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붕뚫고 하이킥] 034
씬/1. 한옥집 밤 전경
씬/2. 한옥 주방
광수가 라면(두개)끓이려고 봉지를 뜯고 인나가 김치랑 꺼내놓고 있다.
광수:(노래 흥얼. 라면에 관한 랩 정도)
인나:오빠. 치즈 넣자 치즈.
광수:치즈라면 콜.
인나, 냉장고에서 치즈 꺼내는데 정음, 들어온다.
인나:왔어?
정음:어. 어 추워. 라면 먹어?
인나:먹을래?
광수:(라면 들고 보며)먹을거면 지금 얘기해. 또 한입만~ 하지 말고.
정음:안 먹어. 밥 배터지게 먹고 왔어.
컷튀면. 광수 인나, 라면 먹는데 잠옷 입은 정음, 젓가락을 들고 달려든다.
정음:한입만~(라면 먹는)
광수/인나:(표정)
광수:내가 너 이럴줄 알았다.
인나:밥 배터지게 먹었다매?
정음:(라면 먹으며)한입만~(컷튀면 아예 국물까지 쭉 들이킨다)
광수/인나:에이씨 진짜!/뭐야! 다 먹어!
정음:(내려놓으면서)국물 너무 맛있다.(두엄지 치켜들며)짱 짱!
광수/인나:(표정)
씬/3. 주방
순재 보석 현경 준혁 해리 신애가 밥을 먹고 있고 세경이 체육복을 입고 반찬놓고 있는데 지훈 들어온다.
보석:오~ 처남 오랜만이네.
지훈:(세경보고)왜 준혁이 체육복을 입고 있어?
세경:네? 아..일할 때 입으면 편해서..
현경:야. 너 일루 앉아봐.
보석:야~ 우리 식구 이렇게 다 모여서 밥 먹는 게 얼마 만이야?
현경:(의심스런 눈초리로 보며)야. 너 여자 없는 거 확실해?
지훈:뜬금없이 여자는..
보석:오늘 오랜만에 식구 다 모인 기념으로 와인이라도 한잔해야 되는 거 아니예요?(일어나며)가만 있어봐라 와인이..
현경:(소리)아 좀 가만있어.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보석:아니 오랜만에 다 모였으니까 와인이라도 한잔하면 좋잖아? 처남 어때?
지훈:(무시하고 현경에게)왜 그렇게 봐.
보석:와인 한잔해. 저기 세경씨..(하고 세경에게로 가다가 국 뜨던 순재 건드려 순재가 국을 바지에 흘린다)
순재:(털어내며 짜증 OL)아 그 자식 진짜!
보석:죄송합니다.
순재:그냥 앉아서 밥이나 먹어! 정신 사납게 촐싹대지 말고 좀!
보석:(표정)아니 오랜만에 같이..
순재:(소리)오랜만에 같이면 뭐?
현경:그러게 가만 좀 있으라 그랬지? 왜 그래? 꼭 눈만난 강아지마냥.
보석:강아지..?(표정)하..(나가려는)
순재:어디가?
보석:아니 입맛이 없어서요.
순재:앉어. 나 할말 있어.
보석:예?
순재:앉으라고. 니들 다 있는데서 할말 있다고.
현경:또 무슨 얘기하실려구요?
보석:(표정. 앉는)
해리:아빠 이거나 먹어.(고기 넣어준다)
보석:(입을 닫고 고개 흔드는)
해리:안 먹어?(자기가 먹는)
순재:저기 말이다. 내일 저녁때 시간들 좀 내라.
현경:무슨 시간이요?
순재:아니.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자옥씨랑..
현경:(숟가락 탁 놓으며 표정)
순재:우리 만나는거 니들도 다 아는데 서로 인사 한번없이 그러는 것도 좀 이상하고 그렇다고 무슨 상견례하듯이 밖에서 만나는 것도 우습고 그냥 집에서 편하게 밥 한끼같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현경:(OL)전 싫어요. 집에는 안돼요. 만나실래면 저 빼고 밖에서 만나시든지 하세요.
순재:뭐?
현경:집은 안된다구요. 아버지가 교감 만나든 말든 그건 아버지 자유니까 더 이상 뭐라 안그러겠는데 집까지 데리고 들어오진 마세요.
순재:아니 내가 뭐래? 그냥 집에서 밥 한끼 먹자는데 그게 뭐 그렇게..
현경:(OL)밥 한끼가 그냥 밥한끼가 아니잖아요. 그러고 이런거 저런거 다 떠나서 약속도 그래요. 내일 저녁 먹자는 걸 오늘 말해서 다들 그런줄 알아라 그러는게 말이 돼요?
순재:말이 안될 건 또 뭐 있냐? 어쩌면 넌 사사건건 내말에 그렇게 반대냐? 이집은 도대체 가장이 없어요. 세상에 무슨 집구석이 가장을 이렇게 개무시하는 집구석이있나 몰라.
현경:아버지야 말로 식구들을 왜 그렇게 무시해요? 지금 가족들이 아버지랑 교감에 대해서 어떤 생각인지 아시면서 뜬금없이 밥 같이 먹는다고 일방통보하는건 무슨 경우에요?
순재:그럼 니들한테 일일이 내가 밥 먹어도 되냐고 물어봐야 되냐? 그냥 내가 그렇게 하자면 아 그런가 보다하고 한번이라도 좀 따라주면 안돼? 이건 뭐 사사건건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전부 반대부터 하고. 이게 가족이야? 이게 무슨 가족이야? 세상에 이런 가족이 어딨어?
현경:가족 가족 하시는데 그럼 엄마 돌아가신지 3년도 안돼서 아버지 새 여자친구랑 모여서 좋다고 하하호호 같이 밥먹는게 아버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이에요?
순재:그럼 내가 그동안 그렇게 미안하다고 하고 밥 먹는 거 하나 지금 이렇게 어렵게 얘기하는데도 딸이라고 하나 있는 게 쌍심지 켜고 이렇게 대드는 게 니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이냐?
보석:(입을 연다)제 생각에 가족이란 건..
순재/현경:넌 조용해!/자긴 가만있어 좀!
보석:(움찔 자존심 팍 상하는 표정. 이를 악문다)!!
지훈:아..거참..뭣들 하세요? 그만 좀 하지.
순재:에이! 집안 꼬라지 진짜!(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현경:(숟갈 놓고 일어나 나간다)
보석:(뿔나 일어나)우리 집은 이건 진짜..가족이 아니야!(나간다)
지훈:에휴..오랜만에 다 모였다 했더니..
신애:(젓가락에 반찬 들고 입 열고 정지상태에서 밥 안먹고 눈치)
지훈:(신애 보곤)밥 먹어. 괜찮아.
신애:네.(밥 먹는)
준혁:누나도 같이 앉아 먹어요.
세경:어? 난 나중에 먹을게요.
준혁:지금 같이 먹어요. 누난 뭐 밥도 꼭 따로 먹어야 되는 거 아니잖아요. 식탁도 썰렁한데 같이 먹어요.
세경:진짜 전 됐어요. 그나저나 따라 나가보셔야 되는거 아니에요?
지훈:됐어. 놔둬. 우리 식구들 대단하지? 이런 가족 어디서 본 적 있어?
세경:네?
준혁:누나. 앉아서 밥 먹으라니까요.
해리:갈비 다 떨어졌잖아. 갈비 더 줘. 갈비~~
세경:(뭐 이러나 싶은 표정)
씬/4. 순재방
순재, 혼자 양주를 마시고 있다.
순재, 표정이 안좋다.“자식이 말야..사사건건 반대야..사사건건..”
씬/5. 현경 차 안(야외)
현경, 운전하며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다.
현경:김선생 지금 어디야? 나랑 술이나 한잔 할래? 시간 돼?
씬/6. 보석현경 방
침대에 누워있는 보석, 화가 안 풀리는지“아우..맨날 내가 밥이지. 내가”베개를 주먹으로 치며 몸부림친다.
씬/7. 바(야외)
현경, 수학선생과 술을 마시고 잇다.
현경:엄마 죽은지 얼마 됐다고 그러는지 정말. 울 아버지지만 돌은거 아닌가 싶어.
수학선생:그런 사람 많아.
현경:그런 사람 많긴. 엄마 살아있을 때 자기가 한짓을 생각하면 어떻게 엄마 죽은지 3년도 안돼서 또 여자를 만나? 어떻게 그럴수 있는지 나는 정말 이해가 안가. 도저히 이해가 안가.
수학선생:연애하면 누구나 콩깍지 씌잖아. 가족들이 이해 해줘야지. 가족밖에 이해해줄 사람이 어딨어?
현경:이게 무슨 가족이야? 가장이란 사람이 연애질 외에는 식구들한텐 관심도 없는데 이게 무슨 가족이야. 모름지기 가족이란건 가장이 정신을 차리고..(술취해 동작 크게 수학선생에게 설명하는데 소리가 사라진다)
상상으로.
C#1. 거실
순재 현경 보석 지훈이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다.
(다들 차분히)
순재:밥한끼만 그냥 같이 먹자.
현경:아버지, 밥 한끼가 그냥 밥 한끼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엄마 돌아가신지 얼마됐어요? 그동안 엄마한테 아버지가 한짓을 생각하면 이러면 안되는거잖아요.
순재:현경아..
현경:(OL)엄마가 아버지땜에 얼마나 고생했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못하세요? 지금은 아버지가 교감한테 콩깍지가 씌어서 이러지만 제가 보기엔 이 콩깍지 1년도 못가요. 콩깍지 벗겨지고나면 부끄러워서 나중에 엄마 어떻게 만나실라 그러세요?
순재:...
현경:아버지가 정신을 차려야 우리집이 제대로 서죠. 우리집 꼴을 좀 보세요. 아버지가 연애한다고 이러고 계시니까 식구들도 전부 제각각 대화도 없고 저마다 뿔뿔이. 이게 가족이예요? 이런 가족이 어딨어요?
순재:하..(고개를 숙이는)
보석:이사람 말 솔직히 다 맞습니다 아버님.
지훈:진짜 누나말 틀린 말 하나도 없어요. 저도 그동안 집이 이 모양이니까 될대로 되라 그러고 집에도 안 들어오고 그랬는데 아버지만 정신 차리시면 저도 반성할께요.
순재:(고개 숙이고 있다가 들며)..내가 잘못했다. 정말 잘못했어. 잠시 눈에 정말 콩깍지가 씌었던 모양이야. 그만둘게.
현경:(손 잡아주며)고마워요 아버지. 다시 정신 차려주셔서.
순재:아니야. 니들한테 내가 부끄럽다. 미안하다 다들 정말..
지훈:아니예요. 누구나 실수할수도 있죠. 같은 실수를 두번 안하면 되는겁니다.
보석:맞습니다 아버님.
순재:전화해서 그만 만나자고 이야기할게.(전화기 드는데)
현경:(잡으며)같이 식사하면서 정리하세요. 기왕 밥 먹겠다고 했으니까 식사 하면서 정리를 깨끗이 하는게 좋겠어요.
순재:식사하면서? 어..그게 일리있네..(고개를 끄덕이는)
C#2. 주방
순재 자옥 현경 지훈 보석이 식사를 하고 있다.
대충 식사를 마친 분위기다.
자옥:너무 맛있었어요.
현경:그랬어요? 아버지. 식사 끝났는데 말씀하세요.
자옥:무슨? 뭐 하실 말씀 있어요?
순재:자옥씨.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할게요. 우리 이제 그만 만나요.
자옥:네? 선생님. 그게 무슨 소리에요? 왜 갑자기..
순재:어제 가족들이랑 이야기를 쭉 해봤는데 제가 진짜 그동안 큰 실수를 한 것 같네요. 저한텐 가족들이 진짜 더 소중한 건데..
자옥:아니 지금 와서 그게 무슨..안돼요. 전 그럴 수 없어요! 전 선생님 없이 살 수 없는데 선생님은 저 없이 사실수 있어요? 그럴 수 있어요?
순재:네. 그럴 수 있습니다.
자옥:저 사랑하신다 그랬잖아요. 이제 저 사랑하지 않으세요?
순재:제가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 애들 엄마 밖에 없어요. 죄송합니다. 옥씨는 솔직히 애들 엄마 대용품이었어요. 그만 가주시죠.
자옥:(식탁을 잡고)안돼요. 전 못가요. 전 선생님하고 헤어질 수가 없어요.
순재:애들아.
보석과 지훈이 자옥을 의자에 앉은채로 번쩍 들어서 나간다.
자옥, 선생님~~ 이건 아니에요~~ 외치려 들려나가는.
현경:괜찮으세요?
순재:괜찮아. 그리고 고맙다. 저렇게 들려나가는 걸 보니까 이제야 뭐가 진짠지 확실히 알겠어. 니들 아니었음 니 엄마한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할뻔했구나. 고맙다.(현경의 손을 잡는)
상상 끝.
현경:(술취해 혀 꼬부라져)그런게 가족 아니야?
수학선생:(웃으며)참..그렇게 다 자기 입맛대로 되면..
현경:하..(술 마시는)
씬/8. 한옥집 낮 전경
씬/9. 한옥집 주방
인나, 냉장고 열고 뭘 먹을까 하는데 광수,“인나야”부르며 들어온다.
인나:오빠 우리 점심 뭐.(하는데)
광수:(둘러보며 OL)정음이 없지?
인나:오후까지 수업 있을 걸. 근데 왜?
광수:(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가방에서 스테이크 두 개를 꺼낸다)짠.
인나:뭐야? 이거?
광수:스테이크. 한우야! 마트에서 떨이로 반에반 가격으로 팔더라고.
인나:오빠. 나이스!! 안 그래도 뭘 먹나 싶었는데..
광수:넌 일단 들어가 있어. 오랜만에 분위기 한번 내보자 우리. 들어가. 들어가있어.
씬/10. 주방+거실
세경이 음식을 만들려고 각종 음식재료를 꺼내놨다.
현경이 들어와 보고는 표정있다.
현경:이걸 왜 다 꺼내놨어?
세경:그게..할아버지께서..
순재:(OL 주방으로 들어오며)내가 준비하라 그랬다.
현경:그냥 밖에서 만나 드시라구요. 뭘 그렇게 고집을 피우세요? 세경씨. 이거 다 다시 넣어놔.
세경:네?
순재:뭐 넣어 놔? 그냥 해. 너야 말로 왜 이러게 고집이냐? 내가 뭐 대단한 걸 하래? 그냥 와서 먹던 밥 같이 한끼 먹음 되는데 그걸 뭘 그렇게 목에 핏댈 세우고 난리야?
현경:먹던 밥 한끼 그냥 같이 먹는게 아니잖아요.
순재:뭘 밥 한끼 먹는게 아니야? 맞지.
보석이 들어오다 주방에서 싸우는 소릴 듣고 온다.
현경:아우 그냥 밖에서 드세요. 이번엔 저도 절대 양보못해요.
순재:니가 뭘 양볼 했다고 양보타령이야? 이집은 전부 순 니 맘대로냐?
현경:뭐가 제 맘대로예요? 아버지 맘대로 다 하셨지.
순재:뭘 내 맘대로했어?
보석:잠깐만요. 제 생각은..
순재/현경:넌 시끄러! 조용해!/자긴 왜 나서고 난리야!
보석:아니 나도 이집 사위니까 한마디..
현경/순재:아 시끄러워 저리가!/넌 좀 닥쳐! 조용히 해!
보석:(상처받고 돌아 뛰어간다. 중얼)네. 네. 그만하고 닥치죠. 닥치고 절루 가겠습니다.(달려 나간다)
씬/11. 순재 차 안(야외)
보석이 차에 올라탄다. 기사“회사로 다시 들어갈까요?”하는데
보석:아무 데로나 일단 출발 하지. 후..(깊은 한숨을 내쉰다)
컷튀면. 보석이 뒷좌석 깊숙이 앉아있다.
보석:(혼잣말처럼)뭔가가 잘못됐어.
기사:네?
보석:잘못돼도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고. 이건 가족이 아냐. 가족이 뭐가 이래. 가족이..가족이라면 이럼 안되지.
C#1. 거실
순재 현경, 마주보고 앉아있고 가운데 보석이 앉아있다.
보석, 백분토론의 손석희 같은 지적이고 조용조용 카리스마 있게 얘기한다.
순재:자옥씨랑 밥 한끼 먹는게 뭐 어때서 그러냐? 먹겠다면 좀 먹는줄 알아!
현경:좋아요!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아예 차라리 따로살죠. 아버진 아버지 대로 사시고 우린 우리대로 살고. 그럼 됐죠?
순재: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이 자식이!
보석:(손으로 자제시키는)잠깐만요. 쉿.
현경:아니 아버지가 먼저..
보석:(손으로 다시 자제시키는)잠깐. 쉿.
현경:...
보석:지금 둘 다 너무 흥분해서 제대로 된 얘기가 안되겠네요. 일단 심호흡부터하죠. 자,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순재/현경:(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보석:내쉬고.
순재/현경:(숨을 크게 내쉰다)
보석:들이마시고
순재/현경:(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보석:내쉬고.
순재/현경:(숨을 크게 내쉰다)
보석:자. 이제부터 제 생각을 간략하게 말씀 드릴게요.
지훈:(내려오는)다녀올께요.
보석:처남도 여기 앉아봐.
지훈:아 예.(얼른와서 앉는)
보석:말씀들을 다 들어보니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아버님은 오늘부터..
순재:잠깐만..(하고 지훈에게)펜이랑 수첩 좀 빨리.
지훈:아. 예.(가방에서 꺼내주는)
순재:어.(적을 준비하며)얘기해.
보석:아버님과 교감선생님은 당분간 좀 자숙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어떨까요? 아무래도 식구들이 두 분 사이를 받아 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할 거 같으니까요.
순재:어..자숙..(받아 적으며)얼마나..?
보석:한 한달 정도.
순재:(받아적으며)한달..그래. 알았어..
현경:난?
보석:당신은 말야 아버님한테 지나치게 공격적이야.
현경:내가? 내가 언제..
보석:(손가락 입으로 가져가는)쉿.
현경:...
보석:당신은 오늘부터 아버님한테“아빠 사랑해요”라고 하루에 세 번 얘기하면 어떨까?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아버님과의 관계가 좀 회복될 거 같은데.
현경:아빠? 나 어릴 때도 아버지한테 아빠라 안그랬는데..
보석:그러니까 해보란 소리지. 친밀감 있잖아. 한번 해봐. 얼른.
현경:(마저못해)아빠. 사랑해요.
보석:가만히 계시면 어떡해요?
순재:나도 뭘 해야 돼?
보석:나도 사랑한다. 우리 딸. 이럼 어떨까요?
순재:쑥스럽게 무슨..
보석:일단 해보시죠. 해보시고 나서 말씀하세요. 자, 당신이 먼저.
현경:(어색하게)아빠..사랑해요.
보석:(지휘하듯)아버님.
순재:(어색하게)나도 사랑한다 우리딸.
보석:(지휘하듯)당신.
현경:(좀 격정적으로)아빠..사랑해요.
보석:(지휘하듯)아버님.
순재:(감정 울컥한다)나도 사랑한다. 우리딸..
보석:(지휘)자 한번 안아주세요. 말로만 그러지말고.(등을 떠민다)
순재/현경:(현경을 안으며)미안하다 사랑한다./나두요 아빠.
보석:(흐뭇하게 보며 지훈 어깨를 쓰다듬고 머리를 헝크는)
지훈:매형..(웃으며 보석을 다정하게 본다)
보석, 회상에서 나오면 차에 앉아있다.
기사:부사장님 어디로 갈까요?
보석:지금 동해 바다 보러 가면 오래 걸리겠지?
기사:지금 한참 막힐 텐데요. 자정 지나서야 도착할 거 같은데..
보석:그렇지?. 그럼..(하는데 갈 데가 마땅히 없다)회사로 가지. 아니 그냥 집으로 갈까..(하다)회사로 갈까..아 씨..
씬/12. 한옥집 주방
식탁 위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촛불이랑 작은 꽃병까지 세팅되어 있다.
스테이크용 넓은 접시도 나와 있다.
광수, 알렉스 같은 분위기로 식탁을 꾸미고 있다. 싱크대 밑에 숨겨놨던 와인병도 꺼낸다. 인나가 들어와 본다.
인나:(나오다 식탁 보며 놀란다)와~ 이게 다 뭐야?
광수:기왕 먹는 거 제대로 먹자. 조금만 더 기다려.
인나:어? 와인도 있네.
광수:(의자 빼주며)앉으시죠.
인나:(앉으며)고마워요.
정음OFF:아이..히릿! 너 자꾸 마당에다 이렇게..! 이거 누가 다 치워?!
광수:(당황)아!! 쟤 뭐야?!!(급하게 와인과 스테이크를 치운다)
인나:(같이 치우며)쟤 왜 이렇게 빨리 온 거야? 아직올 시간 아닌데..
정음:(들어오다 광수와 인나쪽 보고는)니들 이게 다 뭐야? 오~ 뭐 좋은 거 먹는구나. 뭔데? 뭔데? 나도 한입만.
광수:뭘 먹어? 아무 것도 안 먹는데?
정음:엥? 근데 뭘 이렇게 차려놨어?
광수:(접시에다 물을 붓고 마시며)하도 심심해서 이러고 논다. 왜?
인나:(자연스럽게 웃으며 자기 접시에도 물 따라 마시며)아맛있다.
정음:둘이 맨날 집에만 있더니 마침내 슬슬 미쳐가는구나?(손가락으로 빙빙)
씬/13. 순재차 안(야외)
순재와 자옥이 함께 집으로 가고 있다.
순재:(자옥 보며)불편하세요? 아까부터 말씀도 없으시고.
자옥:좀 긴장되긴 하네요. 그래도 집에 인사하러 들어가는 건데.
순재:긴장할 거 뭐있어요? 그냥 식사만 하시면 되는데..
자옥:그래두..(하다)저 어때요? 괜찮아요?
순재:(자옥 손 잡아주며)자옥씬 늘 괜찮아요.
씬/14. 거실
순재와 자옥이 들어오면 세경, 신애가 현관까지 나와 인사를 한다.
세경:오셨어요?
자옥:오랜만이다. 잘 지냈지?
세경:네.
자옥:넌 안보는 사이에 좀 큰 거 같다.
순재:다들 어디가고 니들만 있어?
세경:준혁학생이랑 해리는 방에 있는 거 같던데..
순재:내려와서 인사하라 그래.
세경:네.(하고 올라가려는데)
순재:나머진 아무도 안 들어왔어?
세경:네. 아직..
순재:그래?(하고 표정 있다)자옥씨. 앉아서 조금만 기다려보죠. 약속 했으니까 곧 올겁니다.
디졸브, 시간경과, 아무도 오지 않는다.
순재와 자옥이 무안하게 기다린다.
디졸브, 시간경과.
순재와 자옥이 같은 자세로 기다리고 있다.
문이 열리고
순재, 돌아보면 세호가 인사를 하고 들어온다.
순재, 낙심한 표정이다.
자옥, 가방을 들고 일어난다.
자옥:그냥 오늘은 갈게요. 식사는 다음에 하죠.
순재:(자옥에게 미안하다)자옥씨..
씬/15. 광수방+한옥 마당
광수, 가스버너에 후라이팬을 올려놓고 버너 킨다. 인나는 문을 만진다.
옆에 스테이크 있다.
인나:이런 좋은 스테이크는 여유있게 음미하면서 제대로 먹어줘야 되는데..
광수:그러게. 방에서 이런 꼴로..아쉽긴하지만 이렇게라도 먹어야지 뭐..
인나:아씨..문이 고장나서..뭐하나 여기 막아놀까? 정음이 쟤 코 워낙 개콘데..
광수:됐어 일루와. 지가 아무리 개코라도 가운데 마당이 있는데 설마..괜찮을거야..(말은 했지만 불안한듯 문쪽을 힐끔거리며 스테이크를 올려놓는다)
인나:스테이크 냄새 확 난다. 정음이 쟤 냄새 맡는거 아니야?
광수:괜찮아. 냄새 멀리 안 나가..(하는데)
밖에서 정음 소리 들린다.“아 니들 뭐 먹어?”
인나:거봐!! 맡았잖아!!
광수/인나:아씨!(버너 끄고 후라이팬 장롱 안에다 집어넣고 난리나는)
정음:(오며)야! 니들 뭐 먹어? 고기 구워? 나 한입만~
광수/인나:(후다닥 방향제 뿌리는)
정음:(문 확 열고는)나 한입만~
광수/인나:(누운척 자세 잡으며)뭐? 뭘 한입만?/왜 그래?
정음:고기 굽는거 아니야?
광수/인나:고기? 무슨 고기?/뭔 소리야?
정음:(킁킁거리며 갸웃)고기 냄새났는데. 아닌가.
광수/인나:얘는 무슨../고기는..
정음:(표정)미안..(나가는)
광수:(둘 털썩 늘어지는)하..쟤 깨있을땐 먹으면 안되겠다.
인나:아..진짜..한우 스테이크 한번 먹기 힘들다..차라리 같이 먹을까 그냥?
광수:됐어. 쟨 얄미워서도 주면 안돼. 맨날 한입만 한입만..염치가 없어 얘가. 쟤 자면 먹어..
인나:쟤 요새 불면증 있다던데..
씬/16. 포장마차(야외)
순재와 자옥이 앉아있고 순재가 소주를 마시고 있다.
자옥이 말린다.
자옥:이제 그만 드세요.
순재:(마시곤)죄송해요. 우리 집 꼴이 이 모양 이꼴입니다.
자옥:됐어요 그럴수도 있죠.
순재:그럴수도 있긴요. 자옥씨한테 얼굴을 들 수가 없네요. 저런 것들이 무슨 가족이라고..
자옥:아유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순재:무슨 놈의 가족이..가장 말을 남의 집 개짓는 소리 취급도 안하니..
자옥:어유..왜 이러세요.
순재:이건 가족이 아니에요. 이런 건 가족이 아니에요. 가족이 이럼 안돼죠.
순재 표정에서 순재의 상상으로 들어간다.
C#1. 거실
순재가 밝은 얼굴로 들어온다
순재:자옥씨. 들어오세요. 얼른요.
자옥:(들어오면)안녕하세요.
좀 어색한 표정의 현경과 환하게 웃고 있는 보석, 지훈과 준혁, 해리가 줄을 지어 서서 인사를 한다.
일동:어서오세요./안녕하세요.
자옥:어머..뭐하러 다들.
순재:들어오세요.
C#2. 순재방
순재와 자옥이 앉아있는데
보석 지훈은 정장차림이고 현경은 한복차림이다.
준혁과 해리도 뒤에 섰다.
보석:절 받으세요.
자옥:(질색하며)아우, 됐어요. 무슨 절이요. 싫어요.
순재:받으세요. 어른한테 인사하는데 이 정돈 해야죠.
보석:받으세요. 이사람 잘 보인다고 안 입던 한복까지 입었는데..
자옥:아우, 난 부담스러워요. 요즘 누가 이런다고.
순재:얼른 해.
보석:네.(둘러보며)자. 하지.
보석 지훈 현경 준혁 해리가 큰 절을 올린다.
C#3. 주방
순재 자옥 보석 지훈 현경 준혁 해리가 웃으며 밥을 먹고 있다.
현경:이거 좀 드셔보세요.(하고 반찬 올려준다)
자옥:고마워. 이선생.
순재:이선생이 뭐예요? 이선생이. 이제 한 식구나 다름없으니까 그냥 현경아 그러세요.
자옥:어떻게 그래요?
순재:너도 이제 교감선생님이라고 하지 말고 어머님 그래. 알았어?
현경:아버지. 진짜 꼭 그렇게까지 해야 돼요?
순재:해. 다 내가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야.
현경:진짜 해요?
순재:하라고. 내가 하라잖아.
현경:아버지가 하라시니까..그냥 편하게 부르세요.(좀 머뭇하다)어머님.
자옥:(표정)그럼 좀 편하게 지낼까? 현경아.
현경:네..
자옥:고맙다..(현경을 안아주는)
순재:보기 좋아. 보기 좋아. 진작 그랬어야지. 진작.
회상에서 돌아온 순재, 소주를 한번에 털어넣는다.
자옥, 선생님..참..속상해하고 순재, 하..한숨을쉰다.
순재:가족이 말이죠. 이러면 안되는 거거든요. 진짜.
씬/17. 한옥 밤 전경
씬/18. 광수방
알람소리가 울린다. 새벽 4시다. 광수, 깨서 인나를 깨운다.
광수:일어나봐. 인나야. 일어나.
인나:으음..
광수:스테이크 먹자. 일어나.(장롱 속에서 굽다만 스테이크를 꺼낸다)
씬/19. 정음방
정음, 엉망된 채 자고 있다가 눈을 번쩍 뜨더니 하품하면서 일어난다.
씬/20. 광수방+광수방 앞
스테이크가 굽히고 있다. 광수, 스테이크를 꺼내 접시에 담는다.
광수:자 먹어 빨리.
인나:(눈꼽 떼며)아 졸려..
광수:졸지말고 먹어 빨리.
둘, 칼을 막 드려는데 정음이 소리가 두드린다.
정음OFF:무슨 냄새야?
충격코드
광수/인나:(홱 돌아보며)!!
정음:(눈꼽떼며 비척비척)오빠 고기 구워 먹어?(오는)
광수/인나:아씨! 쟤 뭐야 진짜!!(가서 문을 꽉 잡는다)/아!!
정음:(문 여는데 안 열린다)고기 먹는거 맞지?
인나:오빠. 그냥 같이 먹자. 먹어.
정음:(문 열려고 하며)야 치사하게 이 새벽에 자기들끼리만 고기먹냐? 내가 아까부터 이상하다 했어. 나 한 입만~ 나 한 입만~
광수:(문잡고 서서 급하게)인나야. 그냥 먹어! 쟤 들어오기 전에 빨리 다 먹어.
인나:다 눈치챘는데 어떻게 먹어? 그냥 같이 먹어.
광수:먹으라니까 그냥! 지금까지 이 고생한 게 아깝잖아! 빨리 먹어!
인나:됐어. 그냥 같이 먹어.
정음:치사하게 이러기야 진짜? 나 한입만~ 한입만~
광수:(밖에 대고)다 먹었어!(하곤)빨리 먹으라니까!
정음:(몸으로 문을 밀며)뭐야~ 나 한입만~
광수:에이씨!(문 놓으며 스테이크를 손으로 들고 확 먹는)
정음:(왈칵 들어오며)뭐야 니들..
인나/정음:미안. 같이 먹자./치사하게..(하는데)
광수:(스테이크를 손으로 집어 원시인처럼 먹다가 목에 걸린)으음..
정음/인나:왜 그래?
광수:(숨이 막혀 가슴을 치며 마당으로 달려 나간다)
씬/21. 한옥마당
광수가 방에서 목을 잡고 나오고
정음과 인나가 따라나온다. 인나“오빠! 오빠!”난리가 난다.
방에서 줄리엔이 튀어나오고 자옥도 문을 열어본다.
줄리엔:뭐야? 왜 그래?
인나:오빠 고기가 목에 걸렸나봐요!!
줄리엔:뭐?!(광수를 뒤에서 잡고 흔든다)
광수:켁!(하면서 고기 튀어나오며 겨우 숨쉰다)
바닥에 제법 큰 스테이크 조각이 떨어지고 클로즈업되면 이빨자국이 딱 한번 나있다.
줄리엔:Oh my god. 이걸 한번 씹고 삼킨거야..왜 이랬어 광수?
광수:(숨을 헐떡이는데)
히릿, 와서 고기를 먹는다.
씬/22. 거실
비어있는 소파. 하지만 순재가 와서 앉고 보석과 현경이 와서 앉고
지훈이 와서 앉고 해리와 준혁이 와서 앉아 티비를 본다.
해리Na:세상에 자신의 가족을 선택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것은 마치 던져진 주사위같죠. 싫든 좋든 받아들여야 하는. 그리고 삶의 어느 순간 우리는 그 주사위를 진심 사랑하게 되죠. 그 순간은 언제일까요? 여러분에겐 그 순간이 언제였나요?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