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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3 (목)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김기현의 긁어 부스럼
'탄핵' 발언에 이어 '바이든·날리면' 발언 소환 등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의 잇단 설화가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대세론'을 형성했던 김기현 후보가 '설화 리스크'를 자초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한편 "김기현 후보가 조급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지난 2월 20일 MBN이 주관한 2차 방송토론회에서 천하람 후보에게 "천하람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말했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 변화가 없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청년을 대표하는 천하람 후보가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공격해 본인의 이름을 알리는 데 급급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천하람 후보는 "'바이든'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것이라고 본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기현 후보의 취지는 천하람 후보가 '대통령을 공격해 인지도를 올린다'고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을 곤란하게 한 사건을 끄집어내는 동시에 천하람 후보에게 소신을 드러내는 기회가 되어 결과적으로 자충수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결과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저격하고 천하람 후보의 존재감을 더 부각시킨 것 같다"고 보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그냥 말하다 나온 게 아니라 준비해 온 이야기인 것 같다"며 "김기현 후보는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고 여기에 대답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대통령과 멀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흑역사에 가까운 건데 그걸 다시 끄집어내서 굳이 떠올리는 게 안 좋은 효과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천하람 후보 측에서도 김기현 후보의 질문에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천하람 후보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제 입장에서 너무 잘됐다"며 "(김기현 후보가) 요새 전략적인 사고를 못하시는 건가, 왜 이렇게 여유가 없으신 건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기현 후보가 전당대회 룰이) 당원 100%라는 거에 너무 꽂혀 계시는 것 같다"며 "(당원들 중에는) '날리면'이라 생각하는 분도 꽤 되시겠지만, 당원들은 이 이슈가 나오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에 계시는 많은 분들이 이 이슈가 재점화되는 걸 불편해하실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김기현 후보가 되레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되는 사건을 환기했다는 것이다. '바이든·날리면' 논란은 대통령실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건이다. '바이든·날리면'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 순방에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을 안 해주면 ○○○ 쪽팔려서 어떡하냐?"고 한 발언을 말한다. 해당 장면을 최초 보도한 MBC는 해당 영상과 함께 '○○○'을 '바이든'으로 보도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날리면'이라고 반박하며 해당 보도에 대해 강경한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외교부는 MB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시간이 지나며 잦아든 사건을 김기현 후보가 다시 환기한 셈이다.
김기현 후보의 발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11일에는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지금의 당대표는 대선의 꿈을 가지면 안 된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히면 당이 깨질 수 있고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대통령) 탄핵이 우려된다. 대통령 임기가 얼마 안 지났는데 그런 분란은 안 된다"고 말했다. '윤심(尹心)'을 내세워 당원에게 호소하려는 전략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경쟁 후보들에게 역공의 빌미도 됐다. 안철수 후보는 다음날인 2월 12일 페이스북에 "아마도 전략적으로 당원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어 한 것 같은데, 패배가 겁난다고 여당 당 대표 하겠다는 분이 대통령 탄핵 운운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천하람 후보도 페이스북을 통해 "김 후보는 이제 급기야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담나"라며 "아무리 당대표 선거가 급하고, 지지율에 조급해도 여당의 전당대회에서 할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긁어 부스럼'은 장외에서도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도 지난 2월 3일 페이스북에 "안철수 후보가 당대표가 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어 지난 2월 6일에는 "(안철수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경우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1년도 안돼서 레임덕 상태로 빠질 수 있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김기현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신평 변호사는 논란이 이어지자 사퇴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김기현 후보가 상대 후보들을 오직 '윤석열 대통령에게 반대한다'는 점만 부각시켜 표를 얻으려고 하는 것 아니겠나 싶다"면서 "전략의 부재, 어떻게 보면 윤심에만 기대는 한계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보았다. 한편으로는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김기현 후보가 지지에 비해 존재감이 떨어지는 점에 조급함을 느끼는 것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평론가는 "안철수 후보는 대선 출마, 창당의 경험이 있다. 황교안 후보도 당대표, 국무총리 등의 경험이 있다"면서 "반면 김기현 후보는 초반부터 인지도가 낮았다. 울산시장을 했지만 보여준 게 없지 않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결선투표에 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조급함이 있는 것 같다"고 보았다.
15년간 대통령 임명장 年4000장 쓴 필경사 퇴직
매년 수천 장의 대통령 명의 공무원 임명장을 붓글씨로 쓰는 ‘필경사’ 김이중 사무관이 최근 개인 사유로 퇴직한 것으로 2월 21일 확인됐다. 인사혁신처는 출중한 서예 실력을 갖춘 후임 필경사 채용에 나섰다. 인사혁신처 소속인 김이중 사무관은 행정안전부 시절인 2008년부터 15년 동안 국무총리부터 5급 사무관까지 매년 4000여 장의 임명장을 붓과 먹물로 썼다. 정부는 ‘공무원의 자긍심과 사기 진작을 위해 임명권자의 정성을 담는다’는 취지에서 5급 이상의 임명장은 여전히 컴퓨터 대신 붓글씨로 작성하고 있다.
인사처 관계자는 “최근 김이중 사무관이 개인 사유로 퇴직해 공석이 생겼다”며 “퇴직은 개인 사유 때문”이라고만 밝혔다. 김이중 사무관은 총무처 시절부터 따지면 ‘3대(代) 필경사’다. 인사처는 후임자를 찾기 위해 최근 대통령 명의 임명장 작성 분야 전문경력관 가군 채용 공고를 냈다. 채용 인원은 1명이다. 서예 관련 분야에서 2년 이상 근무했거나 관련 분야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 등이 지원할 수 있다.
공직에서 40여년 가까이 근무하다 퇴직한 문모(69) 씨에게는 가보로 여기는 종이가 있다. 5급 승진 당시 받은 임명장과 대통령이 수여한 훈장이다. 그는 “국새와 함께 위엄 있는 붓글씨로 새겨진 임명장·표창장을 보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공무원이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는 임명장을 작성하던 김이중(48) 인사혁신처 사무관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인사혁신처는 2월 22일 “김이중 필경사(筆耕士)가 최근 개인 사유로 퇴직했다”고 밝혔다. 필경사는 5급 공무원부터 국무총리까지 국가직 공무원 임명장을 붓글씨로 쓰는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다. 필경이란 붓으로 밭을 간다는 의미다.
◆ 2003년 공직 입문… 15년간 필경사 업무
김이중 사무관이 공직에 발을 들인 건 2003년이다. 1993년 계명대 미대 서예과에 입학해 붓글씨를 연마하고 서예학원 등에서 강사로 일했던 경력을 인정받아 6급에 특채됐다. 그는 “면접과 실기 시험을 거쳐 9대 1 경쟁을 뚫었다”고 기억했다. 김이중 사무관은 2020년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하기도 했다. 임용 당시에는 주로 훈장 등 대통령·국무총리 명의 표창장을 작성했다. 2008년부터 임명장 쓰는 일로 보직이 바뀌었다. 5급 이상 공직자 임명장은 연간 4000~7000장 정도다.
15년 동안 필경사로 일했으니 최소 6만장 이상 공문서를 작성한 셈이다. 가로 26cm·세로 38cm 크기의 임명장에는 소속 부처와 실·국·과, 직책명, 이름 등이 들어간다. 그의 사무실엔 벼루·먹·붓·종이 등 문방사우(文房四友)가 놓여있었다. 날마다 벼루에 먹을 갈아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임명장을 붓으로 채우는 업무를 맡았다.자치단체 등에서 수여하는 임명장은 대부분 인쇄한다. 거의 모든 문서를 프린터로 인쇄하는 요즘 시대에 수기로 작성하는 공문서는 대부분 그의 손을 거친 셈이다.
그는 “훈장과 같은 표창장은 장당 들어가는 글자 수가 많다면, 임명장은 장당 20~30단어만 쓴다"며 "하지만 절대적인 개수가 많아 작업량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작성한 임명장은 동일한 게 한장도 없다. 개인이 같은 내용의 임명장을 2번 이상 받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가 임명장에 적는 글씨체는 궁체(宮體)다. 한글 서체 중에 알아보기에 좋고 대중화한 글자체다.
간부 공무원으로 분류되는 5급 이상 공직자 임명장에는 국새(國璽)와 대통령 직인을 찍는다. 대통령 이름으로 주는 임명장이라는 의미다. 김이중 사무관은 “간부 공무원은 책임과 권한이 따르는 막중한 자리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는 것 같다”라며 “임명장을 손으로 쓴 것은 인사권자의 정성을 담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인사혁신처, 5대 필경사 채용 공고
정부 수립 이후 김이중 주무관은 세 번째 공식 필경사다. 1962년 필경사 보직 신설 이래 제1대 필경사가 1995년까지, 제2대 필경사가 2008년까지 공직에서 근무했다. 김이중 사무관은 제4대 필경사인 김동훈(45) 인사혁신처 주무관과 함께 근무했다. 인사혁신처는 김이중 사무관이 퇴직하자 지난 2월 17일 후임자 채용 공고를 냈다.
새로 채용하는 제5대 필경사는 대통령 명의 임명장을 작성하고, 대통령 직인·국새 날인, 임명장 작성 기록 대장 관리시스템 운영·관리 등을 맡는다. 응시 요건은 ▶서예 관련 직무 분야에서 8년 이상 연구 또는 근무 ▶서예 관련 분야 박사 학위 소지자 ▶서예 관련 석사 취득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했거나, 연구 경력(학사 취득은 4년 이상 경력)을 가진 사람이다.
‘1만원’ 기사식당 등장… 식당도 기사도 ‘한숨’
2월 21일 서울 은평구 역촌동 한 기사식당의 메뉴판에는 군데군데 ‘8000원’이라고 적힌 종이가 덧대 붙어 있었다. 식당 주인 김진희(71)씨는 올해 들어 쇠고기뭇국, 코다리조림, 제육볶음 등 7000원이던 메뉴 18개 가격을 모두 1000원씩 올리면서 가격표를 함께 수정했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물가가 너무 올라 가게를 운영하기 버거웠는데, 단골 택시기사들에게 미안해 바로 올리지 못하고 6개월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택시·버스 운전기사들뿐 아니라 일반인도 즐겨 찾는 기사식당의 밥상 가격이 오르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메뉴가 장점인 기사식당도 재료비와 인건비, 공과금이 모두 오르는 ‘물가 삼중고’ 파고를 넘기 어려워 가격 인상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 끼에 1만원이 넘는 기사식당도 생겨났다.
약 30년 전부터 은평구에서 기사식당을 운영해온 이모(63)씨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이씨는 “30년 만에 이런 자린고비 노릇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 식당은 지난해 2월 메뉴 가격을 전부 1000원씩 올린 데 이어 다음 달 또 1000원씩 올릴 계획이다. 그는 “1년 전까지만 해도 낙지 12㎏에 3만2000원이었는데 최근 6만7000원까지 올랐다”며 “요즘이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 공과금까지 오르면서 이달 수입은 지난달보다 60%나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 가격을 유지하며 버티고 있는 식당들도 가격 인상 압박이 거센 상황이다. 마포구 망원동에서 기사식당을 운영하는 김모(66)씨는 최근 가격 1000원 인상 문제를 놓고 아내와 다퉜다고 했다. 청양고추와 배추, 무 등의 재료값이 크게 오르자 아내는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했지만, 김씨는 “손님이 줄어들 수 있으니 조금만 참아보자”며 아내를 설득했다고 한다. 그는 “제일 잘 나가는 돼지불고기 백반(9000원) 메뉴는 팔아도 거의 적자”라며 “오죽하면 손님이 청양고추를 더 달라고 할 때 ‘다 떨어졌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고 씁쓸해 했다.
택시요금 인상에 맞춰 가격을 올린 식당도 있다. 한 기사식당 사장 조모(70)씨는 지난 1일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오르자 이에 맞춰 음식 가격을 1000원 올렸다. 조씨는 “식재료비가 하루가 가기 무섭게 매일 오르고 있다. (택시요금 인상이) 그나마 기회라고 보고 우리도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기사식당 단골손님인 기사들의 식비 부담도 커졌다. 개인택시 운전사인 노금환(79)씨는 “택시요금이 오르고 운행 시간을 늘렸지만 승객이 크게 줄어서 오히려 버는 돈은 적어졌다”며 “이런 상황에 기사식당 밥값을 포함해 오르지 않은 게 없어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박모(62)씨는 “자주 가는 기사식당 가격이 전부 인상돼 점심 한 끼만 먹어도 한 달 식비가 5만원 이상 늘었다”고 했다. 택시기사뿐 아니라 기사식당을 찾던 일반 손님들도 ‘1만원 기사식당’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포구 연남동의 기사식당을 찾은 직장인 이재욱(42)씨는 “기사식당을 즐겨 찾았는데, 8년 전 6500원이던 불고기 백반 가격이 지금은 1만2000원이 됐다”며 “일주일에 한두 번은 밥을 먹으러 오는 단골집이었는데 이제는 부담스러워서 다른 집을 찾아보려 한다”며 아쉬워했다.
코미디언 출신 젤렌스키는 국민영웅… ‘국제 왕따’ 된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주년을 맞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때 러시아의 부흥을 상징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던 21세기판 ‘차르(Czar·러시아 황제)’를 꿈꾼 제국주의적 망상가 취급을 받고 있다. 반면 코미디언 출신으로 “대통령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평가를 받던 젤렌스키는 수도 키이우를 끝까지 지키며 우크라이나의 민족 지도자이자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푸틴은 전쟁 초기 유럽 각국 여러 정치인의 심정적 지지를 받으며 자신의 국제적 영향력을 과시했다. 푸틴과 깊은 관계를 맺어온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등은 “러시아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 아닌 러시아와 외교를 통한 사태 해결을 주장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은 한때 푸틴과 직접적 소통에 주력했다.
하지만 푸틴은 현재 과거와 같은 국제적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서방 정상들은 일제히 푸틴을 ‘침략자’로 비난하고 있고, 주요 20국(G20) 등 국제 행사에서 그를 배제했다. 중국과 이란·북한 등 권위주의 독재 국가와 외교적 중재자를 자처하는 튀르키예 및 일부 중동 국가를 빼면, 국제사회는 그를 완전히 외면하고 있다. 서방의 연대가 강화하고, 대러 제재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이런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러시아 내 리더십도 위협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군 퇴역 장교와 일부 군 전문가로부터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전쟁 의지를 너무 얕봤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서방의 전방위 경제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2% 이상 역성장하면서 국민의 불만이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9월 부분 동원령으로 30여 만명이 징집되면서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일어 민심이 급격히 악화했다. 푸틴은 최근 외부 행사를 줄이고, 주변에 민간인으로 위장한 경호원을 대거 배치하는 등 신변 위협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반대로 젤렌스키의 국내외 위상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는 전쟁 발발 이후 거의 매일 밤 소셜미디어로 대국민 영상 담화문을 내며 자국 군과 국민의 저항을 독려해왔다. 또 화상회의를 이용해 미국·캐나다·독일·프랑스·한국·일본 등 각국 의회에 영상 연설을 보내 지원을 호소했다. 이 같은 방식은 2차 대전 당시 라디오를 통해 영국 국민의 저항 의지를 북돋은 윈스턴 처칠 총리의 대독 항전 메시지와 비교되며 정치학계에서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젤렌스키는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뿌리 깊은 정경 유착과 부패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 이후 정부 소유 기업이 해체되는 과정에 정치인과 올리가르히(재벌) 사이에 심각한 유착 관계가 생겼다. 젤렌스키 역시 올리가르히와 아제르바이잔 계열 석유 재벌과 유착 의혹이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부패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젤렌스키는 최근 정부 내 주요 관료를 교체하고 조사하는 등 급진적 부패 척결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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