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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변호사인 네이선 델 아미코, 그리고 그의 전 부인 말로리. 네이선은 뉴욕에서,
말로리는 샌디에고에서 각자의 성공한 길을 걷는다. 탄탄대로인 네이선의 삶에
갑자기 불청객이 들이닥쳤다. 의사인 굿리치는 뜬금없이 네이선을 데리고 돌아다니면서
한 사람을 지목해 그 사람이 죽을 것이라는 예언을 한다.
그리고 그의 눈 앞에서 굿리치가 예언한 두 사람이 죽었다. 굿리치는 네이선에게 자신은 사람의 죽음을
미리 보고, 또 그에게 죽음에 대해 예비하고 준비할 수 있게 해 주는 ‘메신저’라고 했다.
네이선은 굿리치를 부인하지만, 두 사람이나 그의 눈 앞에서 죽었기 때문에 그것을 그는
지극히 비논리적이라고 주장할 수 없었다.
그는 부인할 수 없는 의사 굿리치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그가 메신저라는 것을 믿게 된다.
네이선은 굿리치에게 메신저인 그가 왜 자신을 찾아왔냐고 물었다. 자신과 할 일이 있냐고. 굿리치는 있다고 대답했고, 네이선은 그것을 자신이 죽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네이선은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그는 잠을 잘 잘 수 없었고 전 부인인 말로리도 그의 불면증에 한 몫을 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하며 평소에 그가 할 수 없었던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회사에 몇 주 휴가를 냈다.
회사라면 껌뻑 죽던 그에게 이 행동은 아주 과감하고 네이선답지 않은 행동이었기에
사람들은 의아한 눈빛을 보냈지만 네이선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네이선은 말로리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보니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몇 년간 얼굴도 보지 않았던 말로리와
대면하게 되었다. 네이선은 말로리에게 자신의 죽음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사이가 좋지 않은 장인 어른네
가족들과 딸 보니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거기서 네이선은 아주 훌륭한
변호사였던 장인 어른이 알코올 중독자라는 사실과, 그가 술 마시고 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내고 도망쳤다는,
뺑소니 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게 하필 네이선이 말로리의 부모님 집을 방문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니까. 네이선은 장인 어른이 아주 고지식하고 유명한 변호사라서 그에게 미칠 타격을 계산했다.
그리고 자신은 곧 죽을 목숨이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자신이 교통사고를 낸 것이라며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그의 장인 어른은 네이선에게 왜 거짓말을 했느냐고, 늙은 자신이 감옥 가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며 울었다. 네이선은 그에게 자신은 곧 죽을 목숨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증상은 없었지만
암이라고 둘러댔다. 다행히 차에 치였던 소년이 안전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합의금을 지불하고 경찰 신세를
지지 않아도 되었다. 장인은 딸 말로리에게 전화해 네이선이 자신의 죄를 뒤집어썼다는 것과, 그와 다시
이야기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네이선은 다행히 보니와 말로리를 그가 죽기 전에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끝까지 숨겼고 마지막이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하 집에서 다시 세 사람이 만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해하며 잠에 들었다. 그 다음 날 눈을 뜬 그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펄펄 끓던 열도
떨어지고, 곧 죽을 것만 같았던 느낌이 그를 떠난 것이다. 그런데 네이선은 말로리와 보니를 보다가 또 놀랐다.
굿리치가 ‘죽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징조’라고 말했던 하얀 빛이, 아내 말로리의 곁에서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던 것이다. 네이선은 굿리치를 만나 그 빛에 대해 물었고, 굿리치는 네이선이 착각을 한 것이라 말했다.
굿리치는 사실 네이선이 메신저가 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해주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굿리치의
아내도 세상을 떠났다고. 책은 네이선이 굿리치와 헤어지면서 말로리에게 어떻게 위로를 해 주며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할지 생각하면서 끝이 난다. 무언가 슬프고도 감동스러운 내용이었다.
이 책이 기욤 뮈소가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질 정도로 심하게 앓고 나서 쓴 책이라 그런 지 ‘죽음’에 대해서
아주 심도있고 깊게 생각해 본 뒤에 쓴 책이라고 느껴졌다. 그가 쓴 다른 해피 엔딩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엔딩을 깔끔히 마무리하지 않고 끝이 난다. 네이선의 착잡한 심정들을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다만 바라기는 네이선이 굿리치가 그랬던 것처럼, 말로리의 죽음을 잘 이겨내고
그들의 딸을 잘 보살피기를 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