다 고치고 언제 퇴근할래? 대충 보니까 야근하면 다 고쳐지겠던데"
"그정도에요? 아..."
망했다. 내가 그렇게 보고서를 못쓰는건가?
대학교때 레포트 잘쓴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먹고해라"
샌드위치와 우유를 책상위에 던지듯이 놔두더니 팀장실로 사라지셨다.
언제 사오신거지? 혹시 내가 걱정.... 그럴일은 없다.
그냥 완벽한 보고서를 써서 내라는 팀장님의 깊은 뜻이라 생각하며 나는 보고서 수정에 몰입했다.
.
.
.
평소에는 안가던 시간이 오늘은 칼같이 지나같다.
팀장님의 말대로 나는 퇴근시간까지 보고서를 마무리하지 못하였고
팀장님은 마치고 간단한 메세지로 보고서 다 못쓴사람은 남아서 쓰라는 말을 남겼다.
다른 사람들은 다 통과했는지 내 어깨를 두드리며 힘내라고 말하며 퇴근하였다.
억울해.. 저녁이라도 먹고 와야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에
불같은 집중력을 발휘하였다. 한시간 뒤 나는 보고서를 마무리하여 팀장실로 향하였다.
"팀장님 계세요?"

"들어와"
"보고서 다 작성했어요. 다시 봐주세요"
한장한장 넘어갈때마다 긴장감이 커진다.
마지막장이 넘어가고 팀장님이 보고서를 덮으며 가까이 오라고 손짓한다.
"틀렸으면 집에가서 수정해와도 될까요? 아.. 죄송한데 수정할 부분도 좀 가르쳐 주시면....."
"잘했어"
"진짜요? 저 퇴근해도 괜찮죠?"

"사실 낮에 쓴것도 별로 고칠건 없었는데"
"네?!!!"
"소리지르지마. 귀아파"
"낮에 쓴게 괜찮았다는 말씀이세요?"
"덕분에 둘이 남아서 이야기 할 시간이 생겼네?"
"무슨 말씀이세요?"
"보고서 미끼로 이러는건 치사한가?
나한테는 단 둘이 볼 기회가 이런 치사한짓 뿐이라서"
"........."

"둘이 있고 싶었다고. 궁인씨 이해력이 느리네
밥 먹으러가자. 둘이서"
첫댓글 3 심장폭행쩐다...........
핡
이거는 지성이다
헐 지성
1 3 못고르겟어..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나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강유정!!!!
2
22
와와 와 진짜 다존좋 와
지성쓰무슨말이필요해
3
4
닥지성
아 미친 조민혁같아..허윽..지성...
3.........♡
지창욱이지!!!!!!!
헉 1111 ㅠㅠㅠㅠ 쟤 처음보는데 귀요오♡
하......2번 ㅠㅠㅠㅠ
지민짱...진짜 내 이상형브레이커
3은 빡침... 차라리 2가 낫지
창욱아 지성아.....!♡
미친 존나 지성쓰.. 지성이라 참는다 증말
작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