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 근대소설 작가 사후 60년 만에 오리지널 정본 출간
오류 5000개 바로 잡아…곁텍스트·삽화·지도 등 100년 전 경성 느끼게
(사진=지만지 제공)
[문학뉴스=남미리 기자] 염상섭의 장편소설 『삼대』는 일제강점기 조씨 일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여러 계층의 삶과 사회 정치적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작가 사후 60주기를 맞아 오리지널 정본으로 새로운 『삼대』가 출간됐다. 출판사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는 이번에 펴낸 『삼대』는 지금까지 나온 책들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특히 학계에서 인정하는 『삼대』 정본과 255쪽에 달하는 곁텍스트, 주석 831개, 신문 연재 때 사용된 삽화 171개, 1920년대 경성 지도 등 희귀자료와 해설을 실은 전무후무한 ‘찐[眞]’ 『삼대』라는 것이다.
원고 정리를 맡은 전승주 교수(서울과학기술대)는 “오리지널 ≪조선일보≫ 연재본을 저본으로 삼아 출간한 책과 해방 후 작가가 개작한 내용을 저본으로 삼은 책 총 6종을 비교해 원고를 완성했다”라면서 이 과정에서 “차이를 확인하고 오류를 바로잡은 내용이 5000개에 달한다”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독자들이 그동안 완전하지 않은 텍스트를 진짜로 알고 있었던 것”이라며 “진짜 『삼대』는 이 책이 유일하다”라고 말했다.
곁텍스트도 주목할 만하다. 염상섭 전문가인 김희경 박사가 1년간 집필한 곁텍스트는 2020년대 독자들이 1920년대 『삼대』를 이해하는 거울로서 작품 속 시공간을 체험하게 한다. 작품 속 사진 해설과 ‘<삼대> 깊이 읽기’ 등을 통해 독자들을 100년 전 서울, 경성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곁텍스트란 주 텍스트를 보완하는 파라 텍스트(para-texte)를 말한다.
(신문 연재 때 사용된 삽화 중 하나. 사진=지만지 제공)
안석주의 삽화는 마치 무성영화를 보는 듯하다. 인물의 의복과 스타일, 그들을 둘러싼 사물들과 풍경, 장소들은 소설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1931년 1월 1일부터 9개월 동안 ≪조선일보≫에 연재된 소설 그대로의 삽화는 당시의 문화와 생활상에 대한 훌륭한 고증 자료이기도 하다.
또 책에 수록된 1920년대 경성의 지도 16개는 인물들의 행적을 세밀하게 재현하고 있다. 길, 건물, 집, 전차가 다니는 길, 도로 위 자동차까지 아주 자세하게 그려져 있으며, 정치적 지리적 공간 지표도 표시했다.
책 표지도 눈길을 끈다. 서양화가 류장복은 표지화를 그리기 위해 스케치를 26장이나 한 끝에 6개월 만에 그림 두 장을 완성했다. 조씨 삼부자는 앞표지에 자리 잡고 병화, 홍경애, 수원댁, 필순 등 주요 인물 4명은 뒤표지에 담겼다. 남녀 모델에게 의상을 대여해 입히고 여러 고증 자료를 찾아가면서 사실에 근접하도록 애쓴 탓에 소설 속 인물의 실제 모습을 보는 듯하다.
김종욱 교수(서울대, 문학평론가)는 “지만지 『삼대』는 100년 전의 경성과 그 안에서 살아간 사람들 삶의 흔적을 정밀하게 복원했다. 이로써 우리 민족의 엄혹했던 지난 세월과 삶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한국문학의 힘을 더욱 실감나게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한국문학 평론가들은 『삼대』를 우리나라 최고의 근대소설로 꼽기도 했다.
박영률 지만지 대표는 “최근 한일관계 변화와 관련해 사실주의에 입각한 평가”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식민시대 일상을 재인식할 수 있는 본보기 작품”이라고 말했다. 또 “이 책은 문학 애호가들이 큰 관심을 갖겠지만 특별히 MZ세대에게 큰 울림을 주고 싶었다”라면서 50명의 스태프가 2년 동안 매달려 펴낸 만큼 ‘그 명작에 그 명품’이란 평가를 받고 싶다는 소망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