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헥.. 헥헥... 콜록콜록 "
리넨은 엉금엉금 물가로 기어나왔다.
' 좀... 그런건 빨리 말해주면 어디가 덧나냐고~~!!! '
워프된 장소는 호수의 정중앙. 상당히 깊어서 빠져나오는데 고생 꾀나 했다. 거기다 넓기는 왜 그리 넓은지. 에고... 드래곤 레어에 숨어 들어가기 전에 여기서 탈진해 죽겠네
" 끄으응 "
리넨은 머리를 흔들어 물기를 털어내고 질척질척한 옷을 꽉꽉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을 더 그러고 난 뒤에서야 리넨은 주위를 둘러 볼수 있었다.
자신이 빠졌던 호수 근처에는 마차한대는 거뜬히 지나갈수 있을 정도의 탄탄한 길이 쭉 뻗어 있었다. 그리고 다행인건지 그길 맞은편에는
<-- 뒷산, 카이시드(우리마을~) -->
이라는 표지판이 하나 놓여 있었다.
' ...... 누가 만든건지. 참 앙증맞기도 하다 '
분홍색 바탕에 한것 기교를낸 동그란 글씨체. 상당히.... 귀엽다고 말할수있는 표지판...
어찌 되었든간에 일을 하려면 이 '뒷산' 이라는 곳으로 가야할텐데.....
리넨은 젖을대로 젖은 자신의 옷을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마을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30분 정도 빠르게 걸어 가다보니 드디어 카이시드 라는 마을이 보였다. 리넨은 그 마을로 들어가 마을 입구 가까이에 있는 ' 마을앞 여관 ' 이라는 곳으로 들어갔다.
" 어머! 어서 오세요 "
들어가자마자 테이블을 닦고있던 20대 후반의 다갈색 머리카락 여자가 반갑게 인사했다.
" 아하하... 여기 하루 묶는데 얼마죠? "
" 네. 팔백렐.... 어머? 손님. 왜그렇게 젖었어요? 지금 밖에 비오나? "
갸웃거리며 밖을 쳐다보는 여자에게, 리넨은 삐질 웃으며 답해 주었다.
" 에... 오는길에 물에 빠져서... "
" 그러셨군요. 아! 그래요 목욕. 목욕 하세요. 물데워 드릴께요 "
" 예? 아. 고맙습니다. 근데 옷... "
" 에이~ 옷은 걱정마요~ 남편 옷이라도 빌려줄테니까. 걱정말고... 아! 내친 김에 빨래도 해드려요? "
" 고맙습니다 "
" 고맙긴요. 여기 앉아 계세요. 여보~ 손님왔어~~ 스프 한그릇 떠드려~ "
다갈색머리 여자는 생글생글 웃으며 주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가 사라지자 리넨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주저 앉았다. 으슬으슬 한것이 상당히 춥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늦가을. 거기다 여긴 최 북방부다. 살얼음이 살포시 언 호수에 그대로 퐁당 하고 빠져 버렸으니 않괜찮을 리가 없지 않은가
" ... 미치겠네. 감기라도 걸린건가.... 그럼 일하는데 차질이 생기는데.... 으음... 않되는데....... "
잠시 중얼거리든 리넨은 그대로 테이블에 고꾸라져 버렸다.
머리가... 많이 아프다
[음? ]
리넨은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주위를 열심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착실한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주위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너무 어두워 마치 새하얗게 까지 느껴지는 어둠만이 그의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을 뿐이였다.
[ 가만.... 여기가 어디지? 내가 왜 여기 있는거지? ]
주위에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한 리넨은 이젠 머리를 긁적이며 여기에 오게된 경위를 생각해 보려고 애썻다.
분명 어제 드래곤레어 잠입이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카이시드 근처로 워프 했었다. 워프되는 과정에서 물에 빠졌던 일도 있었지만 일단 그건 넘어가고. 그뒤에 여관으로 왔었는데 머리가 아파서... 내가 쓰러졌던가?
[ 끄응.... ]
한참을 고민하던 리넨은 결국 한가지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지금 이 상황은 '꿈' 인 것이다. 어제 감기 때문에 쓰러졌으니 설마 죽은 것은 아닐것이요, 꿈이 아닌이상 이런 묘한 분위기 연출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 하에서 이루어진 판단 이였다.
물론 '마법' 일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체 누가 자신에게 이런 고난이도의 (환상 관련계열 마법은 상당히 시전하기 어렵다) 마법을 걸겠는가? 누구한테 원한 살일만큼은 하지 않았다고 자신하는 리넨이였다.
[결국... 이거 꿈인건가? ]
몸이 둥둥 뜨는 느낌.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느낌이다. 어차피 이렇게 된거 이 상황을 최대한으로 즐겨보잔 생각에 리넨은 그대로 몸을 축 늘여트렸다.
역시. 몸을 축 늘어트린 상태에서도 몸은 둥둥 떳고, 이런 포즈로 있으니 편하기도 상당히 편했다.
[ 헤에. 이거 좋은데? ]
이 미치도록 어두운 주위도 익숙해지니 그럭저럭 괜찮은 느낌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지.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리넨은 슬슬 지겨워 지기 시작했다.
[ 잠깐.. 꿈이 이래도 되는거야? 적어도 내 꿈이라면 뭐좀 재밋는 짓이라도 해보라고!!! ]
리넨은 장난치듯 가볍게 고함을 쳤다. 그리고 그 순간 리넨의 목소리에 응답을 하듯 저 멀리에서 아주작은 빛이 생겨났다. 마치 어둠속에서 탈출할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와도 같은 느낌의 작은 빛줄기가.
[ 과연 내꿈이로군 ]
뭔가 단순한 전계에 리넨은 어깨를 으쓱이며 그 빛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역시 꿈이라서 그런지 생각만 해도 몸이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 흐음.... ]
가까이 다가가 그 빛을 살펴보니 멀리서 볼때와는 달리 그다지 빛나는 느낌은들지 않았다. 그냥 하얀색의 종이를 동그랗게 잘라 오려 붙인것 같다고나 할까?
[ 근데 이게 대체 뭐지? ]
하지만 가까이 와서 살펴봐도 도저히 풀리지 않는 의문. 이게 대체 무언가 하는 것이였다. 요로보고 저로봐도 도무지 알수 없는것. 옆에 설명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체 뭐란 말인가
내 정신체? 기억의 조각? 영혼? 아니면 그냥 땜빵?
아아~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 보려 해도 머리만 아프다. 이렇게 된바에 만져라도 보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꿈인데 무슨 심하게 위험한 일이라도 일어나겠어?
리넨은 대담하게도 그 빛에 손을 대었다.
[ ???!!!!! ]
그러나 리넨은 그 빛에 손을 대자마자 흠칫 놀라며 그 빛에서 손을 땠다. 그 빛을 만졌는데 아무것도 만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놀라는것도 아주 잠시. 리넨은 또다시 그 빛에 손을 댔다.
쑤욱
빛속으로 리넨의 손은 아무런 거리낌없이 들어갔다.
[ 뭐야? 그냥 구멍이였잖아? ]
리넨은 피식 웃으며 ' 그냥구멍' 으로 판정난 빛줄기의 안을 빤히 쳐다보았다.
하지만 역시 처음 봤을때 종이하나 붙여놨단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그냥 하옛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에누리없는 그냥 하양. 여기와는 순전히 정 반대의 느낌.
[ 그럼... 이젠 여기로 들어가 줘야 되는건가? ]
리넨은 의심조의 말투로 그 하얀 구멍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거 피텔의 장난이라던가 하는.....
그러나 이내 리넨은 피식 웃으며 그 하얀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장난이면 어떻고 뭐라면 어떻단 말인가? 어차피 여기 있어봤자 할일도 없다.
그리고 하얀 구멍속이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답을 내릴수 없는 고민 따위를 하는 취미는 없다.
[......................... ]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뭔가!! 이 허여멀건한 공간은. 아까전의 그 어두침침한 동내랑 다를게 하나없지 않은가. 그냥 눈만 더 아프다.
[ 야! 장난하냐? 이게 재밋는 짓이라고 생각해? 어이 꿈! 뭔가 참신한거 없어? ]
리넨은 이번엔 조금 발끈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또다시 리넨의 주위는 리넨의 목소리에 반응을하듯 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것은 아까와는 달리 대규모의 변화였다.
주위가 채색되고 있었다.
새하얀 도화지에 물감으로 하나 하나 색칠을 하듯. 하얗기만 했던 주위가 온갖 색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리넨은 깜짝 놀리며 두리번 거렸다. 그리고 잠시후 리넨의 주위는 약간 어두운 동굴으로 변해 있었다.
[ 우와... 이거 멋있잖아? ]
리넨은 감탄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반쯤 녹은 양초 같기도 하고, 어린애들이 아무 생각없이 붙혀 놓은 눈덩이 같기도 하고, 위대한 예술가가 조각하다 만것 같기도 한 예쁜 색갈의 바위들과 종유석들이 주위에 아름답게도 펼쳐저 있었다.
리넨은 저도 모르게 그 아름다움에 심취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리넨은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잔잔한 파도모양으로 펼쳐진 석순들과, 그 정 중앙에 놓여있는 그것을 보고 작게 신음을 흘렸다.
[ .... 드래곤....... ]
태어나서 처음보는 것이였다. 하지만 리넨은 한눈에 그것이 드래곤임을 알 수 있었다. 눈부시게 빛나는 푸른색 비늘, 우아한 곡선을 자랑하는 커다란 몸둥아리, 비록 지금은 접혀 있지만 하늘의 절반을 뒤엎을듯한 커다랗고 투명한 날개.
말로만 들어왔었다. 하지만... 그것은 말로 표현 할수 있는것이 아니었다.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리넨은 자신도 모르게 그 드래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몸을 잔득 웅크리며 눈을 감은 드래곤. 잠을 자고 있는걸까? 대체 무슨..꿈을 꾸고있는 것일까..
리넨은 살며시 드래곤의 뺨에 손을 데어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 윽 ]
무언가... 수많은 무언가가 머리속으로 두서없이 흘러들어 왔다.
- 그만둬 -
- 가끔은... 날개 같은건 없었음 좋겠단 생각을 해 -
- 당신은 싸우는 것이 당연한가요? -
- ...... 기다려줘....... -
- 흑... 흑 이 바보야 -
- 더이상은 -
- 너만은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
- 너만은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
- 너만은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
- ...... 미워하지 않았으면....... -
파앗
드래곤은 하얀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주위의 모든것들은 그림이 비에 씻겨 내려가듯이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머리속에 남아 울리는 누군가의 목소리.
미워하지 않았으면......
대체 무슨 뜻이였을까
점점 밝아지는 눈앞을 바라보며 리넨은 한가지를 깨달을수 있었다. 왜 이런것을 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분명
드래곤의 꿈속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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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fly]PART1:꿈. -드래곤레어(2)-
미르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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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4.2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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