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4년 5월 31일(금) 오후 4시
대상 : 대전 민족사관
내용 : 걸리버 여행기를 읽고
오늘 나눈 책은 '걸리버 여행기'이다. 근데 이 걸리버 여행기란 책이 원래는 4부로 구성된 책이다. 1부는 소인국, 2부는 거인국, 3부는 하늘의 섬, 4부가 이성을 가진 말들의 세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엔 1부와 2부만 알려졌고, 그것도 내용이 편집되었다. 오늘 녀석들은 1부, 그것도 간략하게 편집된 내용을 읽었다. 문제는 여기부터이다. 내용이 너무 뻔하고, 그러다보니 느낀 점도 너무 뻔하다. 그래서 수업 전에 걸리버 여행기가 어떤 책인지를 먼저 소개해 주었다. 더불어 작가가 왜 그런 책을 저술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도 없고 따분하지만)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런 다음에 각자 준비한 글을 읽고 나누었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다시 상기하면서 즉석에서 느낀 점이나 적용점에 대해서 녀석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솔직히 오늘 녀석들이 작성한 글에서 별 다른 내용이 없었다. 소인국 사람들이 걸리버에게 잘해 주니까 걸리버도 소인국 사람들을 도와주었다. 그러니 나도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어야겠다. 뭐 이런 정도였다. 하지만 18세기 영국의 상황과 작가가 4부로 구성된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서 전달하고 싶었던 전체적인 내용들을 확인하고, 힘의 상대성을 중심으로 나누었다.
소인국에서는 슈퍼맨이 될 수 있었지만, 거인국에서는 장난감과 같은 존재로 전락하게 되는 걸리버의 처지를 통해서, 녀석들이 사람들과 나누는 힘의 상대성은 어떠한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약한 사람에게 약하고, 강한 사람에게 강한지, 누구에겐 순한 양이 되고, 누구에겐 늑대와 같이 되는 것은 아닌지. 인간이 가지는 양면성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 보고 솔직한 생각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항상 이럴 때는 편이 갈린다. 아직 어린 은호나 민준이는 반응이 그냥 그렇다. 하지만 나이가 좀 있는 대훈이나 승호는 어느 정도 대화가 된다.
오랜만에 녀석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이나 관계의 양면성과 상대성의 문제점을 아직 어리지만 어느 정도 고민하는 모습이다. 걸리버 여행기가 단순히 동화 같은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이런 스토리가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도 한다. 지난 주는 수업 시간에 한계를 느꼈는데, 오늘은 작은 희망을 보게 되었다. 고민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나누는 모습에서 진지함도 보이고, 이런 무게감이 있는 대화가 가능한 것에 대해서 감사하다. 이 녀석들은 늘 냉온탕을 오고간다. 그래서 늘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