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누수 부위를 손본다 빗물에 처질 때마다 종이를 덧댔는지 천장 반자가 켜켜이 쌓인 가난 만큼 두껍다 부위를 도려내자 이 집에 살았던 한숨 울음 고함소리가 묵은 먼지와 함께 와락 쏟아진다 손전등을 켜고 반자 안을 살핀다 콘크리트 슬래브 하부가 오줌자국처럼 군데군데 얼룩져 있다 한때 팍팍한 삶을 독주로 견뎌낼 때 어쩌다 내시경으로 들여다봤던 너덜너덜 헐었던 내 위벽 같다 상한 위벽을 점막보호제로 치료했듯이 빗물이 비치는 데를 방수 모르타르를 발라 치유하기로 한다 시멘트 모르타르가 잘 들러붙도록 딱따구리가 나무 둥치를 톡톡톡, 쪼듯 정으로 슬래브 바닥을 오돌토돌 쪼아낸다 모래 시멘트 그리고 방수제를 물로 개며 바람에 실려오는 국화꽃 향기 한 줌을 섞어 넣고 풀벌레 노랫소리도 한 소절 슬쩍 함께 비빈다 도려낸 부위를 막기 전에 반자 안으로 코스모스길을 달려온 싱그런 바람 한두 자락을 불어넣는다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해 새벽하늘에 초롱초롱 빛나는 별도 대여섯 개 따서 천장에 매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