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곰출판
뭐라 해야 할까? 이 책은 한권의 에세이 형식을 빌은 논문이고, 성장소설이고,
인물에 대한 평전이며, 과학에 대한 비평서이고, 역사서이며, 여성의 정체성 찾기이다.
책의 진행 과정 자체가 공부의 과정을 완벽히 보여준다.
그리하여 얼마나 강렬한 여운을 남기며 삶에 대한 찬양과 긍정으로 마무리 되는가?
하지만 우리는 정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아직도 우리의 오랜 습관은 물고기는 물고기라고 말하지만,
이미 이 책을 읽은 과정에서 우리는 오랜 고정관념이 얼마나 강한 편견이고 타자에 대해 몰이해와 폭력이 되고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리하여 진화론을 인간이라는 정점을 향한 사다리가 아니라 생존하기 위한 생명의 다양한 변이의 향연으로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낱낱에 대한 사랑과 낱낱에 대한 이해가 진화론이라고. 이것이 아마 작가가 말하는 민들레 법칙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시대에 아직 발전론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한권의 베스트 셀러가 일으킨 현실의 기여,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과학계의 거물의 실체에 대한 폭로와 현실까지 이어지고 있는 미국 우생학의 실체는
진실을 찾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절실히 느끼게 해준다.
권력의 유혹을 거부하고 삶과 진실의 그물을 짜는 일의 중요성을 작가는 한 권의 여정을 통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