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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올까? 반짝이는 감각, 아니면 우연히 떠오른 영감에서?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생각는 것과 달리 빅 아이디어는 철저한 계산에서 나온다. 광고에 담긴 새로운 표현 한두 개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네덜란드 안티광고(Anti―ad)의 기수 케셀과 크래머의 예를 들어보자. 그들의 튀는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유명해지자 독일로부터 나이키 광고 의뢰가 들어왔다. 알다시피 독일은 ‘텃새’ 아디다스가 둥지를 튼 곳이다. 나이키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마치 무뚝뚝한 독일 병정이 세련되다 못해 되바라진 미국청년을 대하는 꼴이라 할까.
네덜란드의 두 친구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그때는 마침 아디다스가 주최하는 베를린 마라톤 대회가 열릴 무렵이었다. 케셀과 크래머는 참가자 중 가장 나이 든 사람을 알아내어 섭외했다. 78세의 하인리히라는 할아버지였다.
케셀과 크래머는 하인리히를 나이키의 영웅으로 만들기로 작정했다. 그들은 하인리히가 선명한 나이키 로고를 가슴에 달고 뛰는 포스터를 만들어 경기 3일 전에 베를린 전역을 도배했다. 또한 “힘내 하인리히, 힘내!(Go Heinrich, Go!)”란 제목의 테크노 음악을 만들어 베를린 라디오와 나이트 클럽에 뿌렸다. 그 기발한 발상에 음악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하인리히에 대한 16페이지짜리 책자도 만들어 5만부 이상을 배포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베를린 마라톤의 최대 화제는 나이를 잊은 78세의 ‘나이키 영웅’ 하인리히가 됐다.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을까? 예정 시간보다 30분 늦게 결승점에 도착한 이유를 묻자 하인리히는 레이스 도중 TV방송 2개와 라디오 방송 2개가 인터뷰를 요청해서 늦었노라고 대답했다. 판은 아디다스가 벌여 놓고 재주는 나이키가 부린 셈이 됐다.
두 친구의 비상한 아이디어는 결국 아디다스의 텃세를 뚫고 나이키를 효과적으로 각인시키는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는 앞서 언급한 표현에 있어서의 새로움 정도는 아니었다. 한마디로 차원과 개념이 다른 것이었다. 같은 매체라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전혀 새로운 매체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지(‘선영아 사랑해’의 벽보처럼), 깜짝 이벤트 같은 허를 찌르는 홍보 방법은 없는지 등의 차원이 다른 아이디어가 시장과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밥만 먹곤 살 수 없다. 메뉴를 바꿔 보고 싶은 것은 인간이면 누구나 가진 속성이다.
김홍탁 (광고평론가·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첫댓글 오... 대단하다... 우와..... 철저한 계산으로 만들어진 광고라....
모든 광고는 철저한 계산으로 만들어 진다구요.빗나가는게 많아서 그렇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